이춘재가 2일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8차 사건의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진범’임을 자백했다. 이춘재가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화성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86년 이후 34년 만이다.
이춘재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가 맡은 화성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 당시 사건의 결정적 증거였던 현장 체모가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DNA가 손상돼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이춘재를 직접 법정에 불러 질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춘재는 청록색 수의를 입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춘재는 증인석에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없이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증인선서를 했고, 변호인과 검찰 측의 신문에 차분히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언 중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내가 맞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대중에게 이춘재가 공개되는 것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공판은 공개법정으로 진행돼 일반 국민도 방청을 할 수가 있다. 다만 법원의 법정에 참여한 이춘재으 얼굴 촬영이나 공개는 할 수 없다. 앞서 26일 법원은 이춘재가 피고인이 아닌 증인으로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촬영 불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재심 공판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8차 사건의 진범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수사 끝에 윤성여(53)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이듬해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하면서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했다”고 밝혔지만, 2심·3심 재판부도 윤씨의 상소를 모두 기각했다.
윤씨에게 재심의 길이 열린 건 지난해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범행을 자백하면서다. 윤씨는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지만,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할 수가 없어 재심 신청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한 이후 작년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인용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날 공판에서 증인신문은 변호인과 검찰이 각각 2시간씩 진행할 예정이다. 중간에 휴정시간을 더하면 오후 6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