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개신교 “코로나19 확산, 교회 책임 있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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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교단’ 대한예수장로회 총회장 공개 사과 “사회적 책임 다해야”
대한예수장로회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 발표 및 뉴노멀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예장합동 총회장·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 특별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예수장로회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 발표 및 뉴노멀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예장합동 총회장·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 특별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의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가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국민적 혼란에 일부 교회의 책임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국내 개신교계에서 가장 큰 교단으로 꼽히는 예장 합동 총회장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공개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 목사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 속에) 한국 교회가 세 가지를 잘못했는데 시대 정신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사과했다. 소 목사는 경기 용인의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로, 지난 9월 비대면총회 때 총회장에 취임했다.

또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교회가 예배를 존중히 여긴 만큼 이웃의 생명도 존중히 여겼어야 했는데, 교회는 신앙의 자유와 현장 예배만을 강행함으로써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고 교회를 등 돌리게 한 면이 있다"며 "더구나 일부 교회가 코로나 감염의 진원이 됨으로써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이제 조금 더 사회와 소통하고 대화하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이웃 사랑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교회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고 안식처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기피하고 거부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디지털 격차와 세대 간 격차 등 단절 현상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탈 종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에서 교회에 바라는 점으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 꼽힌 점을 거론하며 "교회 전통과 제도에 치우쳤던 모습에서 벗어나 순수한 진리와 생명, 영성의 세계로 돌이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 목사는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통일부와 함께 대북 지원을 통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6일 통일부와 교단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의 생명, 의료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다"면서 "우리 교단이 앞장서서 유엔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의료품을 북한으로 싣고 간다든지, 열린 자세로 논의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고(故)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염소를 몰고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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