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바이든 시대엔 친환경·전력·인프라주가 뜬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6 16: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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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되면 은행주는 상승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미국 46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표 직후 주식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 선거를 앞두고 시장에서 좋지 않은 시나리오로 꼽았던 게 두 개 있다. 하나는 선거 불복으로 미국 사회가 혼란해질 경우다. 최대 20%까지 주가가 하락할 걸로 예측됐다.

다른 하나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는 경우다. 이른바 ‘블루 웨이브’다. 세금 인상은 물론 반(反)독점법 제정을 통해 애플·아마존 등 대형 기술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선거 결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주식시장은 오히려 강하게 상승했다. 여론조사기관이 대중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처럼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현실과 다른 전망을 한 셈이다. 

접전 끝에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미국 46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 연합
접전 끝에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미국 46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 연합

대선 불복과 추가 부양 대책이 단기적 변수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주식시장 움직임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선거 불복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관건이다. 2000년 부시와 고어가 맞붙었을 때 38일간 당선자를 정하지 못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주식시장이 20일 정도 지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투표 이전에 비해 9%까지 하락했다. 

선거 불복이 초유의 일이라 투자자들이 상황을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반응이 좀 더 빨리 나올 수도 있다. 선거 직후 며칠간의 주가 상승이 마무리되고 나면 대통령이 결정되는 과정을 둘러싸고 주가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결정되면 5차 경기 부양 대책이 기다린다. 9월까지 미국의 소비는 정부의 긴급지원금을 통해 이뤄졌다. 9월에 개인소득이 8월보다 1702억 달러 증가했다. 임금소득이 745억 달러 증가하는 동안 정부의 긴급지원금이 1016억 달러 늘어났다. 소비의 상당 부분이 정부 보조를 통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10월 중순에 긴급지원금이 동났다는 사실이다. 소비 증가를 통해 경제 회복을 끌고 가려면 빠르게 경기 부양 대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10월초에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하원을 통과하긴 했지만 정책 규모와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으로 미국은 대선 전 부양책 마련에 실패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생각이 다른 만큼 선거 이후 부양책이 빠르게 마련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갈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에는 좋지 않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뜩이나 경제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부양책까지 늦어진다면 경제를 끌고 갈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은 두 개의 과제를 넘은 후에야 바이든 색깔의 경제정책에 주목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중에 자유시장경제 기조와 보호무역 강화를 내세웠다면,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면 대내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 대신 규제주의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변수가 바로 미·중 관계다. 지난해 무역에서 시작된 갈등이 1년 내내 주식시장을 괴롭혔다. 갈등의 본질이 중국과 패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임을 감안할 때 바이든 집권 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또 하나 변하는 분야가 바로 재정정책이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세금을 많이 걷어 재정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선호하는데 이런 생각이 바이든의 경제정책에도 반영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낮췄던 법인세를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텐데 법인세 인상은 기업 이익 감소로 직결되는 만큼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상원을 지배하고 있어 법인세를 포함한 세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세금 인상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2020 회계연도에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6%인 3조3000억 달러다. 누적 정부 부채 역시 202조 달러로 GDP의 98%에 달한다. 지난해 말 해당 수치가 각각 168조 달러와 79%였음을 고려하면 1년 사이에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경제가 정상화되면 재정 건전화가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세금을 많이 걷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 발행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현재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8% 내외다. 5월에 0.5%까지 떨어진 후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해당 수치가 1.2%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현 경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주가에 걸림돌이 된다. 

 

친환경 관련 주식 각광받을 듯

미국은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주가가 오르는 업종이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 때는 아마존을 비롯한 IT 기업들이 각광받았다. 반면 엑슨모빌 등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은 빛을 보지 못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친환경 산업이 유망해 보인다. 바이든이 환경 친화적인 성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인데, 그린 뉴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까지 더해지면 국내시장에서도 관련 종목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전력을 비롯한 인프라 관련 기업이다. 미국의 전력 인프라가 낙후돼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투자 확대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바이든은 이를 친환경 에너지와 결합해 해결하려 해 이전보다 관련 산업이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규제에 민감한 은행과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부정적이다.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은 볼커룰(Volcker rule·금융기관의 위험투자를 제한하고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해 만든 금융기관 규제 방안) 등 은행 규제에 적극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화한 금융정책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에 대한 규제가 이익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해당 주식은 상승 대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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