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한국식으로 풀어본 미국의 정치 지형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6 10: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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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면적은 약 982㎢다. 한반도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드넓은 신대륙에 유럽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했고, 독립 이후 수많은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 그만큼 정치 지형도 복잡하다는 얘기다. 

미국의 정치 지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힌트가 있다. 미국의 지도를 크게 펼쳐놓고 북동부 대서양 연안은 한국의 수도권, 서부의 태평양 연안은 호남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곳은 민주당 성향이 두드러진다. 워싱턴DC와 뉴욕 등이 위치한 미국 북동부는 영국의 초기 13개 식민지가 있었던 곳으로, 상대적으로 고소득·고학력층이 많고 3차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서부 내륙부터 중부와 남부는 대체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와 충북, 경상도 지역에 빗댈 수 있다. 특히 일조량이 많아 ‘선벨트’로 이름 붙여진 남동부는 원주민과 식민지가 섞여 노예제도가 오래 지속된 데다 기독교 복음주의 근본주의가 강한 지역이다. 대구·경북처럼 보수 성향이 강하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경합주로 불렸던 플로리다 같은 곳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많아 빈곤·실업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 때로는 경합 성격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남부와 수도권 사이에 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은 충청도로 보면 된다. 어느 한쪽이 강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스윙보터 역할을 한다. 특히 미국 대선을 막판까지 혼전 양상으로 몰고 간 ‘러스트벨트’는 경제적 요인으로 정치 성향이 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미국 철강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조업 불황으로 지역 내 불경기가 심화돼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결정지은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트럼프와 바이든이 울고 웃은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치 지형을 무조건 한국식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정치 지형과 비교했을 뿐, 한국식 지역주의와는 맥락이 다르다. 해당 지역의 특성과 역사적 맥락에 의한 경향성으로 봐야 한다. 같은 지역이더라도 상대적으로 농촌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도시는 진보 성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에서도 휴스턴, 댈러스, 샌안토니오 카운티 등은 민주당 후보가 더 강세를 보였다. 반대로 조 바이든 후보에게 65%를 몰아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북쪽 외곽의 카운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가 더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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