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주장 배격한 법원…“킹크랩 참관 확실” 결정적 근거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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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여론조작 한 혐의 인정
로그기록·관련자 진술 등 종합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된다” 판시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보석은 취소되지 않아 법정구속은 피했다. 법원이 김 지사의 혐의를 인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6일 김 지사의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지속적 공모관계를 형성했고,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 등에 참관해 댓글 여론조작에 가담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김 지사와 특검 모두 상고할 뜻을 밝히면서 이 사건의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공모관계·킹크랩 시연회 참관' 모두 인정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 재판에서도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또는 지시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됐다. 유무죄를 가를 '명확한 물증'이 양측 모두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검찰과 김 지사 측은 엇갈린 진술과 관련 증거를 내놓으며 첨예하게 부딪혔다. 특히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댓글 조작 가담 또는 지시 여부가 성립하려면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관이 중요한 퍼즐이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반대로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사무실인 '산채'에 간 것은 맞지만 시연회는 보지 않았다고 맞섰다. 

2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날인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고, 김 지사가 직접 참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댓글 순위 조작을 위한 킹크랩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브리핑했던 문서 '201611 온라인정보보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문서) '극비' 부분에 킹크랩의 기능, 개발 현황, 최종 목표 성능치 등을 상세히 소개하는 내용이 기재됐다"면서 "김 지사가 머무르던 중 킹크랩 프로토타입이 구동한 로그기록이 존재해 시연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연회 이후인 2016년 11월20일 킹크랩 개발자들이 주고받은 문서에 '김 지사에게 킹크랩 기능을 보고했다'는 기재가 있고, 이후 2016년 12월28일 김 지사에게 전송된 온라인정보보고에 '킹크랩 완성도 98%'가 기재된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서 "김 지사는 드루킹 김씨로 하여금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그 범행 결의를 유지·강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김 지사가 직접 김씨에게 기사 URL을 전송한 점, 일반적 지지단체와 달리 김씨와 1년6개월 넘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점, 김씨의 인사 추천 요구에 응한 점 등이 공모관계를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수작업으로 댓글에 공감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작업하는 줄 알았을 뿐 조작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공모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제품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며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피고인의 묵인 아래 그런 일(댓글 조작)이 벌어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롭게 부각된 '닭갈비 식사'와 관련한 쟁점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 지사 측은 오후 7시께 산채에 도착해 1시간 가량 식사를 한 뒤, 나머지 1시간은 브리핑을 들은 후 자리를 떴다고 주장하며 물리적 여건상 시연회를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일 오후 8시께 경공모 브리핑이 끝난 뒤 킹크랩 시연회가 실제 진행됐으며 김 지사 역시 이를 참관한 것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당일 오후 8시 대에 브리핑에 참석한 사람의 로그기록이 발견된 이상, 오후 8시대에 브리핑이 있었다고 보기 도저히 어렵고, 이미 브리핑은 끝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드루킹 김씨의 옥중노트 등에 적힌 기록과 법정 진술에서 나온 '시연회 일정'과 관련한 주장이 모두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날짜와 시간대로 좁혀지고 있다며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의 산채 방문 일정에 대해 서로 입을 맞춘 것은 있으나, 일부 과장된 진술이 있다고 해서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책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재판부는 댓글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재판부는 댓글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댓글 조작' 질타한 재판부…김경수·특검, 모두 상고 의사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정치인으로서 댓글 여론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된 김 지사를 질타했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형성은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것을 조작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직적 댓글 부대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이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며, 누구도 우리 사회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김 지사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항소심 선고 직후 법정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다"며 "나머지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로그 기록을 통해 제시된 자료들을 충분한 감정 없이 유죄로 판결한 것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김동원에게 댓글을 부탁했다는 판결은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는 "로그 기록 관련해 제3의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겨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런 요청을 묵살하고 이렇게 판결한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반발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닭갈비 식사'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드루킹' 김씨와의 밀접한 관계를 인정한 것에 대해선 "온라인 지지 모임과 정치인의 관계라는 것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고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지사를 재판에 넘긴 허익범 특검은 선고 결과에 대해 "법리 판단 부분에서 우리와 재판부의 견해가 다른 것이기 때문에 판결문을 보고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김 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무죄 판단에 대해 상고할 뜻을 밝혔다. 

특검은 김 지사에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적용하면서 2017년 대선 후 드루킹과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같은 해 말 드루킹에게 도아무개 변호사의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함께 적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이 지방선거와 관련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김 지사가 도 변호사의 센다이 총영사직을 드루킹에게 제안한 2018년 1월에는 아직 지방선거 후보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점에 비춰볼 때 선거운동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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