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시민 “가덕신공항 고추 발언은 수도권 패권주의”
  • 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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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연간 1700만명 이용에 당기순이익 1217억원 ‘흑자 공항’
최지은 특별위원장 “서울에 살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
코로나19 이전 2020년 1월 2일 오전 5시경 김해공항국제선이 붐비는 사진 ⓒ 시사저널 박비주안
코로나19 이전 2020년 1월 2일 오전 5시경 김해공항국제선이 붐비는 사진 ⓒ 시사저널 박비주안

윤희숙(서울서초갑)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공항이 활성화될지,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릴지에는 항공사들의 노선 개설이 중요한데, 지금 상황에서 항공수요를 섣불리 추정해 계획을 급히 확정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 발언 이후 PK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어 경남 밀양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고추 대신 멸치 말리는 공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으로 인한 파장이 거세다. 일부 부산시민들은 “대한민국 제2도시라 불리는 부산까지 이렇게 욕보인다면 서울 아니면 다 시골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면서 SNS를 통해 항의하고 나섰다.

김해공항 이용객 수와 대구공항 이용객 수, 김해공항은 이미 2018년에 1700만명을 돌파했다.
김해공항 이용객 수와 대구공항 이용객 수, 김해공항은 이미 2018년에 1700만명을 돌파했다. ⓒ 자료: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 ⓒ 그래프: 박비주안

김해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김해공항의 연각 여객인원은 이용객수는 1700만명을 돌파했다. 김해공항 배후지역인 PK지역의 800만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인구수의 2배 이상이 김해공항을 이용했다는 뜻이다.

김해공항의 수용능력 문제는 지역에서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국제선의 경우 2016년 연간 수용능력이 464만명이던 것을 630만명으로 조금 늘였으나, 2018년에는 국제선 여객이 1000만명을 넘기면서 수용능력보다 수요가 약 두 배 가량 차이나는 ‘좁고 불편한 공항’이었다. 항상 정부예측이 늦었다. 정부가 464만명 공항에서 630만명으로 수용능력을 일부 늘이던 2016년만 해도 이미 2015년 국제선 여객 이용자수가 631만명으로 정부 예측치를 보기 좋게 비껴가기도 했다.

김해공항은 커퓨타임(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비행금지시간)이 해제되는 새벽 시간대에 국제선 비행기가 일제히 몰려 티켓 발권에만 1시간 이상 대기하는 불편정도는 일상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공항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2018년 김해공항의 국제선 여객은 1000만명을 돌파했다. 국제선 여객 천만명 시대를 여는 기록은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국내 7개 국제공항 중 처음으로 세운 기록이다.

2019년에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출한 ‘2018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보고서 평가가 도마에 올랐다.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결과 중 1인당 카트수, 키오스크 수, 수화물 컨베이어벨트 처리용량, 화장실 수, 의자 수, 안내데스크 상주인력 수 등을  분석한 결과 김해국제공항의 서비스 수준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보고됐다. 공항 피크타임 시간대 승객 대합실의 의자수는 인천국제공항이 1인당 2.1개였다. 반면 김포 0.6개·제주 0.36개 순이었고, 부산 김해국제공항은 최하위인 0.3개에 불과했다. 흑자공항으로서의 수익은 다 챙기면서 공항 서비스는 가장 낮은 공항인 셈이다. 이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재호 의원이 질타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의 최근 5년 국내공항 당기손익 현황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한국공항공사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3개 공항 중 하나다. 2019년 김해공항이 달성한 연간 당기순이익은 1217억원에 달한다. 이는 서울에 있는 김포(944억)공항보다 높은 수익이다. 이처럼 여객항공수요가 충분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크게 냈음에도 불구하고 가덕신공항 활주로에 고추나 말리게 될 것이라는 발언은 사실상 악담이라는 평이다.

기장군에 살고 있는 부산시민 A씨는 “원전처럼 위험한 것은 다 PK에 몰아넣고, PK에 새로운 공항이 필요해서 가덕도로 가자는 것도 서울 의원이 막는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수도권에만 살라는 소리”라며 “이것이 수도권 패권주의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또 경남 거제시민이라 밝힌 B씨는 “가덕신공항은 김해공항으로는 도저히 항공 수요를 감당 못 해 새 공항으로 가자는 것이 본래 취지”라며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새 공항을 다시 논해보자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지방 죽이기 아니냐”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가덕신공항유치특별위원회를 결성하고 최지은 북강서을 지역위원장을 특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최 위원장은 본인의 SNS에 “윤희숙 의원님, 서울에 살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라며 “가덕도는 세계 6위 컨테이너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부산 신항이 있는 곳이자, 녹산산단·경제자유구역청과 인접한 곳으로 물류와 산업이 역동하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말했다. 이어 “윤희숙 의원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 정책을 만드는 동안 대한민국은 양극화라는 중병에 걸렸다”면서 “안전성 문제로 논의를 시작한 '동남권 신공항'을 기성 정치인들은 지난 17년 동안 정치 논리로 이용하고 수도권 중심 경제논리로 무시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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