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찰’ 판 키우는 추미애, 윤석열 전격 수사의뢰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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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이 ‘불법 사찰’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으로 판단
전국서 추 장관 조치 반대하는 검사 성명 잇달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재판부 사찰'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세우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에게 사상 유례없는 징계위원회 출석을 통보한 추 장관은 이날 윤 총장을 대검에 수사의뢰하며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윤 총장은 직무정지 처분취소 소송에 돌입했고,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의 조치에 부당함을 주장하는 반발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법무부는 26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결과 판사 불법 사찰 관련, 법무부 감찰규정 제19조에 의해 대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수사 의뢰 이유에 대해 "검찰총장 지시에 의해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이 작성돼 배포됐으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검이 작성한 문건 중 법무부가 문제삼은 것은 '행정처 정책심의관 출신,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행정처 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 '우리법연구회 출신', '주요 판결 분석' 등이다.

법무부는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기도 하는 등 악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해 수사의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모아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법적 권한이 없는 곳에서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분석·관리하는 것 자체가 범죄 행위로서의 사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찰의 방법은 언론 검색, 검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탐문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므로 사찰 문건의 모든 내용이 중대한 불법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불법 사찰 의혹에 반박하며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들도 접근 가능한 수준의 정보만을 취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전날 대검 감찰부는 해당 의혹에 대한 문건을 작성한 수사정보담당관실(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윤 총장이 재판부 판사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내용 등 총 6개의 혐의로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맞서 윤 총장은 이날 직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날 직무정지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총장 임기제 취지를 부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새로 꺼내든 '재판부 사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단에 관련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 총장 측은 향후 집행정지 신청에 따른 법원 재판과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 등에서 검찰이 수집하고 공유한 정보에 위급하다고 판단될 만한 사안은 없으며, 검색이나 공개된 자료를 모은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내달 2일 열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도 이같은 반론을 내놓을 전망이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 하루만인 25일 밤 법원에 온라인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한 뒤 이날 직무배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 하루만인 25일 밤 법원에 온라인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한 뒤 이날 직무배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 연합뉴스

전국서 검사 성명 "총장 직책 박탈 시도에 우려"

검찰 내부 통신망에서는 평검사부터 부장검사와 검사장, 고검장까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명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이 잇달아 올라왔다.

조상철(서울)·강남일(대전)·장영수(대구)·박성진(부산)·구본선(광주)·오인서(수원) 등 일선 고검장 6명은 "총장의 지휘 감독과 판단을 문제 삼아 직책을 박탈하려는 건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별도의 글을 올려 "검사들의 인식과 입장 표명에 뜻을 같이한다"고 동참 의사를 밝혔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등 일선 검사장 17명은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다만, 이성윤(서울중앙)·김관정(서울동부)·이정수(서울남부) 지검장은 동참하지 않았다.

전날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과 부산동부지청 평검사들이 시작한 평검사 회의와 성명서 발표는 이날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오후 6시까지 서울동부·의정부·수원·대구·대전·부산·광주·울산·춘천·청주지검과 고양지청·천안지청·포항지청 평검사들이 성명서를 올려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철회를 요구했다.

평검사뿐만 아니라 일선 지청장들과 대검 중간 간부진, 의정부지검 간부진과 서울서부지검·부산지검 부장검사들, 서울중앙지검 부부장들도 성명서를 내 "윤 총장의 직무배제는 국가 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검찰청 인권감독관들도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개혁에 역행한다"는 합동 성명을 냈으며, 검사가 아닌 각 검찰청 사무국장들도 공동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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