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발언에 ‘발끈’한 김여정…“북한 코로나19 발언, 주제 넘어”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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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지난 5일 국제무대서 북한 코로나19 대응 지적해
김정은 아닌 김여정 담화문…불쾌감 강조하면서도 발언 수위 조절한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 장관이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부정적으로 말한 것에 대해 ‘망언’이라며 비난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방문 중에 우리(북한)의 코로나19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은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러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속심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우리는 정확히 들었고,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며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의 비판은 지난 5일 강 장관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 제1세션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강 장관은 당시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북한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 도전(코로나19)은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것은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의 비난 담화는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선언한 이후 약 6개월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김 부부장이 직접 담화문을 냈지만, 사실상 김 위원장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선언하며 방역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강 장관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 데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그럼에도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이 과거와 달리 간결하고 표현 수위도 조절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발언은 단 네 문장에 그쳤고, 전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게재되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아닌 2인자 김 부부장의 담화로 불쾌감은 강조하면서도 자체적으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강경화 장관의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북한 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결심하는 정책방향에 따라 남북관계의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12월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제1세션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외교부
12월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제1세션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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