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이름이 뭔가요?”…나주시 ‘황당 면접’ 논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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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R 접어든 부정채용 의혹…국민청원 놓고 공방전
청원인 “합격시킬 응시자에겐 쉽게, 불합격자에겐 까다롭게 질문”
나주시 “법과 규정따라 진행…수사 통해 명명백백히 가려질 것”

전남 나주시의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 의혹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시의원과 나주시 간 맞고소 대립에 이어, 최근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불공정한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를 밝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접수돼 관리자가 공개 요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40대 후반의 나주시민이라며 실명을 밝힌 청원인은 1남3녀의 다문화가정의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A(48)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시험에 응시했으나 모두 낙방했다. 

나주시청 전경 ⓒ나주시
나주시청 전경 ⓒ나주시

청원인 “113명 중 1등 했지만 탈락”

A씨는 “지난해 체력검증에서 나름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면접에서 탈락해 열심히 준비한 끝에 올 6월 또다시 환경미화원시험에 응시했고 1차 서류전형과 2차 체력검증에서 113명 중 1등을 했으나 또 탈락했다”며 “결론은 돈과 빽이 없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의 탈락 이유로 불공정한 면접시험을 지목했다. 그는 “합격자들에게는 ‘나주시장, 부시장 이름과 나주시 목(木), 취미가 무엇인가?’ 등을 질문했으며, 탈락시킬 응시생들에게는 ‘부정금품 수수시 범칙금이 얼마입니까?’ 등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이게 형평성과 공정한 면접인지 개탄스럽다”고 썼다. 

A씨는 “심지어 면접관 중 두 사람은 지난해 자신의 면접을 담당했던 사람들이었다”며 “올해까지 5년 동안 이 시험에 응시했던 사람들로부터 면접관 두 명은 5년간 면접관으로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또한 A씨는 “12월 초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탈락 응시생들을 “‘탈락했으니까, 불만이 있는 것이다’는 식으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렇다면 자기소개서에 펜으로 세 줄 쓴 사람을 합격시킨 것은 공정이냐. 나주시 총무국장을 엄하게 벌해 달라”고 했다. 

A씨는 경찰수사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전남지방경찰청이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비리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믿을 수 없다”며 “나주 사회에선 비선 실세가 이미 경찰들에게 작업해 맹탕 수사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말이 무성하다. 수사도 시간 끌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나주와 우리나라 청년들 그리고 저의 어린 자식들에게 돈과 빽(배경)이 아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행동에 나섰다”며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가 명명백백히 밝혀져, 노력이 통하고 꿈과 희망이 이뤄지는 나주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국민청원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영산강변에서 실시된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시험, 40㎏짜리 모래마대 오래들기 체력장 테스트 ⓒ나주시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 2차 체력장시험, 40㎏ 모래마대 오래들기 ⓒ나주시

나주시 “전국적 망신살 뻗치는 이유 모르겠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나주시는 “환경미화요원 공채는 법과 규정에 따라 일체의 부정과 비리 없이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입장문을 냈다.

나주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위 카더라 통신에 의존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은 시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청원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전남지방경찰청이나 광주지방검찰청 수사 종결 시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인데 지역사회도 모자라 전국적인 망신살을 뻗치고 정치 쟁점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나주시는 “앞으로 진행될 수사기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사실 관계를 시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문제로 지역사회에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과 시의회의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부연했다.

환경미화요원 채용 관련 의혹 지난 9월4일 나주시의회 지차남 시의원아 지적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 의원은 환경미화요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가 조작되고,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나주시 환경미화원 공채는 지난 4월 113명이 접수해 1차 서류심사, 2차 체력검증, 3차 면접시험을 통해 10명을 최종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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