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웅 대표 “코로나19 이후 위쿡은 더 성장할 것”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0:00
  • 호수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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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으로 스타트업(4)]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 인터뷰

외식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식당이 필요하다. 주방에서 요리해야 음식을 팔 수 있으니, 그것은 외식 창업의 당연한 조건이었다. 이 당연한 조건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다. 공유주방 서비스 ‘위쿡’을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다.

그는 증권회사에서 일하다 도시락 업체를 창업하면서 F&B(식음료) 업계에 뛰어들었다. 초기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내 모든 자영업자가 마주하는 당연한 문제에 부딪혔다. 임차료와 인건비, 식자재비 등 ‘초기 투자 비용’과 ‘고정비용’이라는 벽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비용을 낮출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 대표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식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설비를 함께 이용하면 고정비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위쿡이 탄생했다.

벽은 또 있었다. 식품 사업자로 영업신고를 하려면 독자적인 주방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규제였다.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를 두드렸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특례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위쿡은 이제 본격적으로 공유주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푸드 메이커(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위쿡은 이렇게 부른다)를 자유롭게 하는 모든 것들을 연결해 ‘F&B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위쿡의 포부를, 김 대표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위쿡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위쿡은 ‘F&B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파편화된 F&B 시장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키는 방법은 공통의 자원을 공유하는 형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위쿡을 시작했다. 공간과 설비를 제공하고, 그 외 사업에 필요한 리소스들을 검증된 파트너사들과 매칭해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위쿡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증권사에서 7년 근무하다가 도시락 배달 음식점을 시작했다. HMR 시장이 커지면서 간편식, 도시락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에서 식당, 요식업 운영은 경쟁이 치열하다. 70명당 1곳꼴로 식당이 있다. 매출은 늘리기 어렵고, 식자재 원가는 오르고, 임차료와 인건비는 계속 올라간다. 매출을 늘리기가 어렵다면 비용을 줄여야 한다. 여러 소규모 사업자가 모이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원자재를 대량 구매해 비용을 낮추는 것, 공통 필요 기능을 충족시켜주는 인력을 고용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가설들을 검증하면서 사업 모델을 만들게 됐고, 전 분야에 걸쳐 여러 솔루션을 제공하는 위쿡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모든 산업군에 미치고 있다. 공유주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나.

“F&B 산업은 온라인화되고 있다. 배달음식 위주로 비대면화되고 있었던 F&B 사업 트렌드에 코로나19가 가속도를 붙였다. 이제 온라인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다. 위쿡은 제조형 공유주방과 배달형 공유주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배달음식과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 F&B 사업의 허브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 공유주방 사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 보는 이유다.”

 

식품에 대한 안전성, 식당에 대한 위생도 대두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준 시범사업이다 보니, 위쿡의 공유주방은 특히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위쿡 화이트’라는 인증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공유주방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달에 1회 이상 위생점검을 하고 있다. 위쿡 화이트 인증을 받으면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위생에 투자하는 업체에 혜택을 주는 사례도 만들 예정이다.”

 

많은 창업을 지켜봤을 것 같다. 한국에서의 외식업 창업은 어떤 특성이 있나.

“한국은 외식업은 유행이나 프랜차이즈에 치중돼 있는 경향이 있었다. 유행에 편승해 스몰비어, 마라탕, 떡볶이집 등이 생겼다. 최근에는 시장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은퇴 후 노후 대책으로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본인만의 브랜드를 갖고 성장시켜보려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시류를 읽는 눈도 필요하다. 몇 년 전 건강에 대한 트렌드를 살려 샐러드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은 크게 성장했다. 지금 당장 유행하는 것을 하면 길게 가지 못한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창업자가 늘어나면 시장의 체질도 바뀔 것으로 본다. 이제 대량생산 체제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 체제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외식업 분야의 창업 환경과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한 곳이다. 2년 전 통계치로 25.4% 정도다. 미국(6.1%), 영국(15%)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시장의 밸류가 바뀌고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줘야 하는 이유다. 개별적으로 창업하고 경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화를 해야 한다. 위쿡이 자영업자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B 산업은 묶어놓고 보호해야 할 소상공인의 자영업이 아니라, 육성해야 할 스타트업의 범주에서 바라봐야 한다.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육성의 대상이 돼야만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공유주방 입점 업체의 제품 유통을 돕는 방안이 있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제휴해 ‘푸드 메이커’의 제품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나 비건 도시락 등 MZ세대가 찾는 새로운 아이템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애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제품의 유통을 돕는다. 올해 와디즈와 MOU를 체결했고, 와디즈에서도 본격적으로 ‘푸드 메이커’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푸드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도 나서고 있는데.

”위쿡에 입점한 푸드메이커들에게 브랜딩, 마케팅, 메뉴 개발 등의 인큐베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여름 GS홈쇼핑, GS리테일 등과 함께 론칭한 푸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넥스트 푸디콘’도 그 푸드 스타트업 육성의 일환이다. 푸디콘은 푸드 비즈니스계의 유니콘이라는 신조어다. GS가 자금을 출자하고, 위쿡이 공동 기획 및 운영을 담당했다. 지금까지 위쿡이 쌓아온 역량을 통해 푸드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개성과 다양성을 갖춘 브랜드들이 떠오르고 있다. 시장 변화 속에서 좋은 푸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푸드 메이커 육성 시스템과 관련해 참고하는 해외 사례가 있나.

“국내에서는 정책과 산업을 저희가 처음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위쿡이 롤 모델일 것이다. 인큐베이션을 기반으로 각종 파트너십까지 아우르는, F&B 사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곳은 이전까지 없었다. 후발 주자들은 우리의 사업 중 하나를 특화해 진행하는 형태다.”

 

해외 진출 계획도 궁금하다.

”일본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 새해 상반기에는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진출할 예정이다. 푸드 메이커 브랜드들도 함께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위쿡의 최종 미션은.

“푸드 메이커를 자유롭게 하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파편화된 외식 산업을 위쿡이라는 플랫폼으로 묶어내 효율적인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F&B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위쿡의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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