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위쿡, 푸드 산업 생태계를 바꾸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0:00
  • 호수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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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으로 스타트up(4)] 공유주방에서 외식창업 동반자로
푸드 메이커의 제품 유통과 금융 지원에도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많은 사업 모델이 비대면의 절벽에서 추락할 때, 공유경제의 미래도 어둡게 점쳐졌다. 공유경제가 필연적으로 ‘접촉’이라는 요소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류를 읽은 공유경제 기업의 움직임은 달랐다. 코로나19가 확장한 비대면 시장에 올라탔다. 배달음식 위주로 재편된 F&B(식음료)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단순히 주방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배달음식과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허브로 나아가기로 했다. 2015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스타트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운영하는 위쿡의 이야기다.

위쿡 서울 사직점은 F&B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다. 사직점 공용주방의 모습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위쿡 서울 사직점은 F&B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다. 사진은 사직점 공용주방의 모습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배달형 공유주방 ‘위쿡 딜리버리’의 성장

본래 식품위생법은 주방의 공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수의 사업자가 한 주방을 공유하면서 창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푸드 메이커(모든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쿡은 이렇게 부른다)들이 위쿡의 사업자를 빌려 영업해 왔던 이유다. 그러나 위쿡이 지난해 민간 공유주방 사업자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의 특례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푸드 메이커들의 사업자 등록이 가능해졌고, 위쿡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B2B 판매까지도 가능해졌다. 그렇게 본질적 의미를 살릴 수 있게 된 공유주방 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많은 푸드 메이커가 위쿡에 입주해 다양한 메뉴를 구상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실증특례 적용 이후 6개월 동안 위쿡을 통한 식음료 창업 문의는 1000건이 넘었고, 입점 업체가 늘어나면서 위쿡의 매출(거래액)은 2019년 대비 1.5배 이상 성장했다.

위쿡의 공유주방은 단순히 큰 공간을 나눠 쓰는 개념이 아니다. 다양한 푸드 메이커가 니즈(욕구)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세 가지 형태의 공유주방이 있다. 주문을 받아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푸드 메이커를 위한 배달형 공유주방, 도시락 등 완제품을 판매하는 개인이나 업체를 위한 제조유통형 공유주방,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까지 빌려주는 식당형 공유주방이다. 제조유통형은 서울 사직동과 송파에, 배달형은 서울 신사·논현·역삼에 있다. 식당형은 서울 강남과 을지로, 종로, 제주 등에 위치한다. 현재 위쿡에 입점해 음식을 만들고 있는 푸드 메이커는 124팀. 누적된 푸드 메이커는 510팀에 이른다.

위쿡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집중하는 것은 배달형 공유주방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배달음식의 수요가 커진 상황. 위쿡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배달음식과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 F&B 사업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특히 배달형 공유주방인 ‘위쿡 딜리버리’의 입점 문의와 매출액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배달형 공유주방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 매출에 비해 위쿡 딜리버리의 11월 매출은 1.4배로 증가했다. 가장 매출이 증가한 논현점은 11월을 기준으로 1월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배달형 공유주방의 가능성을 본 위쿡은 배달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브랜딩, 마케팅, 메뉴 개발 등 인큐베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식품 안전팀을 구성해 위생관리 서비스까지 구축한다. 푸드 메이커들이 음식을 만들고 포장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달 접수와 배차는 위쿡의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담당한다. 공유주방이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는 또 있다. 포장용 패키지와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비용을 절감하고, 지점별 담당 매니저가 매달 매출 분석을 함께 진행한다. 위쿡 직영 라이더를 고용해 저렴한 수수료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위쿡 딜리버리의 장점이다.

위쿡 딜리버리는 입점 푸드 메이커의 매출을 책임지고 상생하는 구조라는 데도 의미가 있다.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의 경우 제품을 만들어 바로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당 임대료를 받지만, 배달형과 식당형 공유주방은 고정된 임대료 대신 매달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불하는 수수료 구조를 채택했다. 장사가 잘되면 위쿡도 돈을 벌지만, 매출이 낮게 나오면 위쿡이 받는 수수료도 낮아진다. 이 상생의 구조 속에서, 위쿡은 입점업체들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과 IT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한다.

검증된 푸드 메이커는 식당형 공유주방으로 진출할 수 있다. 위쿡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거치고, 사업 가능성과 전문성을 입증받은 푸드 메이커를 선별해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T.F.M(The Food Makers)이라는 이름의 이 공유식당에서 일식 캐주얼 키친 ‘부타이’, 한식 캐주얼 다이닝인 ‘단상’, 공유주방에서 생산된 베이커리를 선보이는 ‘카페 아르크’ 등 외식 브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공간뿐 아니라 음식 사업에 필요한 재료 공급, 주문과 배달, 판매를 위한 마케팅 기획과 브랜드 전략 등의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기에, 위쿡은 단순한 공유주방이 아닌 하나의 플랫폼으로 해석된다. 다양한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푸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도 위쿡이 스스로 만든 과제다. 최근 배달 창업을 준비 중인 외식 사업자를 위한 ‘딜리버리 브랜드 인큐베이션 프로그램(dip)’을 론칭한 것도 그 일환이다. 브랜딩과 메뉴 개발 등의 컨설팅을 지원하고, 배달 앱의 마케팅 전략까지 함께 꾸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위쿡 서울 사직점은 F&B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다. 사진은 2층에 위치한 공용주방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푸드 스타트업 육성·지원에 나서는 인큐베이터

푸드 메이커들의 제품 유통과 금융 지원에도 나섰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인큐베이션 및 펀딩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 있는 푸드 메이커를 모집하기로 한 것이다. F&B 스타트업에는 초기 금융 지원이 큰 힘이 된다. 요식업 스타트업·사업자들이 사업 초기 투자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받거나 우대금리 적금에 가입할 수 있는 협약도 하나은행과 맺었다.

실제로 위쿡을 필두로 한 공유주방들은 많은 창업자의 비용을 절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공유주방 시범사업장을 통한 신규 창업으로 창업자들의 초기 투자비용이 약 126억원 절감된 것으로 추산된다. 공유주방의 성장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은 “배달시장 성장,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 외식 소비 트렌드 변화 그리고 벤처투자 활성화 및 공유경제 육성 기조 등으로 공유주방 산업의 외형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외식 사업자들도 공유주방을 주목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의 타격이 늘어나면서 공유주방을 돌파구로 모색하는 것이다. 풀무원도 위쿡과 업무협약을 맺고 배달음식 메뉴 개발에 나선 바 있다.

공유주방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도록, 공유주방 개념을 명문화하는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자영업자의 창업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공유주방에 대한 논의가 여기까지 발전하기까지, 규제를 완화하고 플랫폼을 활성화시킨 위쿡이 그 중심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공유주방이 외식업의 새로운 해법이자 자영업자들의 창업 토대로 떠오르는 지금, 위쿡의 지향점은 ‘F&B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는 “위쿡의 지향점은 푸드 메이커를 자유롭게 하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파편화된 외식 산업을 위쿡이라는 플랫폼으로 묶어내 효율적인 사업이 가능한 F&B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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