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카디즈’ 침범에…美 “한국과 긴밀히 조율”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3 13: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앞두고 중·러 ‘밀착’ 행보…동맹국 ‘흔들기’ 의도
12월22일 오전 8시 중국 군용기 4대와 과 러시아 군용기 15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진인했다가 오후 3시20분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국방부 영문 홈페이지·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12월22일 오전 8시 중국 군용기 4대와 과 러시아 군용기 15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진인했다가 오후 3시20분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국방부 영문 홈페이지·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전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진입해 연합 훈련을 한 사안을 두고 미국 국무부가 한국 정부와 조율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중·러 연합 훈련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동맹국 흔들기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한·미 간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전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에 대해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도를 막겠다”며 “동맹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을 어길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최근 중·러의 도발적 공군 훈련에 대해서 우리의 동맹인 한국의 우려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조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넘어 중국 군용기 4대가 차례로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에 진입했고 이 중 2대는 울릉도 동쪽 일대를 지나 카디즈를 이탈했다. 이어 러시아 군용기 15대도 차례로 동해 카디즈 북쪽에서 진입한 가운데 2대는 독도 동쪽으로 카디즈를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하는 등 여러 차례 카디즈를 침범했다. 이날 오후 3시20분쯤에야 중·러 군용기는 모두 카디즈를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군용기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선으로, 개별국가의 국토에 포함되는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다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을 진입할 때는 해당 국가에 사전에 비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진압하는 위치 등의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 것이 국제 관례다. 

우리 군은 중국이 카디즈 진입 전에 한·중 직통망을 이용해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통보했다고 설명하며 “중·러의 연합훈련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러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은 최근 반복되고 있다. 작년 7월에도 중국의 폭격기 2대와 러시아 폭격기 2대·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총 5대가 카디즈에 진입한 바 있다. 이때는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영공까지 침범했다. 또 지난 8월28일에도 러시아 군용기 2대가 경북 울진 동쪽 카디즈에 진입해 30여 분간 비행했다. 

중·러의 카디즈 진입은 내년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앞서 미국의 동맹국들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러 국방부는 이번 연합훈련이 양국의 전략 협력 수준 및 능력을 높이는 차원으로 제3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베이징 소식통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들을 앞세워 중·러를 압박하겠다는 태도에 이번 연합훈련엔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중·러의 외교장관들이 전화통화를 하는 등 대미 전략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점도 주목된다. 중·러 외교장관은 전날 전화통화를 통해 “세계가 혼란할수록 중·러의 관계는 더욱 안정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시대를 역행해 일방적인 제재를 휘두르고 있다”, “미국의 다자주의 파괴 해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 등의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중·러 연합훈련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 주재 무관에게 유선으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유사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방 당국 간 사전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