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모범국 대만 ‘T방역’의 비결은 이것
  • 대만=부원승 자유기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4 10: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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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감염원 차단·엄격한 처벌이 주효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58%로 상향 조정

2020년, 전 세계가 직면한 난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각국의 대응은 엇갈렸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응을 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 12월22일 지역 감염자가 1명 발생했지만, 그 전까지 8개월 연속 국내 확진자 ‘제로(0명)’를 기록하며 ‘코로나 모범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23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만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월28일 기준 793명(퇴원 654명), 사망자는 7명뿐이다. 대만 외교부에 따르면 대만의 성공적 방역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협력을 구한 나라만 35개국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가장 위태로운 나라로 꼽혔던 대만은 어떻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상황을 통제해 낸 것일까.

대만 중남부 도시 자이(嘉義)의 철도역 앞에 마스크를 쓴 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현지 행정 당국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려는 취지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EPA 연합
대만 중남부 도시 자이(嘉義)의 철도역 앞에 마스크를 쓴 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현지 행정 당국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려는 취지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EPA 연합

국민 신뢰 얻은 초동 대처가 주효

신속한 초동 대처가 철통 방역의 시작이었다. 초기에 역내 유입을 봉쇄한 점이 대만 방역 성공의 첫 번째 비결로 평가받는다. 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감염원을 차단한 나라다. 먼저 중국발(發) 입국을 발 빠르게 봉쇄했다. 2019년 12월31일 중국이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한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통보했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만 정부는 우한발 대만 직항 비행편에 대해 검역 조치를 실시했다.

2020년 1월20일 대만 정부는 중앙유행전염병지휘센터(지휘센터)를 조직해 방역 대응 컨트롤타워를 정비했다. 1월23일에는 대만 국적기의 우한 직항 비행편을 모두 취소시켰고, 이틀 후엔 중국으로의 단체관광도 모두 금지했다. 2월에는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3월 팬데믹 상황에선 거류증 소지자 외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고 빗장을 걸어 잠갔다.

마스크 생산과 분배의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해결했다. 코로나19 초기, 공황에 빠진 대만 국민이 마스크 사재기를 시작하자 정부가 나섰다. 마스크의 국외 수출을 금지하고, 공장에서 생산한 마스크 전량을 정부가 사들인 것이다. 매일 대만 내에서 생산되는 400만 장의 마스크를 지휘센터를 통해 의료기관과 국민에게 전달했다. 판매가격도 기존 8대만달러(약 312원)에서 5대만달러(약 195원)로 낮췄다.

마스크 사재기와 담합 행위에 대해서도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위생복리부에 따르면 마스크 사재기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약 1170만원의 벌금에 처하고, 매점매석 행위를 하거나 마스크 가격을 올리는 경우에는 1~7년 이하의 징역형과 2억원에 가까운 벌금형을 받는다. 마스크와 관련된 담합 행위를 하면 최고 20억원에 달하는 벌금형을 받게 된다.

2월부터는 ‘마스크 실명제’도 실시했다. 건강보험카드를 지참하고 약국을 방문해 신분증 끝자리 수에 따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마스크 실명제 2.0’을 실시해 건강보험카드 인증을 통한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하면서 기존 문제들을 정리했다. 지역마다 다른 마스크 재고 문제를 해결하고, 약국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위험을 방지한 것이다. 또 마스크를 예약 구매해 가까운 편의점에서도 받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공공장소 등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일찌감치 의무화함으로써 효과적인 방역의 토대를 만들었다.

대만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뼈아픈 교훈이 있었다. 2003년 사스의 습격을 받은 대만은 대공황에 빠졌다. 당시엔 감염증 대책을 총괄하는 지휘센터가 없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개인의 혼란은 가중됐다. 확진자 346명 중 7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무려 1조5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도 입었다. 하지만 사스 사태 이후 대만은 달라졌다. 감염병 사태가 터졌을 때 모든 행정부처를 아우르는 지휘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했다.

과거를 잊지 않은 대만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대처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코로나19 발생 후 대만은 위생복리부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지휘센터를 조직하는 등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감염병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은 감염병에 대처하는 좋은 습관으로 이어졌다. 손 씻기나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의 개념이 초기부터 형성됐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행동제한 조치 등도 적극 수용했다.

 

방역수칙 위반·가짜뉴스 ‘무관용 처벌’

대만 당국은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따라 그에 맞는 방역 조치를 선포했다. 연휴기간에 인파가 머무르는 장소에 다녀온 사람은 2주간의 자율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해외 입국자는 모두 2주 동안 자가 검역을 해야 하고, 외출도 금지된다. 격리 조치 관련 처벌 조항도 엄격하다. 대만은 감염병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격리와 벌금 부과를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법도 개정했다. 격리 조치를 위반하면 최고 39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부과되는 벌금도 약 60만원에 이른다. 이렇듯 대만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무관용 원칙’으로 법을 집행했다. 방역 규정은 내·외국인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만 정부는 지난 12월초 격리 수용 수칙을 8초 동안 위반한 필리핀 국적 남성에게 약 39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감염병 시국에선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태 초기부터 TV, 신문, 잡지, 라디오 등 각종 매체가 매일 최신 상황을 보도했다. 매일 몇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지 지속적으로 알렸고, 확진자들이 어디를 방문했는지, 어떤 사람들과 접촉했는지도 미디어를 통해 보도했다. 해당 시간에 확진자 방문 장소를 찾은 이들은 자율 건강관리를 2주간 실시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은 2주의 자가격리와 일주일의 자율 건강관리를 했다. 대만 국가통신위원회는 모든 TV 채널이 위생복리부의 방역 관련 영상을 시간당 1회, 1회당 1분 동안 의무적으로 방송하도록 하면서 방역 관련 정보를 최대한 전파했다.

코로나19 대응 외신 브리핑을 진행하는 천스중 대만 위생복리부장. 천스중 부장은 기자회견을 매일 직접 진행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의 정보와 조치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 외신 브리핑을 진행하는 천스중 대만 위생복리부장. 천스중 부장은 기자회견을 매일 직접 진행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의 정보와 조치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혼란을 막기 위해 감염병과 관련한 헛소문이나 가짜뉴스를 퍼뜨린 이에겐 1억원이 넘는 벌금 혹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안도 마련했다. 대만 국민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처에 높은 신뢰를 보인다.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면 방역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한 대만 당국은 매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휘센터 지휘관인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의 정보와 조치를 통합 관리했다.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한 점도 신뢰의 기반이 됐다.

방역에 성공한 대만은 다른 국가들이 겪었던 ‘경제적 셧다운’을 피해 갔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소요가 급증한 전자제품과 하이테크 상품 등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수출 실적이 증가했다. ‘메이드 인 대만’에 대한 신뢰도 확보했다. 대만 중앙은행은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8%로 상향 조정했다고 12월17일 밝혔다. 세계 주요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대만은 세계적으로 드문 2%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국민 안전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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