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충격 휩싸인 日…5선 의원도 검사 못받고 사망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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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남아공 변이 모두 확인…누적 15명, 추가 전파 우려
현직 의원 첫 사망 사례도…고열에도 이틀동안 검사 대기
일본 수도 도쿄의 번화가인 아오야마 쇼핑 거리가 12월27일 마스크를 쓴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에서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감염 사례가 잇달아 확인되자 12월2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일본 수도 도쿄의 번화가인 아오야마 쇼핑 거리가 12월27일 마스크를 쓴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에서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감염 사례가 잇달아 확인되자 12월2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신규 확진자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일본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까지 겹치며 비상이 걸렸다. 주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된 일본은 추가 전파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진단 검사조차 받지 못한 채 사망한 5선 국회의원까지 발생하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29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일일 신규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모두 7명이다. 특히 이날 확진자 중에는 남아공에서 발견된 변이에 감염된 30대 여성도 1명 포함됐다. 남아공에서 퍼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일본에서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보고된 영국발 확진자를 포함해 일본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이로써 총 15명으로 됐다.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모두 확인된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변이 확진자가 늘고 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카타르 수도 도하를 경유해 19일 수도권 관문 공항인 나리타(成田)공항으로 일본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별도 시설에 대기했기 때문에 밀접 접촉자는 없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하지만 앞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가족을 포함해 여러 시설에 전파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도쿄에서는 공항 검역을 면제받은 항공기 조종사가 일반 의료기관에서 뒤늦게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영국에 간 적이 없는 그의 가족도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달 13일 영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50대 여성은 공항 검역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열흘 가까이가 지난 뒤 22일에서야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일본 사회에 이미 광범위하게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기준 일본 전역에서 확인된 신규 확진자는 2400명이다. 주말 검사 건수 감소 영향을 고려하면 이번주 일일 신규 감염자는 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일본 내 누적 확진자는 22만4488명이며, 사망자는 3330명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첫 현직 국회의원인 하타 유이치로(53). 하타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12월27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던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당시 국토교통상이었던 하타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AP·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첫 현직 국회의원인 하타 유이치로(53). 하타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12월27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던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당시 국토교통상이었던 하타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AP·연합뉴스

현직 의원, 고열에도 이틀째 검사 대기하다 사망

이 사망자 가운데에는 현직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다.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53) 입헌민주당 참의원(상원) 의원은 지난 27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갑자기 숨졌고, 사망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에서 국회의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입헌민주당 간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하타 의원은 지난 24일 측근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자신도 검사를 받기 위해 참의원 진료소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문의했다. 그날 밤 그의 체온은 38.6도까지 올랐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하타 의원 측은 이튿날인 25일 온라인으로 PCR 검사를 신청했지만, 이틀 후인 27일 오후로 예약이 잡혔다. 검사 당일 비서가 운전한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던 하타 의원은 차 안에서 급격히 호흡이 나빠졌고 "나 폐렴인가"라는 말을 남긴 뒤 대화가 끊어졌다고 한다.

이후 하타 의원은 구급대에 의해 도쿄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하타 의원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하타 의원의 갑작스런 죽음에 정치권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후쿠야마 간사장은 "(하타 의원의) 직접 사인은 코로나19 감염"이라며 "PCR 검사가 하루만 빨랐어도 목숨을 건졌을지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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