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천 생태하천 해수도수 가동했더니…검은 오염수 ‘콸콸’
  • 권대오 영남본부 기자 (sisa521@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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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도수관 속에 차 있던 흙들이 나오거나 취수 과정에서 침전물과 섞이고 혼합된 상황, 지켜봐야”
수질 개선을 위해 설치한 해수도수관에서 쏟아지는 오수 ⓒ시사저널 권대오
수질 개선을 위해 설치한 해수도수관에서 쏟아지는 오수 ⓒ시사저널 권대오

12월28일 부산 서면 부근 전포천과 동천이 만나는 지점에 설치된 4개의 방류구로 시꺼먼 오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방류구는 하루 6만㎥에 달하는 바닷물을 토해낼 수 있는 시설인데, 검은 오수가 터져 나오자 동천 상류는 금세 검은 물 천지로 변했다.

올해는 부산시가 동천 수질 개선을 위해 바닷물을 가져오는 해수도수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지 5년째다. 오랜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험 가동한 해수도수관에서 쏟아진 바닷물은 기대했던 맑은 물이 아니었다. 수질오염으로 악명 높은 동천보다 오히려 더 검은색의 오염수였다.

부산시는 지난 2015년부터 281억원을 들여 하루 25만㎥으로 해수 방류량을 확대하는 동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루 5만㎥ 규모의 기존 해수도수사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해년도 유지관리 예산 8억원도 책정됐다.

전포천 합류부(6만㎥), 범4호교 하류부(7만㎥), 성서교 인근(7만㎥)에 신규로 방류구가 설치됐다. 방류구는 모두 수면 아래 바닥 부근으로 바닷물을 흘려보낸다. 반면 기존 방류지점인 광무교 벽천분수(3만㎥), 범4호교 인근 공작분수(1만㎥), 문현동이마트 부근 공작분수(1만㎥)는 폭포와 분수를 통해 수면 위로 방류가 이뤄졌다. 

문제가 된 전포천 합류부 방류구는 수면 아래에 방류되는 곳이다. 하지만 썰물로 물이 빠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시험 방류 과정에서 검은 오염수가 나온 원인은 도수관로에 축적된 오염토 탓으로 추정되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희 숨쉬는 동천 대표는 “도수관 속에 차 있던 흙들이 나오거나 취수 과정에서 침전물과 섞이고 혼합되면서 나타난 상황으로 추측된다. 며칠 동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 동천범람 당시, 하류 물길을 막은 해수도수 펌프장 공사현장 ⓒ시사저널 권대오
올해 여름 동천범람 당시, 하류 물길을 막은 해수도수 펌프장 공사현장 ⓒ시사저널 권대오

동천 수질 개선을 위한 해수도수사업 펌프장과 취수구 위치도 논란이다. 동천 하류 55보급창 인근에 설치된 해수도수 펌프장의 취수관로 길이는 64미터에 불과한 탓에 북항 먼바다의 깨끗한 바닷물을 가져올 수 없다. 동천 상류에서 내려오는 오염수가 하류에 설치된 펌프장을 통해 다시 상류로 올라가는 구조라 ‘오염이 악순환’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순태 래추고도시재생뉴딜 주민협의체 회장은 “공사로 물막이 할 당시를 보면 동천으로 흐르는 물이 거의 없다. 밀물 썰물로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하루 25만㎥를 더한다고 정화가 될지 의문이다. 돈도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사업의 실효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희자 부산시 동구의회 의원은 “지난여름 해수도수사업 공사를 위한 임시 흙막이를 제때 철거하지 않아 동천이 범람하면서 시민들이 수해의 고통을 겪었다. 해수도수펌프장도 동천 하구 물길을 막고 있다. 하류의 오염된 바닷물을 상류 수질정화에 사용하는 ‘오염의 악순환’도 문제다”고 말했다.

해수도수 펌프 가동 전 맑았던 동천 모습 ⓒ정순태 래추고 도시재생뉴딜 주민협의체 회장
해수도수 펌프 가동 전 맑았던 동천 모습 ⓒ정순태 래추고 도시재생뉴딜 주민협의체 회장

올해 3분기 해양환경측정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천 하류 바닷물의 생태기반해수수질기준(WQI)은 5등급이다. 가장 나쁜 등급이다. WQI 수치가 높을수록 수질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23점 이하면 ‘매우 좋음’, 60점 이상이면 ‘아주 나쁨’ 등급으로 분류된다. 동천 하류 바닷물의 WQI는 88점이다. 부산시 수질측정 대상 중 가장 나쁜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북항내항·북항외항은 각 58점, 52점으로 동천 하류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하다. 하지만 이 수치마저 4등급인 ‘나쁨’ 등급에 속한다.

동천은 조석의 영향으로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감조하천이다. 폭우로 빗물에 섞인 하수가 동천으로 유입되면 수질이 악화되는 특성을 가진 도심하천이다.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철은 수질이 악화되고, 비가 적은 가을과 겨울철은 상대적으로 수질이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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