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파고는 넘기 힘들다” 故박원순이 남긴 마지막 말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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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하기 어렵다” 사망 전 측근에 심경 토로
檢, 피소 내용 유출 의혹 모두 불기소 처분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7월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하기 전 측근들에게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검은 30일 박 전 시장을 비롯한 관련자 23명의 휴대전화 총 26대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박 전 시장과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의 휴대전화 2대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지난 7월8일 임 특보를 통해 '구체적 내용과 일정은 알 수 없으나 피해자의 고소와 여성단체를 통한 공론화가 예상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튿날 박 전 시장은 공관에서 고한석 전 비서실장을 만나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며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이미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전 시장은 고 전 실장과의 대화를 나눈 뒤 오전 10시44분께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다. 이후 북악산 쪽으로 이동한 뒤인 오후 1시24분께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15분 뒤인 오후 1시39분 고 전 실장과 마지막으로 통화하면서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는 이날 오후 3시39분께 끊겼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사망하기 전날인 7월8일 오후 3시께 임 특보가 "시장님 관련하여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묻자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 임 특보가 재차 "4월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으시냐"고 물었는데도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당일 밤 11시께 임 특보와 기획비서관 등을 공관으로 불렀고, 이 자리에서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4월 사건'은 지난 4월14일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남성 직원이 이 사건 피해자를 성폭행한 일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해 직원은 이후 재판에 넘겨져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 직전 남긴 텔레그렘 내역 중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 등 심경이 드러난 메시지에서 삭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서울중앙지검과 청와대, 경찰 관계자 등을 모두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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