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특혜 논란 바라보는 예술계의 엇갈린 시선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5: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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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씨 ‘코로나 지원금’ 논란에 다른 수령자들 “문제 없다” vs “도의적으로 문제”
“예술계 관심도 없다가 대통령 아들 돈 받으니 달려드나”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39)가 받은 ‘코로나 예술인 지원금’을 두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비판 공세가 가열됐다. 비판의 주된 논리는 “가난한 예술인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문씨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침묵하고 있던 다른 지원금 수령자들이 시사저널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2020년 10월22일 인천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에 비판적이나, 文씨 지원금은 문제 없다”

문씨가 혜택을 받은 사업은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4월 실시한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이다. 재단은 해당 사업을 통해 연극, 무용, 음악, 시각 등 9개 분야의 프로젝트 약 150건에 지원금을 줬다. 문씨는 시각 분야에서 미디어아트 개인전으로 지원금을 받았다. 수령 액수는 해당 분야 최대 지원금액인 1400만원이다. 문씨와 함께 시각 분야에서 지원금을 받은 프로젝트는 총 46건이다. 본지는 이 가운데 연락처가 확인된 프로젝트 대표자(미술계 종사자) 18명과 접촉을 시도했다. 일부 종사자는 ‘정치권과 언론의 왜곡이 심하다’는 데 동의하며 실명을 밝히고 인터뷰에 응했다. 

김용관 작가(41)는 문씨의 지원금 수령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조국 사태부터 문재인 정부가 얽혀 있는 일련의 사안에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문씨가 정당한 심사를 거쳐 지원금을 받았다면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씨는 대통령 아들이기 이전에 한 명의 작가”라고 덧붙였다. 

설치미술계에서 주목받는 김 작가는 여러 기업과의 협업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다른 작가 4명과 함께 코로나 지원금 14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은 지난 12월 서울 종로구에서 개최한 전시회 《네오탁구》에 사용했다. 

최재혁 큐레이터(37)는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란 전시회로 지원금 1400만원을 받았다. 그도 김 작가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최 큐레이터는 “서울문화재단의 사업은 서울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누구에게나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문씨는) 정당한 자격으로 신청을 했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지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원금 수령 작가 A씨 또한 “문씨도 코로나로 인한 피해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업의 제출서류 중에는 ‘코로나19 피해사실 확인서’가 포함돼 있다. 

최 큐레이터는 “이번 사업은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1400만원이란 금액은 어디까지나 ‘창작지원금’으로 전시와 작품 준비를 위한 용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 공고에 따르면, 코로나 지원금의 용처는 ‘예술활동에 소요되는 인건비성 경비와 대관료’로 한정돼 있다. 

문씨는 지원금 전액을 인건비에만 썼다고 한다. 대관료는 문씨에게 공간을 내준 금산갤러리 측에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문씨는 신청서에 본인 인건비 100만원을 뺀 나머지 1300만원을 프로그래머, 3D아트 기술자, 사운드 기술자 등 3명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써 냈다”고 설명했다. 문씨가 100만원을 챙긴 부분은 ‘지원금 총액의 20%(280만원) 이내에서 본인 사례비 책정 가능’이란 사업 조건에 따라 문제가 되진 않는다. 

ⓒ금산갤러리 홈페이지

“1400만원, 전시회 여는 데 넉넉한 돈 아냐”

또 다른 지원금 수령 작가 B씨는 “원래 예술 지원금은 인건비로 많이 들어간다”며 “(문씨가) 본인 인건비를 100만원만 챙긴 건 오히려 양심적”이라고 했다. 그를 포함한 복수의 예술계 종사자는 지원금 1400만원이 전시회를 여는 데 넉넉한 액수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문씨가 공짜로 공간을 빌린 점에 대해 김용관 작가는 “요즘은 외부 지원을 받고도 대관료 없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문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심사위원을 편파적으로 구성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각 분야 심사위원 5명 중에는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가 포함돼 있다. 그는 2012년 문씨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당시 문씨가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 출품했는데, 이때 비엔날레 총감독이 유 교수였다. 다만 지원금 수령자들은 이 부분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용관 작가는 “미술계에 8년 정도 몸담고 있다 보면 누구와든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가 B씨는 “지원금 수령자 전원의 인맥을 모두 조사해 보면 심사위원과 연이 닿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같은 지원금을 받은 작가 C씨는 “나는 학부만 졸업하고 집에서도 지원받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그만큼 공평하게 심사해 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최재혁 큐레이터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 “어떤 영화감독이 과거 무명의 배우를 캐스팅해 작품을 만들었다. 8년 뒤 그 배우가 성장해 영화제 수상 후보에 올랐다. 마침 영화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8년 전 그 감독이다. 이럴 경우 시상을 무효화해야 되나?”

그럼에도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절차가 정당했더라도 굳이 대통령 아들이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아야 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지난 12월21일 논평에서 “문씨는 보조금이 필요한 영세 작가인가”라고 비꼬았다. 다음 날 문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들은 함부로 영세 예술인을 입에 담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원금 수령자들은 ‘영세 예술인’이란 표현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정말 힘든 사람들에게 양보했어야” 지적도

최재혁 큐레이터는 “영세 예술인이란 말의 문제는 ‘예술가는 가난하고 돈을 지원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감정적 동요를 일으켜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려는 모습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원금 수령 작가 D씨는 “영세 예술인이 지원금을 받는다는 프레임은 상당히 기분 나쁘고 노엽다”고 밝혔다. D씨는 정식 인터뷰를 거절하며 “예술계의 중요한 문제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대통령 아들이 돈 받은 것에 혈안이 돼 달려드는 정치인들에게 떡밥을 던져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외부의 한 예술계 인사는 “그럼 대통령 아버지가 도와줘서 전시회를 열면 문제 삼지 않을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문씨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지원금이 절실한 예술계 일각에선 고까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경남 거제시 예술인들은 “시가 재난지원금을 교부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드러났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를 이끌고 있는 15개 지역 예술인 단체의 정홍연 대표는 “문씨의 지원금 수령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일갈했다. 정 대표는 “문씨가 받은 돈이 재난지원금이 아닌 창작지원금이라 해도, 대통령 아들이 그걸 받을 정도일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받았다 해도 정말 힘든 사람들에게 양보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역 예술인들은 거제시가 추진 중인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예술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지원 규모는 총 4억원. 그런데 거제시가 지난 7월 사업 집행 권한을 거제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거제지회)에 넘겨버렸고, 이는 거제예총에 가입되지 않은 예술인들의 반발을 샀다.

한편 문씨의 발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용관 작가는 “문씨가 자신감 있는 건 좋지만 SNS상의 화법이 직설적이고 날이 서 있다는 말이 들린다”고 전했다. 문씨는 지난 12월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피눈물 흘리며 미술품 팔아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작가는 “핀트(초점)가 어긋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싸가지 없다”(김재원 전 의원)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12월22일 문씨에 대해 “공감능력이 박약하다”며 “좀 예의 바르게 글을 써야 했다”고 블로그에 올렸다. 

그렇다면 ‘작가 문준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김용관 작가는 “자격이 없다고 쉽게 말하기는 힘든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문씨의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으로 봤을 때 코딩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여러 인터랙티브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반면 한 미술 칼럼니스트는 “문씨는 아직 작가라고 얘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작가라는 자격이 시험을 쳐서 따는 면허가 아닌 이상, 작가로 인정받으려면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을 일정 횟수 이상 열고 평단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씨의 이번 개인전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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