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와 윤석열, 동지에서 적으로…‘운명의 대격돌’ 불가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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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자 “국민 목소리 경청해 검찰개혁 완수”
지난 정권서 ‘윤석열 형’이라 칭하던 상황과 정반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신임 법무부 장관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을 내정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와 답변을 하는 윤 총장(왼쪽)과 박 후보자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신임 법무부 장관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을 내정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와 답변을 하는 윤 총장(왼쪽)과 박 후보자 ⓒ 연합뉴스

2020년을 휩쓸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극한 대립이 2라운드에 접어들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3선 국회의원인 박범계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양측의 정면 대결은 새해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박 후보자가 줄곧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 총장을 압박해 온 만큼 충돌 강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권에서 비(非)검찰 출신이 법무부 장관을 맡아 온 기조를 이어가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은 교수 출신 박상기·조국 전 장관과 판사 출신 추미애 장관으로 모두 검찰 출신이 아니다. 박 후보자는 앞서 조 전 장관과 추 장관이 윤 총장과 극한 대립을 벌일 때 지원사격에 나서며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해 왔다. 

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어 장관에 임명되면, 이제는 측면 사격이 아닌 정면에서 윤 총장과 직접 대격돌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내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이 엄중한 상황에 이 부족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서 어깨가 참 무겁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은 제 삶 속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계셨고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그 속에서 답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법시험(33회)·사법연수원(23기) 동기에서 대척점에 서게 된 윤 총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윤석열 형’이라 밝혔던 박범계, 저격수로 변신하다

박 후보자와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충돌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로 궁지에 몰렸던 자신을 엄호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박 후보자가 공세를 퍼붓자 윤 총장은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윤 총장을 몰아세웠다. 윤 총장이 자신의 질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자 박 후보자는 "자세를 똑바로 앉으라"고 호통을 쳤다. 이에 윤 총장은 물러서지 않고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정부 때인 2013년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댓글 수사' 외압을 폭로한 이후인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슬프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같은 글에서 자신을 '범계 아우'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임명한 데 이어 박 후보자 지명까지 속도를 내면서 윤 총장과 정부·여당 충돌은 불가피하게 됐다. 박 후보자는 여당과 함께 공수처 출범에 보조를 맞추며 검찰개혁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죌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박 후보자 내정에 환영의사를 밝히며 "박 의원을 이 시기의 법무장관으로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 시기의 법무부 장관이 할 일이 조금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박 의원의 여러 장점과 특징을 인사권자가 잘 감안한 것 같다"며 "(대통령이) 이제까지 검사 출신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는데, 그 기조를 유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소신을 밝혀 왔고 최근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만큼 야당의 거센 반발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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