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 도입되나...과제도 산적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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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백신접종 증명 문서…여권 소지 시 ‘이동 제한’ 면책 등
백신 공급 늦는 국가, 미접종자 ‘차별’ 문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이 백신 접종자에게 제공하는 증명서(record card)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이 백신 접종자에게 제공하는 증명서(record card)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접종자에게 ‘백신여권’을 발급해 입국 및 이동 제한 면책을 부여하는 방안이 각국에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전 세계에 통용되는 백신여권 체계가 필요하고, 백신 미접종자의 입국 및 통행 차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백신여권은 감염병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아 전염 우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 접종자의 타국 입국과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가능토록 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백신여권이 도입되면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에 있어서도 백신 접종자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여권은 민간 주도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백신여권 체계가 완성되면 접종자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항공업계뿐 아니라 전 세계 경기회복 전반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과 스위스 비영리 단체 코먼스 프로젝트는 ‘코먼패스(CommonPath)’란 앱 형식의 백신여권 개발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병원에서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 같은 의료 데이터, 해외 통행증을 QR코드 형태로 앱에 저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해당 앱을 캐세이퍼시픽과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버진애틀랜틱 등 각국 항공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하고 있다.

전 세계 항공사가 모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자 백신여권 ‘IATA 트래블 패스’를 개발 중이다. 여행객들이 여행 전 접종해야 할 백신이 무엇인지,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공지하는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자국 내에서 백신여권을 활용해 이동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이번 주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1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접종자에게 ‘그린여권’을 발급하기로 했다. 그린여권을 소지한 자에 한해서 이동 제한 면책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백신 접종자에게 하얀색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데, 자국 기업 IBM이 ‘디지털 헬스패스’ 앱에서 백신 접종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12월30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이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월30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이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도입까지는 과제 ‘산적’…증명서 진위여부, 미접종자 차별 등

그러나 백신여권은 아직 민간 차원의 아이디어로, 민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각국 보건 당국과 병원들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협업하는 단계가 아니므로, 통용되는 체계 마련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국 정부나 의료기관이 백신 접종 기록을 제공하지 않고, 개인의 접종 증명서만을 토대로 백신여권이 발급되면 진위 여부 문제도 발생한다. 현재 증명서가 대부분 종이로 발급되고 있어 위조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백신 접종 기록이 제공된다고 해도 개인 의료정보인 만큼 보안도 문제다.

또 국가별 백신 공급의 시간 차가 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백신여권이 통행증처럼 사용되는 경우 국가 간 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에서는 이미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사실상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의 차별도 마찬가지다. 현재 백신 접종을 시작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신 접종 대상자를 고위험군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입국 및 통행에 차별받을 수 있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으면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호주 최대 항공사 콴타스도 백신 미접종자의 비행기 탑승을 금지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여권이라는 사실상 ‘통행증’을 발급하면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백신여권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돼야 할 여러 쟁점이 산적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자가 더 많아질 2021년 백신여권 도입이 가시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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