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충격파에 쪼개진 민주당…내홍 격화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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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될 수도” vs “민주주의 파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논의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내에선 통합의 정치를 위해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면 불가론'이 대립하며 내홍이 확산할 조짐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이 얘기를 해야 한다'는 충정이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설 의원은 사면 논의에 반발하는 당원들을 향해서도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다"라면서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고 주장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국난 극복을 할 수 있는 길이냐, 이를 통해서 여당은 국민들로부터 심판받는 것 아니냐"며 "이낙연 식 접근이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을 포함한 '동교동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제안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청을 떠올리게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나온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사면 논란이 불거진 지난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사면 제안이 있던 시기를 언급하며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키고, 노사정 협의를 가동해서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정치갈등 완화와 국민 통합에 긍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노웅래, 신동근, 양향자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이 대표의 사무실로 각각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노웅래, 신동근, 양향자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이 대표의 사무실로 각각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당내 거센 반발 "묻지마 사면에 동의 못해"

하지만 당내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민석 민주당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묻지마 식의 사면은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안 의원은 "만약에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면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첫 마디가 '정의와 진실이 승리했다'일 텐데 그럼 국민들이 잘못한 것이냐"며 "국민들이 사과와 반성하지 않는 사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한 상황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본다"며 사면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김용민 의원도 전날 SNS에 "친일과 독재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제안을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라며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박주민 의원도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고, 김남국 의원은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사면 관련 파장이 커지자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개최한 후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4일 공개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차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면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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