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도로 밑 ‘지옥 알바 ’논란
  • 윤현민 경기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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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가림막 없이 새벽 칼바람 속 택배작업…취약 노동자 권익 외면 지적

CJ대한통운의 ‘갑질’ 시비는 해를 넘겨서도 여전하다. 지난해 택배기사 과로사, 올 들어선 ‘지옥 알바’가 논란이다. 새벽 고가 밑에서 사방에 가림막 하나 없이 택배 작업이 이뤄지면서다. 부지를 제공한 정부기관 탓만 할 뿐, 십 수년 째 개선 시도조차 없다. 매년 수 조원 대 매출에도 정작 취약노동자 권익은 아랑곳없다는 지적이다. 

CJ대한통운 택배 부천지사 일용직 노동자들이 옷을 겹겹이 입은 채 새벽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윤현민 기자
CJ대한통운 택배 부천지사 일용직 노동자들이 옷을 겹겹이 입은 채 새벽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윤현민 기자

부천고가교 밑 유휴부지 물류터미널 준공

7일 CJ대한통운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CJ택배는 지난 2009년 5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수도권제1순환선(당시 서울외곽순환도로) 부천고가교(P117~P121 구간) 밑 9900㎡ 유휴부지를 빌려 서브터미널을 준공했다. 160대 차량이 오가며 하루 3만 박스 물량을 배송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고가 하부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민간이 시설을 짓고, 10~15년 운영 후 도공에 기부채납토록 돼 있다. CJ택배는 같은 방식으로 모두 7개의 서브터미널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수도권제1순환선 부천고가교 4곳(P41~P46, P94~P96, P117~P121, P121~P122)과 학현교(P2~P8), 평택음성고속도로 송탄교(P7~P16), 제2경인선 학익대교(P37~P41)등이 있다. 이곳에서 배송 전 택배 상·하차 및 분류작업이 이뤄진다. 작업 종사자들은 시간제 및 일용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핫팩 7~8개에 외투 겹겹이 껴 입고 새벽 택배작업 

앞선 부천고가교 P117~P121 구간에선 모두 40여 명이 일한다. 20~30대가 대부분이며, 50대 이상 주부도 4~5명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겨울 한파를 나기 위한 근무환경은 녹록치 않다. 이 곳은 주변에 가림막 하나 없이 사방이 트인 공간이다. 새벽 칼바람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맞고 일하는 실정이다.    

해당 사업장의 일용직 노동자 A씨는 “새벽시간 추위 속에 동틀 녘까지 일하려면 각자가 내의, 스웨터, 외투에 털모자, 장갑까지 겹겹이 쓰고 핫팩 7~8개씩 준비해야 한다”며 “사방이 뻥 뚫린 곳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일해도 자칫 일자리를 잃을까봐 함부로 하소연도 못한다”라고 털어놨다. 취약노동자를 볼모로 기업이윤에만 혈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종사자 B씨는 “해마다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가장 기본적인 바람막이 가림막 설치조차 꺼리는 건 기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며 “CJ는 작년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도 여전히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부문에서 매년 10% 이상 신장세다. 순매출은 2018년 2조2619억원에서 이듬해 2조5024억원으로 10% 올랐다. 지난해는 3분기 기준 2조2960억원으로 3조 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8년 452억원에서 2019년 905억원으로 51% 늘었다. 지난해도 3분기 기준 1130억원을 기록해 이미 전년도 수치를 넘었다.

 

CJ “도공이 가림막 등 설치 제한” vs 도공 “CJ 관련 협조요청조차 없어”

이에 대해 CJ 측은 근로환경 개선의 제약과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CJ대한통운 택배 부천지사 관계자는 “국내 택배회사의 물류터미널 대부분은 창고형태가 아닌 사방이 트인 곳”이라며 “(부지를 제공한)도로공사도 도로 밑에 있는 곳엔 벽 같은 것을 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했다.

반면, 도로공사는 CJ로부터 협조 요청조차 없었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한국도로공사 사업개발처 관계자는 “바람막이용 차폐시설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라 CJ 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청하면 승인 내주는 데는 문제 없다”며 “하지만 CJ가 저희 쪽에 여태껏 관련내용으로 문의나 요청을 해 온 적은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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