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안전한 중고 거래’가 파라바라의 미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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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

비대면 트렌드에 주목해 새로운 중고 거래 모델 고안
중고 거래 자판기 ‘파라박스’로 주목

중고 거래 시장이 커지고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중고 거래를 멈칫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 ‘사기’다. 택배 박스를 열었을 때 구매한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이 도착할지 모른다는 우려, 사진으로 본 물품의 상태가 실물과 다를 수 있다는 걱정도 한몫한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비대면 시대에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도 망설여진다. 이런 중고 거래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파라바라’다.

이름 그대로 누구나 물건을 맘 편히 판매할 수 있도록, 중고 거래가 일상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20대 청년들이 뭉쳤다. 중고 거래 물건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고 자판기’ 파라박스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중고 거래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수도권 지역 30여 곳에 설치된 파라박스가 비대면 거래를 이끌고 있다. 1월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바디 벤처센터에서 만난 김길준 대표에게, 파라바라의 성장과 비대면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고 거래 시장에 대해 물었다.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 ⓒ시사저널 박정훈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 ⓒ시사저널 박정훈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다른 파라바라만의 차별점은 뭔가.

“‘파라박스’라는 자판기 형태의 오프라인 매개체를 통해 채팅 없이도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 물품에 대한 검증이 직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낯선 사람과 만나서 거래할 필요도 없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중고 거래를 하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출퇴근길에 파라박스에 물품을 넣어두기만 하면 거래가 가능해 편리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된 시기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있다.”

 

파라바라를 만들게 된 이유는 뭔가. 비대면의 트렌드를 미리 읽게 된 배경이 있었나.

“군 복무를 하면서 트렌드와 관련한 도서를 읽었다. ‘언택트’라는 키워드를 접하면서 비대면 거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저렴하게 게임기를 구입하고 싶어 중고 거래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성인 남성임에도 모르는 사람과 낯선 곳에서 만난다는 사실에 불안함이 느껴졌다. 직거래의 대면과 접촉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비대면으로 중고 거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창업하게 됐다.”

 

파라박스를 통해 운영되다 보니 앱 서비스 뿐 아니라 오프라인 설치 문제도 발생한다. 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인지라 설치와 운영 자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퇴직금과 각자 가지고 있던 돈을 모아 3명이 처음 창업에 나섰다. 아파트 복도를 작업실 삼아 파라박스를 만들었지만 아파트에서도, 관공서에서도 설치가 어렵다고 했다. 시장성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 지하철역 출구 앞에 시제품을 설치하고, 노점상 할머니께 전기를 빌렸다. 하루에 3시간 설치하고 철수하기를 일주일 동안 반복했다. 20~30대 여성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설치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강남구청장님께 손편지를 썼다. 누구나 어려움 없이 중고 거래가 가능하고, 사용하지 않는 제품의 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에서 설치할 수 있게 해 주셨고, 강남스포츠문화센터에 파라박스가 처음 설치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문화센터가 휴관하면서 해당 파라박스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설치된 파라박스의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설치된 파라박스의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현재 파라박스는 용산아이파크몰을 비롯해 AK플라자, 롯데마트 등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설치됐다. 중고 명품 감정 스타트업과 협업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파라바라의 취지는 ‘쉽고’ ‘안전한’ 중고 거래다. 중고 거래 시장에서 명품 거래도 늘어나는데, 명품을 검수까지 해서 판매할 수 있다면 그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AK플라자 분당점에 중고 명품 자판기를 설치하면서 명품 감정 스타트업 엑스클로젯과 협업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판매자가 중고 명품을 등록하면 명품 감정사들이 방문해 검수를 직접 하고, 검증된 상품에 인증 택을 부착한다. 최근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파라박스 설치 문의가 온다. 사내에서 직원들끼리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운영해 보고 싶다는 차원에서다.”

 

파라바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 중고 물품 판매수수료 외에 다른 수익이 있나.

“주요 수익은 중고 물품 판매수수료 수익이다. 파라박스에 기업의 제품을 디스플레이해, 고객들이 결제하면 집으로 발송해 드리는 '실제 제품 광고'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거래가 되지만 오프라인에 유통 채널이 없어 판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고객들에게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고 거래에 있어 ‘사기’는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판매자의 신뢰도를 측정하고, 신뢰도에 따라 판매할 수 있는 물품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또 물품이 판매되면 판매자에게 3일 후 입금되도록 하고 있다. ‘짝퉁’이거나, 작동하지 않는 전자제품 등 명백하게 사기라고 생각되는 제품은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단순 변심을 이유로 하거나, 물품을 사용하고 난 뒤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

 

파라바라는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달리 ‘채팅 없는 거래’를 장려한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중고 거래에서 채팅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A라는 사람이 상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B, C, D도 마찬가지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여러 번의 채팅을 통해 같은 답변을 해 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 점들이 중고 거래를 번거롭게 만든다. 판매자는 판매글을 통해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을 하도록 하고, 구매자와의 소통은 댓글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익명성을 보장하되, 제품에 대한 정보는 모두에게 오픈돼야 신뢰가 더 생긴다.”

현재 파라바라는 강남 개포동의 인바디 벤처센터에 입주해있다. 사진은 파라바라를 운영하는 팀원들의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현재 파라바라는 서울 개포동의 인바디 벤처센터에 입주해있다. 사진은 파라바라를 운영하는 팀원들의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파라바라가 주 타깃층으로 생각하는 연령대는.

“20~30대 여성들이다. 중고 거래는 소유보다는 사용에 방점을 두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더 확장되고 있는 분위기다. 동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플랫폼의 경우 40대 이상 연령대도 많다. 제품 순환과 활용도가 높은 20~30대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오프라인 구매도 가능하기 때문에 연령대에 구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파라바라의 장점이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만 파라박스가 설치돼 있다. 지방에도 설치할 계획이 있나.

“지금은 스타트업의 여력상 커버가 가능한 수도권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지방에도 파라박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개인 창업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문의를 많이 하시는데, 아직 준비가 확실히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내에서 완전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이후 차차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첫 설치 장소인 강남구 스포츠센터의 파라박스를 자주 이용하시는 고객님이 계셨다. 이유를 여쭤봤다. 직장에 다니시는 여성분이셨는데, 중고 거래를 하려고 해도 퇴근 이후에 직거래를 하기도 힘들고, 플리마켓 선착순 신청도 어려웠던 차에 파라박스를 알게 되셨다고 했다. 집 가까운 곳에 물품을 넣어두기만 하면 판매된다는 점이 편리해 자주 이용하시는데, 중고 물품을 판매한 돈으로 따님과 맛있는 음식을 자주 드신다고 하셔서 뿌듯했다.”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전자제품 중고 거래는 불안하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많다. 이어폰에서 소리가 안 날까봐, 핸드폰 화면에 잔상이 있을까봐,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까봐 우려한다. 파라박스에 등록된 전자제품을 우리가 직접 검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15만원 이상의 전자제품을 직접 검수하고, 검수증을 부착할 계획이다. 믿을 수 있는 중고 거래 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중고 전자 제품을 구매할 때는 파라박스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파라바라의 미션은 뭔가.

“중고 거래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그럼에도 중고 거래를 아직 꺼리시는 분이 많다. 기존 중고 거래의 불편함이나 불안감 때문이다. 비대면 거래가 가능하고, 실제로 물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은 중고 거래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실제로 파라바라 이용자 중 많은 분이 기존에는 중고 거래를 하지 않으시던 분들이다. 우리는 중고 거래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라바라를 통해 중고 거래가 재밌고 실용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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