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도 ‘부동산 금융’ 2200조는 괜찮을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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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어 올린 누각, 선제적 부실 관리 필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금융’이 사상 처음으로 2200조원을 돌파했다.ⓒ연합뉴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금융’이 사상 처음으로 2200조원을 돌파했다.ⓒ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은 왜 이렇게 올랐을까.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족한 공급이 핵심 원인이었다. 여기에 사상 최저금리와 시장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은 집값의 과열 양상을 부른 한 축이었다.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갭투자 열풍’ 역시 초저금리가 한몫했다. 빚을 져도 이자 부담이 크지 않으니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그렇게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금융’이 사상 처음으로 22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금융은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2214조9000원이었다. 2019년 말(2067조원)에 비해 9개월 사이 7.1%(147조9000원) 늘었다. 2019년 9월 말과 비교해서는 10.5%나 증가했다.

부동산 금융이란 가계와 기업, 금융투자자들이 부동산과 관련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과 관련 보증 등의 총합을 뜻한다. 즉 은행으로부터 받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부터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금융투자자들의 주택저당증권(MBS), 부동산 펀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이 포함된다. 

부동산 금융은 ‘빚내서 집 사라’는 기조를 본격 가동했던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부총리 2014년 발언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금융은 2014년 10.4% 증가했는데 최 전 부총리의 발언 이듬해인 2015년 19.8%나 올랐다. 2016년에도 13.5%가 늘었다. 한국은행이 보폭을 맞췄다. 한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춰 정부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했다. 그렇게 2014년 1200조원 수준이던 부동산 금융은 불과 6년 만에 1000조원 넘게 증가했다.  

그런데 만약 백신 효과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정리 수순을 밟고 세계 경기가 회복돼 각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이런 ‘빚 권하는 시절’이 곧 끝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집값 과열 양상도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부동산 금융의 부실이 늘어날 경우다. 실물경제의 복병이 되는 것은 물론 ‘묻지마 영끌’ 투자의 민낯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미 부동산 금융은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웃돌 만큼 비대해졌다. 명목 GDP 대비 부동산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말 101.0%로 처음 100%를 넘은 데 이어 2019년 말 107.4%, 작년 9월 말 115.4%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연말 부동산發 경제쇼크 가능성 있다”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은은 올해도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의 시선도 비슷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인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되는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 쇼크가 진정될 때까지는 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힌 점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저금리와 정부 지원에 기대 버티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들면서 “한은이 세계적 추세를 따르며 경기 회복 여부를 신중히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결국 초저금리가 이어지며 올해 역시 빚도 늘고 자산가격도 올라갈 텐데, 나중에 이 상황이 조정될 때는 자산가격이 순식간에 확 꺼지면서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좀 더 섬뜩한 시나리오도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금리가 올라갈 때와 정부 공급 정책과 세제 효과가 맞물리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봐도 최근의 집값 오름세와 지금의 집값은 과도하다. 거품으로 봐야 한다”며 “올 연말 정도부터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데, 이 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해 금리가 오른다면 정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발(發)로 굉장히 경제에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모른다. 거품이 터지고, 부실이 터질 때가 돼서야 연착륙과 리스크 관리 얘기를 하면 그 때는 이미 늦다”며 “가계도, 정부도 사전에 철저한 부동산 금융 부실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신년사에서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잠재된 위험이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며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산 쏠림과 부채 급증 현상에 경고장을 던졌다. 통화정책 수장이 연초부터 충격요법 발언을 할 만큼 현재 상황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취약한 부분에서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빚으로 지어 올린 누각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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