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돌연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한 까닭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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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세포적” 비판 받은 이재명 지사, 노 전 대통령 유고집 통해 정세균 총리 발언 우회 비판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br>
이재명 경기지사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 굳히기에 들어가며 외연 확장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낙연 대표가 던진 '사면론'에 반대 입장을 내며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했던 이 지사는 이번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나섰다. 이 지사가 선명성을 드러내며 잇달아 당·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주당 지지자들 간 갈등도 점차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해 첫 독서.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퇴임 후 남기신 '진보의 미래'를 다시 꺼내 읽는다"며 "오늘날 코로나와 양극화로 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때, 노무현 대통령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셨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서슴없이 '관료에 포획됐다'고 회고하신 부분에서 시선이 멈춘다"며 "균형재정 신화에 갇혀있는 정부 관료들에 대한 이보다 더 생생한 술회가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이거 하나는 내가 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던 거는 오히려 예산을 가져오면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버리고, '여기에서 숫자 맞춰서 갖고 와' 이 정도로 나갔어야 하는데…(중략)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요.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라는 내용을 발췌해 적었다.

이 지사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유고집 내용을 언급한 것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에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앞서 이 지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재차 주장하자 "더 풀자, 덜 풀자 단세포적 논쟁 말자"며 이 지사를 직격했다. 이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의 책 내용을 공개적으로 꺼내든 것은 정 총리의 이런 발언이 나온 지 불과 수 시간 후였다. 정 총리는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이 때문에 정 총리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관료에 포획됐다'는 구절 등이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에 대해 균형재정을 강조한 정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최근 들어 당내 대선 후보 경쟁자인 이 대표가 내세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도 반대 입장을 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 기류가 높은 민주당 핵심 지지자들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지사는 여기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까지 자극하면서 전통적인 당 지지 기반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30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7월30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지지자 간 '줄다리기'도 격화 전망

대선 레이스에 막을 올린 이 대표와 이 지사 간 입장차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선명해 질 전망이다. 민주당 지지층과 여론도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대선 행보를 지켜보며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8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6일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당 대표 퇴진 요구 권리당원 찬반투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대표의 사면론에 반대하는 당원이 게시한 것으로 보이는 해당 게시물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좋아요'(퇴진 찬성)가 2800여 개, '싫어요'(퇴진 반대)가 5800여 개가 표시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글이 올라온 이후 또 다른 당원은 '이재명 출당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지사의 퇴진을 언급한 앞선 게시글에 대한 맞불인 셈이다.

한편, 전날 발표된 대권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이 대표와의 격차를 더 벌려 오차범위 밖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를 꼽은 응답자가 24%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6%, 이 대표는 15%였다. 2주 전 동일 조사와 비교할 때 이 지사는 3%포인트, 윤 총장은 1%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 대표는 3%포인트 하락했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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