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치솟는 가상화폐…디지털 금(金)일까, 거품일까
  • 이기욱 시사저널e. 기자 (gwlee@sisajournal-e.com)
  • 승인 2021.01.17 10:00
  • 호수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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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한 달 새 두 배 상승…“가치 저장 등 화폐 기능 수행 불가” 시각도 여전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초까지 투자 광풍을 일으켰던 가상화폐가 다시 한번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동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한 달 동안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 가치와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800만원 초반대 시세를 형성했다. 지난해 말 들어 상승 흐름으로 전환하더니, 올해 초에는 3000만원 후반대에서 4000만원 초반대 가격을 기록했다. 1년여 만에 가격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선 1월8일 한 시민이 서울 명동에 위치한 빗썸 거래소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광풍 넘어선 성장세에 주목

특히 최근 한 달 동안에만 비트코인 가격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지난 2017~18년 당시 기록했던 최고가를 거뜬히 넘어섰다. 지난 2017년 말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 2499만원(12월8일)까지 올랐다. 연말 한 차례 조정 후 2018년 초에 다시 한번 2599만원(1월6일)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2일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004만원(종가 기준)으로 3년 전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쳤다. 하지만 올해 1월7일 4270만원을 기록하며 한 달여 만에 두 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8일 장중에는 4783만6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장주’ 비트코인의 영향으로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도 지난 한 달간 덩달아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60만원 수준이었던 이더리움은 올해 들어 120만원 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의 이러한 급성장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긍정적 해석과 부정적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1차 투자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7~18년과는 다른 요인들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전개 양상 역시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단기 조정 국면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긍정론자들은 전망한다.

과거와 다른 차이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소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긍정적 움직임이다. 3년 전에는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묻지마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이번에는 제도권 금융의 기관투자가들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례로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해 연말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수요가 부유층에서 보험사, 연기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대거 매수하면서 비트코인이 금 대체 투자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14만6000달러(약 1억600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은행의 경우 연내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달러(약 3억50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전자결제 시스템 기업 페이팔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늘어난 유동성 등 최근 가격 상승 흐름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식의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가상화폐를) 사기라고 여겼던 금융기관과 정부 등이 점차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팔·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정부가 특금법을 개정하는 모습을 투자자들이 유심히 지켜봐왔다. ‘사기가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이것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과거처럼 비트코인이 폭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나 관련 기술 육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가격을 분석하는 CNN 방송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일각에서는 “여전히 실질가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상화폐가 여전히 실질가치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한다. 최근의 가격 상승은 늘어난 유동성 증가로 인해 투기적 자본이 몰린 결과일 뿐 비트코인 자체의 가치가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미국 달러의 유통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율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가치 저장의 수단, 가치 이전의 수단, 가치 척도의 수단 등을 ‘화폐’라고 부른다”며 “비트코인은 이 중에 단 하나도 맞는 조건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코인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화폐로서의 가치는 없다”며 “기본적인 펀더멘털이 없기 때문에 ‘거품’이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IPO와 부동산 등 일반적인 투자처에 자금이 몰릴 만큼 몰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좀 더 투기적인 투자처를 찾다보니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보고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도 아니고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고 블록체인 산업에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며 “비트코인은 기본적인 가치가 없는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金)으로서 가치 저장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서도 홍 교수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금의 현재 위치는 지난 3000년간의 히스토리가 쌓인 결과다.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금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좋은 투자처라고 할 수 있지만 향후 가격이 오를지 하락할지는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승이나 하락 모두 급격한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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