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 유감, 사실과 과학으로 바라봐야 [쓴소리 곧은 소리]
  •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9 09:00
  • 호수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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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 그 자체만으로 주민 건강에 위험하다’는 접근은 공허한 주장일 뿐

삼중수소는 자연에서도 생성되고 원전에서도 생성되는 방사성 핵종이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에 산소나 질소가 두들겨 맞으면 조각날 수도 있는데, 그 깨진 파편 중에 삼중수소도 있다. 이렇게 생성된 삼중수소는 비나 눈으로 지표에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육지에 떨어지는 삼중수소 양이 1년에 대략 130조 베크렐(㏃) 내외가 된다. 육지의 계곡물이나 강물에는 결과적으로 리터당 1베크렐 정도의 삼중수소가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소양강댐이 만수위가 되면 29억 톤의 물이 저장되고, 포함하는 삼중수소 양은 2조9000억 베크렐 내외다. 참고로 베크렐은 방사선의 발생 속도를 나타내는 방사능 단위로 1베크렐은 1초에 한 개의 방사선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130조 베크렐이라면 초당 130조 개의 방사선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10월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연합뉴스

삼중수소 위험성에 대해서는 정량적 접근이 꼭 필요

삼중수소는 자연뿐만 아니라 원전에서도 발생한다. 특히 중수를 사용하는 월성원전의 중수로는 경수로 대비 삼중수소 발생량이 많다. 그렇지만 외부로의 배출량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민 건강에 대한 영향을 무시할 수 있도록 관리기준을 설정하고 규제하고 있다. 월성원전의 배출농도는 관리기준 대비 1% 수준으로서 충분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관리기준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월성원전에서 배출하는 삼중수소 양은 연간 약 130조 베크렐 내외인데 공교롭게도 연간 우리나라 육지에 강수로 유입되는 자연생성 삼중수소 양과 비슷하다. 같을 이유는 전혀 없지만 어쨌든 대략 비슷하다.

월성원전은 중수로여서 삼중수소 생성량이 타 원전에 비해 많다. 중수로의 특성상 그러하다. 경수를 구성하는 수소는 중성자 2개를 연거푸 먹어야 삼중수소가 되는데 중수로의 수소는 중성자를 1개만 먹으면 삼중수소가 되니 그러하다. 그래서 중수로의 경우 삼중수소의 환경 배출이 경수로보다 많다. 삼중수소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삼중수소를 분리해 따로 저장하기도 하지만, 미량의 삼중수소는 규정에 맞게 농도와 양을 맞추어 배출한다. 관건은 삼중수소 배출로 인해 주변 지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량적인 접근이 꼭 필요하다. 삼중수소가 배출된다는 것이 바로 위험성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장균 1마리는 아무 탈도 못 일으키지만 100만 마리라면 배탈이 날 수 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주민의 소변 시료를 분석해 피폭량을 정량 평가한 결과를 보면, 지역주민의 피폭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1차 검사 기간이었던 2014년 6월부터 2015년 9월까지 495명의 소변 시료를 분석한 결과, 최대농도가 28.8베크렐/리터로 나타났다. 이 최대농도가 평생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피폭량이 매년 6마이크로시버트 수준으로 일반인 선량한도의 0.06%에 불과하다. 이는 또한 바나나 6개를 섭취하면 방사성 물질에 의해 피폭되는 양과 같으며, 멸치 1.28g을 섭취할 때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2차 검사 기간(2018년 11월~2020년 7월)에 931명을 분석한 결과 최대치는 16.3베크렐/리터로 소폭 줄어든 것으로 관측되었고, 이는 매년 0.34마이크로시버트 피폭에 해당한다. 바나나 3.4개 혹은 멸치 0.72g을 섭취할 때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는 양과 같다.

따라서 현재 지역주민에게 삼중수소가 발생시키는 피폭량은 선량한도(연간 1000마이크로시버트)를 충분히 만족할 뿐만 아니라 평소 우리가 아무 위험 없이 섭취하는 음식에 의한 피폭에 비해서도 극히 미미하다. 적어도 주민들의 안전은 충분히 확보되었다는 데는 이견 없이 다음 논의로 넘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서 주민의 실질적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삼중수소가 위험하니 주민이 위험하다는 것은 인과관계를 무시한 것으로 주민 안전을 확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지하수 검출 문제, 농도와 양을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지하수에서의 삼중수소 검출 문제에도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누수가 없으면 좋겠지만 삼중수소를 함유한 배관이나 저장조는 틈을 통한 누수나 분자 수준의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 빠져나오는 삼중수소가 지하 집수조에 수집되면 이를 회수해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해양으로 희석 배출하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문제는 누수가 늘어날 경우인데, 이때는 배출하는 삼중수소 및 기타 방사성 물질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따라서 집수조의 농도가 올라가거나 물량이 늘어나는 등 누설이 감지되면 원인을 찾아 보수하고 누설을 막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관리 과정을 통해 매년 월성원전이 외부로 배출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을 관리기준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이며, 다만 지속적으로 삼중수소 누설량이 늘어나고 관리기준에 육박한다면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주변으로의 확산을 감시하기 위해 파둔 우물에서의 관측값이 유의미하게 변동하는 경우에도 발전소 내부를 점검해 그 추이를 관찰하며 주민에게 영향이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히 누설이 있으므로 문제라거나 삼중수소가 검출되므로 문제라는 식의 접근은 종합적인 안전 관리와는 거리가 멀다. 정량적인 정보가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강에 물이 있으면 무조건 홍수라고 하는 것이 홍수 예방이나 대처에 도움이 안 되는 것과 같다. 연간 배출하는 액체폐기물 양이 20조 베크렐이고, 집수조에서 회수된 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71만3000베크렐이라면 물 2톤이 회수되었다고 가정해도 그 양이 삼중수소 14억 베크렐이다. 연간 배출량의 0.007%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다뤄야 할 문제다. 그리고 회수 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니 지속적인 문제는 아닌 것이 확인된 셈이다. 절차상으로는 농도 규정을 위반해 배출된 것이 아니므로 규정 위반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사안이다. 결국 농도와 양을 모두 보면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문제다.

정량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첫째,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향후 늘어나거나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있는가? 둘째, 현재 관리 상태는 배출량을 지속 관리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셋째, 저수조 삼중수소와 같은 사건은 어떤 크기의 문제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하나씩 답하면서 차례로 풀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하수에 삼중수소가 있으니 주민이 위험하다, 인공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오니 주민 건강이 위험하다, 삼중수소는 장기적인 영향이 있어 주민 건강이 특히 위험하다는 등등 정량적 수치와 부합하지 않는 주장은 발전소 안전운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틀리거나 공허한 주장일 뿐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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