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게임 체인저 될까? “아직은 희망사항”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7 14:00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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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70% 달성할 수 있나?”…Q&A로 짚어보는 백신 접종 궁금증의 모든 것

이르면 2월말부터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정부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연 백신은 우리 기대대로 ‘게임 체인저’가 될까. 의료 전문가들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답했다.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집단면역 형성’보다 ‘충분한 접종 완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을 종합해 백신 접종과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1월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라마트간의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민의 25% 이상이 접종을 마쳤다.ⓒAP 연합

Q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은. 

A 문 대통령이 1월1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9월까지 1차 접종을 마무리하고 11월까지 2차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어느 정도의 집단면역이 필요한가.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는 2.5~3.5다. 이를 대입해 계산하면 인구의 약 70%가 항체를 형성해야 한다. 국민의 70%가 백신을 맞는 것이 아니라 항체를 가진 사람이 70%라야 한다는 의미다. 백신 효과 등의 변수가 있으므로 사실상 모든 국민의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집단면역 70%를 달성할 수 있나.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차질 없는 백신 공급과 긴 항체 유지 기간이다. 단기간에 많은 인구가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9개월이라는 긴 기간에 접종하므로 그때까지 항체가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우선접종 대상자인 고령자의 항체 형성률이 낮은 데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집단면역 형성은 어렵다. 미국도 백신 물량이 부족해 2차 접종 간격인 3~4주를 지키지 못할 정도다. 항체가 3~6개월 만에 사라질 가능성, 그리고 접종 후 재감염 등 여러 불확실성에 대비해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의료계는 집단면역 형성을 어떻게 볼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집단면역이 제대로 형성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되리라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긴 접종 기간, 미확인된 항체 지속 기간, 백신 접종으로 풀어질 긴장감, 선거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조밀하고 밀집된 지역에서는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접종 후 재감염, 비정기적인 백신 공급 등 불확실성이 많다. 의료계에서는 백신 수급을 잘 조절해 11월까지 접종을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1월21일 현재 계약한 백신 물량은 5600만 명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모더나 2000만 명분, 화이자 1000만 명분, 코백스 퍼실리티 1000만 명분이다. 추가로 노바백스 2000만 명분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MMR 백신은 코로나19 예방에도 효과적일까. 

MMR 백신은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혼합 백신이다. 일부 의료인이 코로나19 예방에 MMR 백신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MMR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코로나19 감염이 적다는 의료계의 보고 등이 그 근거다. MMR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이나 중증도를 낮춘다는 보고가 논문으로 발표된 것은 있지만 임상시험이 이뤄진 것이 없으며, 코로나19 백신을 대체할 정도의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공식적 입장이다. 

백신 접종 시기가 늦지 않나.

문 대통령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이 가장 먼저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경제력이 낮은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조직이다. 동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들어오면 접종 속도는 빨라진다. 대통령이 접종 시기나 집단면역 형성 시기 등이 다른 나라보다 늦지 않고 오히려 빠를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화이자 백신ⓒEPA 연합 

국민 전체 중 몇 명을 접종하나.

국민 약 5183만 명 중 18세 이상 성인 4410만 명(85%)이 접종 대상이다. 2월말께 이들 중 우선접종 대상자(약 3600만 명)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소아·청소년과 임신부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후 추가될 수 있다.

우선접종 대상자는 누구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요양시설·복지시설 종사자와 생활자, 1차 대응요원(보건소, 구급대), 노인(65세 이상), 만성질환자 등이다. 

그 많은 사람이 다 접종받을 수 있나. 

앞으로 9개월 동안 거의 모든 국민을 접종하려면 일주일에 1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은 대부분 2회 접종이므로 사실상 일주일에 200만 명 접종을 계획해야 한다. 지금의 인력으로 방역도 하면서 접종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우선접종 대상자 3600만 명(인구의 70%)만이라도 11월까지 2회 접종을 제대로 완료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의료계의 시각도 있다. 

접종 일자와 장소 등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정부는 2월에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접종 일자와 장소를 알 수 있고, 접종 예약을 하고 접종 증명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 인식은. 

지난해 12월29일 한국 갤럽의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87%는 백신 접종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63%)에 비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다만 안전성이 우려되므로 지켜보다 맞겠다는 사람이 3명 중 2명(67%)이라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백신을 접종받지 않아도 될까.

백신 접종의 목적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함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직장·사회의 예방 효과가 필요한 만큼 백신 접종은 공익적 기능이 있다. 

우리가 맞을 백신은 안전성이 입증됐나. 

우리가 가장 먼저 맞게 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이 아니어서 안전성이 불확실하다. 영국에서 이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접종 중이므로 안전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얀센과 노바백스 백신은 임상시험 3상 중이어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종류, 보관 온도, 유효기간 등이 제각각이어서 백신마다 접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관 온도를 혼동하면 사용하기도 전에 폐기할 수밖에 없는 사고가 발생한다. 

다른 백신과 달리 얀센 백신은 1회 접종인데 효과가 있을까. 

얀센 백신은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므로 2월 중 그 결과가 나와야 확실히 알 수 있다. 다만 1월13일 세계적인 의학지(NEJM)에 보고된 1~2상 임상시험(895명) 결과만 보면 얀센 백신은 1회 접종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접종 후 29일째 90%, 57일째 100% 항체가 형성됐고 71일까지 항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모더나 백신ⓒAP 연합

국민은 자신이 맞을 백신을 선택할 수 있나. 

국내에서 백신 접종은 무료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개인이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순차적 백신 도입과 접종 순위 등이 그 이유다. 접종비의 일부를 국민이 부담하면 국민에게 ‘백신 선택권’이 생긴다. 이 경우 특정 백신을 맞겠다는 요구로 접종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무료+미선택’ 접종을 정부가 제시한 셈이다. 

교차 접종은 안전한가.

우리가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얀센 백신은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한 사람이 1차와 2차 접종 때 맞는 백신이 다를 수 있다. 이른바 교차 접종인데 코로나19 관련 교차 접종은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전에 투여한 약제를 확인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있어 교차 접종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또 백신이 들어오는 대로 모두 사용하지 않고 2차 접종분을 비축하면서 접종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접종 관련 정부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

백신 접종을 위해 구성된 범부처 예방접종지원단을 중심으로 백신 허가(식품의약품안전처), 백신 수송(국토교통부), 백신 보관·유통(국방부), 접종 준비·시행(행정안전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 현황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1월16일 기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3848만 명이다. 세계 인구(77억 명)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미국이 1228만 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1000만 명, 영국 401만 명, 이스라엘 213만 명 등이다. 

그들 나라에서 백신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약 25% 접종률을 보인다. 지난해 7월부터 백신 선구매에 나선 이스라엘은 접종 정보 일부를 화이자에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백신 물량을 조기에 확보했다. 2월까지 전 국민 접종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그 뒤를 UAE(18%), 바레인(7%) 등이 잇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산 감소세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 국가의 신규 확진자는 이스라엘 8000명대, UAE 3000명대, 바레인 300명대다.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약 6%이고 미국도 3.7%에 불과한데, 신규 확진자가 미국은 25만 명에서 22만 명으로 줄어들었고, 영국도 5만 명에서 4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백신 효과라기보다는 봉쇄(락다운) 효과라고 봐야 한다. 

세계 각국의 접종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

백신 접종은 더딘 편이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있어 미국의 경우 2차 접종 시기(3~4주)가 늦춰지고 있다. 화이자는 백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벨기에 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백신 생산을 잠시 중단했다. 이 때문에 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 유럽 각국에 1월말부터 2월초까지 백신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백신은 효과적인가.

영국·남아공·브라질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왔다. 다행히 아직은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무력화된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노르웨이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이어지는 이유는.

노르웨이는 지난해 12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긴급 승인해 지금까지 4만8000여 명이 백신을 맞았다. 이 가운데 3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다. 노르웨이 정부는 고령층과 중증환자의 백신 접종 자제를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쇠약한 사람과 연명치료 중인 중증환자에 대한 백신 접종의 득실을 따져 접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제안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AP 연합

중국산 백신은 안전한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백신은 여러 나라에서 임상시험을 했지만 그 결과는 50~90%까지 편차가 커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최소 기준인 50%를 겨우 넘겼다. 화이자 백신(95%), 모더나 백신(94.1%), 아스트라제네카 백신(70.8%)의 예방효과를 크게 밑돈다. 

최근 러시아의 두 번째 백신은 그 효과를 믿을 수 있나.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두 번째 백신은 ‘에피박코로나’다. 러시아는 1월19일 이 백신의 면역 효과가 100%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1·2상 임상시험 대상자가 100명뿐이라는 점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 연말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상을 맞을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말까지 집단면역 형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저개발국가의 백신 보급에 한계가 있고,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으며, 코로나19의 변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도움말=보건복지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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