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장 성장 이면의 ‘플랫폼 노동’ 문제 주목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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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시장 성장 이면의 그늘들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강조돼

플랫폼 노동 문제를 비롯한 사회 문제는 배달 앱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확장된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 기사들의 안전과 처우 문제는 점점 부각되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면 배달 기사들은 위험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서비스를 평가받고 사실상의 업무 지시와 통제를 받는데도 ‘자영업자’로 간주돼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 지금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1월5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배달 대행 기사가 점심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포토
1월5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배달 대행 기사가 점심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포토

배달 앱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앱 서비스다.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배달 대행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한다. 배달 기사들이 일하는 것은 이 배달 대행 서비스를 통해서다. 요기요도 마찬가지다. 딜리버리히어로가 푸드플라이를 인수해 꾸린 배달 대행 서비스가 요기요익스프레스다. 독자적인 배달 대행 플랫폼에는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이 있다. 배달 기사들이 일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배달 대행 서비스를 통해 고용된 라이더가 있고, 배달 대행 플랫폼과 계약을 맺은 지역 중소업체와 위탁계약을 한 기사들도 있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커넥터’ ‘파트너’ 등의 이름을 가진 프리랜서 배달 기사들도 등장했다.

배달 앱 시장의 성장 이면에는 적지 않은 사고가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배달 산재는 2016년 277건에서 2018년 618건으로 증가했다. 그중 바로고, 배민라이더스, 요기요플러스, 생각대로 등 대형 업체들이 산재 발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고 건수와 산재 처리 건수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배달 기사 90% 이상이 산재보험 미가입자다. 대형 플랫폼의 경우에는 산재보험 가입과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중소 배달업체에서 일하는 배달 기사들은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배달 기사들도 특수고용노동자 산재 가입 특례업종(늘찬배달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산재보험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업체도, 가입을 못하게 하는 업체도 있다. 한 사업장에서 한 달에 118시간 이상 일하면서 124만2100원 이상을 벌어야 산재 인정 요건인 ‘전속성’이 생기는데, 이 플랫폼과 저 플랫폼을 오가며 일하는 배달 기사들의 특성상 전속성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기도 쉽지 않다.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2020년 6월1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배달 시간제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포토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2020년 6월1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배달 시간제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포토

한국의 배달 플랫폼은 배달 앱, 배달 대행 플랫폼, 배달 기사, 손님을 중개하는 구조로 얽혀 있다.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모든 책임은 배달원에게 전가된다. 배달 제한 시간은 배달 기사들을 채찍질한다. 주문을 받으면 배달에 걸리는 ‘예상 시간’이 라이더의 업무용 앱에 뜬다. 이 시간 내에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고객의 앱에도 기사들의 도착 예상 시각이 뜬다. 이보다 늦으면 고객이 주는 ‘평점’이 낮아질 수 있고, 평점이 낮은 기사들은 일감이 끊긴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라이더의 책임이다.

대형 플랫폼에서도 교통사고 발생 시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한다. 안전 문제는 배달원 개인에게 있다. 이 구조 속에서 배달원들은 인도와 차도를 거치며 빠르게 달리고, 사회적 질타의 시선도 고스란히 받는다. 최근 배달 기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갑질 계약’에 대한 공정위의 지적이 나오자, 배달 대행 플랫폼들은 불공정 계약을 스스로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정위는 3월까지 계약의 개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배달 기사들을 둘러싼 문제들 중에는 오래도록 해결되지 않는 것이 많다. 일방적 해고와 배달료 삭감에 항의하는 배달 기사들의 단체행동은 100년 전, 일급 60전을 1원으로 올려 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냉면 배달부들의 파업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속도 경쟁을 강요해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도미노피자의 ‘30분 배달 보증제도’는 20년 만에 사라졌지만, 나쁜 평점을 받지 않기 위해 시간 내에 배달해야 한다는 압박은 지금도 여전히 배달 기사들을 옥죈다. 지금의 플랫폼 노동은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과 여전히 맞닿아 있다. 커지는 배달 시장 속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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