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주택가격이 급등한 이유
  •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2 10: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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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임대차 3법이 불러온 나비효과
시장 예상 뛰어넘는 공급 확대 정책 필요

지난해 한국 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1.0%)을 했다. 경제성장률이 부진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민간소비가 2019년에 비해 무려 5.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건설투자마저 0.1% 줄어들었다. 

이 대목에서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이것이다. ‘경기가 이렇게 나쁜데,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실제 통계를 보면 경기가 나쁠 때마다 집값이 빠진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2008년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가 나쁠 때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래 소득 전망이 악화될 때 많은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경기지표는 급격히 하락했는데,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국 주택 가격은 8.35%나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06% 급등했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임대차 3법’에 있다. 전월세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세 인상폭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전세 가격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는 다시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2020년 1월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대사업자 특혜 관련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공급 확대 효과는 2023년 이후에나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한 법이 왜 전세 가격의 급등을 유발했을까. 전세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다. 전세 가격 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세입자에게는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주거를 보장해야 한다. 전세를 공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세를 공급할 인센티브가 없다. 차라리 전세의 월세(혹은 반전세) 전환이 유리하다. 혹은 자신이 직접 입주함으로써 세입자를 내보내고 더 비싼 값에 전세를 내놓는 것이 이익이 된다. 반면 임대차 법으로 전세의 매력이 커지며 수요가 늘어났기에 전세 가격의 상승 압력이 점점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서울 등 수요자들이 원하는 핵심 지역의 주택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부동산114 등 민간 부동산 정보제공 기관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6만6000가구로 지난해보다 26.5% 감소한다. 특히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은 2만7000가구로 지난해 4만9000가구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결국 주택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점에 시행된 임대차 3법은 전세 가격의 상승 탄력을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 큰 문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주택 입주 물량의 감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서울 등 핵심 지역의 주택 입주 물량이 줄어든 것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주택 착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택 착공이 지난 4년간 줄어든 첫 번째 이유는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 중단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주택시장의 부진에 대응해 신도시 건설 계획 중단을 밝혔다. 이는 주택을 건설할 택지의 만성적인 부족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및 뉴타운 지정 해제 등 재건축·재개발 억제 정책을 펼친 것도 주택 공급 감소를 불러온 요인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강도 높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거론되는 안은 서울 시내에 저밀 개발돼 있는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급 확대 정책으로 당장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준공업지역과 저층 주거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규모가 7000호 내외 정도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의 어려움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2기 신도시 개발이다. 2기 신도시의 핵심지역인 판교 사례를 보자. 지구 지정은 2001년에 됐지만 토지 보상은 2004년 마무리됐고 2009년에야 입주가 시작됐다. 지구 지정부터 입주까지 만 8년이 소요됐다. 그런데 판교 개발은 대단히 빨리 추진된 편이다. 인천 검단은 2009년 개발이 시작됐지만 입주는 2020년 상반기에야 가능했다. 

착공에서 입주까지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토지 보상 과정에서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지자체와 정부의 입장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후보지역의 광역교통망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자체들은 최대한 기존 주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철도망과 도시계획이 수립되길 바란다. 반면 정부는 열차의 효율적 운행을 위해 역 간격을 충분히 두고 싶어 한다. 
따라서 3기 신도시와 서울의 준공업지역 개발이 입주로 연결되기까지 빨라야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초저금리라는 거시적 변수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2022년까지는 주택 가격 상승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양도세 일시 완화 고려해야

그렇다면 앞으로 2~3년 동안 주택 공급 가뭄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당장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크게 두 가지 대안이 있다. 

첫 번째는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다. 물론 정책 기조는 이 제안과 정반대다. 3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종부세율이 현행 0.6~3.2%에서 1.2~6.0%로 인상된다. 1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60%에서 70%로 인상되는 등 주택 관련 세금은 연일 인상 행진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경 일변도 정책이 지금껏 효력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세 가격으로부터 시작된 전방위적 가격 상승 기대감과 재보선·대선 등 중요한 정치 일정 속에서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가세하는 만큼 세금 인상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대안은 시장 참여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시행이다. 3기 신도시에 공급될 주택을 늘리는 것은 물론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은 신축 부족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것이다. 지금 당장은 주택이 부족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충분한 양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각시키면 주택시장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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