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사태’에 중진공이 어른거리는 이유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1 08: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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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중진공 이사장 시절 에디슨에 특혜 지원 논란…에디슨은 라임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

“○○○은 2018년 12월31일로 종료되는 보고기간에 당기순손실이 183억4200만원 발생했고, 기업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45억7000만원만큼 더 많으며, 누적결손금은 288억5700만원으로 자본잠식률이 58.33%에 이릅니다. (중략)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A회계법인은 2019년 2월19일 한 기업의 2018년도 감사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결과가 사실이라면 회사 재무 상태는 심각하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그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정책자금 ‘성장공유형대출’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국회 국토위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중진공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중진공의 성장공유형대출은 미래 성장성이 큰 기업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해 주되 기업공개(IPO) 시 회사 주식으로 돌려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자금은 아무 회사에나 지원되는 게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자금 상환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다 보니 중진공은 회사의 재무구조 및 신용도를 꼼꼼하게 본다. 그런데 이 기업은 감사보고서에 드러났듯 재무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본사와 직전 이사장으로 활동한 이상직 의원(무소속)ⓒ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스타 PD’ 출신 강영권 에디슨 회장, 이상직 의원과 친분?

주인공은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를 2015년 10월에 인수하면서 설립된 친환경 차량 제조사 에디슨모터스(이하 에디슨)다. 현재 CNG(압축천연가스)·저상·전기 버스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에디슨의 최대주주는 지분 95.59%를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솔루션즈다. 그리고 이 회사 대표 강영권 회장이 실질적인 오너다. 강 회장은 KBS 《연예가중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호기심 천국》 등을 제작한 스타 PD 출신이다.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회사에 정책자금이 지원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중진공 실무진의 고뇌는 지원을 결정하는 심의위 자료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8년 20억원을 지원하기 위해 분석한 회사 매출 자료에는 2018년 예상 영업이익이 -41억9100만원, 예상 당기순이익은 -68억510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이 자체로도 저조하다. 그런데 실제로 그해 이 회사가 기록한 실적은 이보다 더 심각해 영업이익은 -103억7500만원, 당기순이익은 -182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예상 실적보다 2~3배가량 많았다.

실적이 이런데도 이 회사는 이듬해 중진공으로부터 같은 목적으로 50억원의 성장공유형대출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중진공은 2020년 10월 현재, 지난 5년간 326개 중소벤처기업에 3233억원의 ‘성장공유형대출’을 지원했는데 그중 최다액은 에디슨 지원금액이었다. 금액은 평균치(9억9500만원)를 크게 웃돈다.

이렇듯 유별난 중진공의 에디슨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시 수장이었던 이상직 이사장(현 무소속 의원)은 2018년 10월23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GM대우 군산공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송갑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남) 함양에 있는 에디슨은 전기버스하고 1톤 트럭에서 테슬라보다 성능이 더 좋은 자동차 개발을 이미 해 놨습니다.” 중진공 이사장이 특정 업체를 국감장에서 칭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중진공의 성장공유형대출은 중소벤처기업들 사이에 꽤 인기 있는 정책자금이다. 기업 CB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대출되기 때문에 당장은 부채로 잡히지만 상장 이후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적다. 또 중진공이 CB를 매입했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신용도를 높여주는 이점이 있다. 돈보다 공신력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더 크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중진공의 이 회사 지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에디슨은 지난해 9월 중진공의 ‘스케일업대출’을 통해 29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러한 파격적인 혜택은 관련 업계 내에서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적 엉망인데도 파격적 자금 지원 왜?

2019년 1월7일 저녁 여의도 S중식당. 이 자리엔 이상직 이사장을 비롯해 조아무개 중진공 전북지역본부장, 이태경 스트라이커캐피털매니지먼트(이하 스트라이커) 대표 및 회사 관계자 2명, 강영권 에디슨 회장이 모였다. 만찬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만찬에선 주로 중진공 차원의 정책자금 지원 등이 논의됐다.

이날 모임의 성격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만찬에 참석한 조 본부장은 “에디슨은 새만금산업단지 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을 뿐 모임의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일 만찬에 참석한 전직 스트라이커 관계자는 “강영권 회장과 이상직 이사장이 처음 만난 사이 같아 보이지 않았다. 꽤 친분이 두터워 보였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중소벤처기업 정책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중진공 이사장을 일반 중소기업 대표들은 만나기조차 힘든데 만찬을 했을뿐더러, 그 자리에서 정책자금 지원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는 점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은 이상직 의원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군산형 일자리에 해당하는 기업이라서 지원해 준 걸로 알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 의원 측 해명처럼 에디슨은 전라북도가 추진하는 ‘군산형 일자리’ 기업에 포함돼 있기는 하다. 전기차 생산 클러스터가 특징인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명신을 비롯해 에디슨·대창모터스·엠피에스코리아·코스텍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군산형 일자리를 만드는 데 2024년까지 5171억원의 국고가 투입된다.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에디슨 등 4개사에는 새만금산업단지에 생산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별도의 지원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 4개 기업 중에서 중진공의 성장공유형대출을 받은 곳은 에디슨(70억원)과 대창모터스(45억원) 둘뿐이다. 두 업체에 나간 금액도 차이가 난다. 그리고 4개 업체 중 스케일업대출까지 제공된 기업은 에디슨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군산형 일자리 기업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지원이 이뤄졌다는 이 의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소형 모빌리티(대창모터스), 버스(에디슨)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들 기업은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고 혹평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중진공 자금으로 에디슨이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하는 점이다. 에디슨은 라임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다. 2018년 103억원 매출고를 기록했던 에디슨은 2019년 경기도 수원시 버스회사 수원여객에 전기버스 100대를 납품하는 조건으로 343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이 있다.

수원여객의 최대주주는 스트라이커다. 이 회사가 수원여객 인수를 마무리한 시점은 2018년 중순이다.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스트라이커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았다. 라임자산운용은 2019~20년 대규모 손실을 내 투자자들의 원금마저 상환하지 못한 라임펀드 운용사다. 라임과 수원여객을 연결시켜주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 바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공금을 무단으로 빼낸 혐의로 현재 재판(구속)을 받고 있다.

2019년 10월24일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 왼쪽부터 송하진 전북지사, 문재인 대통령, 이태규 명신 대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연합뉴스

스트라이커, 에디슨에게 돈 빌리고 버스 몰아줘

라임이 느닷없이 환매를 요청하자 스트라이커는 알펜루트자산운용 돈으로 급한 불을 껐다. 그런데 알펜루트의 사모펀드에는 에디슨 자금도 들어가 있다. 스트라이커에 따르면, 에디슨 돈은 스트라이커 보유자금과 함께 알펜루트 펀드에 들어갔다. 정리하면 스트라이커는 에디슨으로부터 투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대주주로 있는 수원여객의 전기버스를 몰아줬다. 취재 결과, 에디슨은 스트라이커에 최소 90억원 이상을 빌려줬다. 현직 스트라이커 관계자는 “정확하게 금액을 밝히긴 힘들지만 2018년 12월, 2019년 1월 두 차례 대여받았다”고 밝혔다. 두 회사 간 버스 계약이 체결된 시점은 자금 대여 전후인 2018년 12월이다.

이러한 자금 조달 방식은 에디슨, 수원여객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수원여객의 전기버스 구입 비용엔 회삿돈 외에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 있다. 환경부·국토교통부·경기도·수원시가 제공하는 정책자금이 전체 버스 값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한 대당 평균 3억6500만원에 계약된 대금 중 수원여객 돈은 1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 보조금으로 채워졌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버스 제조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원여객 대주주는 특정 업체에 버스를 몰아주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다. 정부 예산이 엉망으로 쓰였다는 얘기다. 당시 전기버스 입찰에 참여한 또 다른 버스 제조사인 우진산전·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은 “수원여객 쪽에서 노골적으로 회사에 투자하면 버스 발주를 해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그런 식으로까지 버스를 파는 것이 기업 운영 생리상 맞지 않다고 판단해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에디슨과 스트라이커 간 거래 조건이 명시된 자료를 입수했다. 당초 에디슨은 스트라이커에 버스 1000대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200억원 투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후 과정을 떠나 에디슨은 약간의 돈을 투자해 막대한 발주물량을 이끌어냈고, 이를 토대로 추후 거대한 중진공 자금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에디슨이 어떻게 이렇듯 쉽게 초창기 중진공의 자금 지원 문턱을 넘을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만약 중진공 지원 자금이 아니었다면 수원여객의 투자 역시 쉽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2019년 1월 중진공-에디슨-스트라이커 관계자들의 오찬 이후 스트라이커 내부 직원들이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휴대전화 문자에는 중진공이 스트라이커에 “전국 단위 버스 렌털업을 한다면 어디가 적합 후보지들인지 알려줄 것. 중진공은 산하에 31개 지부가 있으니 대응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파격적인 지원책이 예고돼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에디슨은 강영권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직후인 2016년 한국에너지평가기술원의 정책자금 20억원 중 9억8000만원을 제공받았다. 이 돈으로 에디슨은 태국에 시범적으로 납품할 전기버스를 제작했다. 현재 에디슨은 태국 방콕대중교통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태국형 고효율 전기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정책과제는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태국 순방 때 소개됐다. 9월2일 열린 전기버스 시승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등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대통령 참석만으로도 행사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태경 스트라이커 대표와 강영권 에디슨 회장은 관련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2018년 12월18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 대통령 업무보고회 자리에까지 초대돼 참석했다.

강 회장은 “스트라커에 자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관계없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중진공 특혜와 관련해선 “군산형 일자리 건으로 상직 전 이사장과 만난 적은 있지만 친분이 두터운 건 아니다”면서 “태국 프로젝트도 태국 정부의 요청 들어와 사업을 추진한 것일 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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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이 관통하는 이상직·강영권·류근태 삼각관계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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