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성공한 나영석표 예능 《윤스테이》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30 16: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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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 범람에도 《윤스테이》 인기는 ‘업’
신선하고 압도적인 매력으로 시청률 경신 중

1월8일 시작된 tvN 《윤스테이》가 매회 자체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3회에 11.5%(닐슨코리아)까지 이르렀다. 처음엔 《윤식당》으로 출발했던 시리즈다. 해외 관광지에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등이 한식당을 내고 외국인들의 한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찰예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자 설정을 바꿨다. 

이번엔 외국인들의 국내 숙박이다. 전남 구례에 있는 200년 넘은 한옥 여관을 잠시 연예인들이 운영한다.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이 기본 구성원이다. 이들이 대접하는 한식을 외국인들이 먹으며 하룻밤 묵는 모습을 카메라가 관찰한다. 

최근 들어 관찰예능이 폭주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유이동과 다중접촉을 할 수 없게 되자, 단절된 공간 안에서 소수의 인원이 생활하고 음식 먹는 모습을 주로 내보냈다. 비슷한 설정이 겹치다 보니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타났다. 《윤스테이》는 그런 트렌드의 끝물에 나타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성공을 거두면서 나영석 사단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tvN 제공

오랜만의 ‘국뽕’ 공급…외국인들 감탄 연발

무려 1년가량이나 늦춰진 기획이다. 2020년 초에 제작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설정이 해외 식당에서 국내 숙박업소 운영으로 바뀌고 말았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바뀌지 않았다. 바로 ‘국뽕’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오히려 국뽕 콘텐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직전만 해도 JTBC 《비긴어게인》이나 SBS 《트롯신이 떴다》, tvN 《현지에서 먹힐까》 등 국뽕 콘텐츠가 큰 물결을 이뤘다. 주로 한국 연예인들이 해외에 나가 외국인들의 찬사를 받는 내용이었다. 《윤식당》도 이런 시리즈였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일제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트롯신이 떴다》는 트로트 오디션 붐에 편승해 오디션 특집으로 변신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기본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 제목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기획이 돼 버렸다. 반면에 《윤스테이》는 제목이 달라졌지만 외국인이 한식을 먹는다는 기본 설정은 유지했다. 그래서 국뽕도 유지됐다. 

코로나19로 해외발 국뽕 프로그램 공급이 중단돼 시청자들이 금단현상을 느끼던 차에 가뭄의 단비처럼 내린 국뽕이었다. 감탄하는 역할을 해 줄 외국인은 국내에서 자체 조달했다. 김부각, 만둣국, 호박죽, 떡갈비, 닭강정, 우엉차, 궁중 떡볶이, 쌀밥 등을 먹은 외국인은 돌아가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외국 쌀보다 한국 쌀이 훨씬 맛있다는 백인도 있었다. 해외에 나가 촬영했던 《윤식당》 때와 달리 국내 한옥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더욱 전통적인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국뽕의 농도도 짙어졌다. 

한류 국뽕도 더 강해졌다. 서구 현지인보다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한류 스타를 알아볼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출연한 외국인들이 《기생충》의 최우식을 보고 감격하거나, 이서진 등을 알아보는 장면이 국내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윤스테이》가 지킨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힐링이다. 그동안 나영석표 예능은 고즈넉한 휴양지의 풍경을 통해 위안과 치유의 경험을 선사해 왔다. 《윤식당》이 해외에서 촬영됐을 때는 이국적인 느낌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과 위안을 줬는데, 한옥으로 촬영지가 바뀌자 휴양의 느낌이 더욱 강화됐다. 한옥도 사실 우리 전통문화일 뿐이지 현대의 도시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많은 도시인에겐 한옥 풍경도 외국 풍경 못지않게 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보통 한옥도 아니고 200년 이상 된 한옥 고택 군락이 등장한다. 구례의 쌍산재다. 현재 코로나19로 영업이 중단된 상태여서, TV로만 볼 수 있는 이상향 같은 느낌이 더 두드러졌다. 그 편안하고 고요한 풍경을 보며 시청자들이 위안을 받는 것이다. 요즘 ‘불멍’이란 말이 유행이다. 모닥불처럼 불길이 이는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 것인데, 《윤스테이》의 고즈넉한 풍경도 그렇게 시청자를 멍하고 쳐다보게 만들었다. 

tvN 예능 《윤스테이》의 한 장면ⓒtvN 제공
tvN 예능 《윤스테이》의 한 장면ⓒtvN 제공

나영석 PD “출연자 섭외때 재미보다 사람됨 봐” 

《미스트롯2》의 시청률이 폭발하는 것을 보면 아류작이 범람할 때 오히려 원조의 가치가 상승하기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부 시청자가 난립하는 아류작들에 대한 변별력을 상실하면서, 간단하게 원조 프로그램 하나만 보는 방식으로 혼란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윤스테이》에도 나영석표 관찰예능 원조 브랜드 효과가 작용했다. 

나영석 예능에 대한 기대감도 물론 함께 작용했다.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건 편집과 영상미다.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도 잔재미들을 깨알처럼 부각시키는 편집의 마력이 여기서도 발휘된 것이다. 또 나영석 사단은 어느 곳을 가든 영상미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을 만들어내는데 구례 한옥 고택은 그야말로 영상미의 원천이 지천에 깔린 곳이다. 그곳의 매력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에게 전해 줬다. 

나영석표 예능의 또 다른 특징은 출연자들의 매력이다. 나영석 PD는 출연자를 섭외할 때 재미보다 사람됨을 먼저 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나 PD의 사람 보는 안목이 특출 나서 그런 것인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영석 예능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매력이 있다. 

《윤스테이》 등장인물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 누구 한 명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이서진은 왜 그가 나영석 예능 사단의 중심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고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 젊은 일꾼 라인은 성실함으로 작품에 일조한다. 특히 윤여정이 유창한 영어 실력과 소탈함, 연륜이 담긴 통찰력, 유머 감각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마침 이때 미국에서 윤여정의 각종 영화 시상식 여우조연상 ‘도장깨기’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며 화제성이 더욱 커졌다. 

또 《윤스테이》에는 현재 한국 예능을 휩쓸고 있는 최대 인기 코드도 장착됐는데, 바로 음식이다. 숙박업소 운영이지만 청소와 침구류 정리 등 일반 업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방과 식당이 주무대다. 주방에서 만들고 식당에서 먹으면서 음식예능의 일반 구조를 구현한다. 이런 요소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상승효과를 만들어내는 나영석 사단의 제작 능력이, 관찰예능 범람 시대에 《윤스테이》를 성공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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