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올렸다 지지율 고꾸라진 朴정부…문 대통령은 다를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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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향후 10년간 담뱃값 8000원 수준으로 인상 추진
文대통령 ‘담뱃값 인하’ 공약과 달라 논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 ‘너구리 골목’이라고 불리는 여의도의 한 길가 ⓒ시사저널 박은숙
정부가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담뱃값을 8000원대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겨 논란이다. 사진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 ‘너구리 골목’이라고 불리는 여의도의 한 길가의 모습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정부 집권 말기에 때 아닌 담뱃값 인상 논란이 불거졌다.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 증진을 이유로 10년 이내 담배 가격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8000원대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는 당시 담뱃값을 인상했다가 지지율이 고꾸라지는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섣불리 추진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향후 10년간 추진할 건강정책 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 건강수명을 2018년 기준 70.4세에서 2030년 73.3세로 연장하겠다는 목표를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건강 위해 요소인 흡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담배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해 담배 가격을 OECD 평균 수준인 7.36달러, 원화 기준 8137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국내 담배 가격은 4500원으로 4달러 수준이다. 담배 정의도 전자담배 기기장치로 확대하고, 담뱃값 경고그림 면적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시기나 인상 폭에 대해서는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스란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국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는 등 10년 안에는 부담금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는 정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2017년 1월17일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열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2017년 1월17일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열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담뱃값 인상한 朴에 ‘횡포’라던 文대통령…취임 이후엔 정반대 행보

담배 가격은 민심에 직결되는 이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 담뱃값 논란에 불이 붙는 것은 정부‧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더군다나 대선의 전초전이란 평가를 받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지 못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은 문 대통령의 취임 전 발언의 취지와 정반대여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월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담뱃값을)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횡포”라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들에게 부담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는 올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담뱃값 인하를 공식적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전임 행정부에서 담뱃값을 인상한 것을 두고 ‘횡포’라고 꼬집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담뱃값 인하를 언급한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담뱃값을 한꺼번에 2배 가까이 인상했다가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2004년부터 10년째 2500원을 유지하던 담배 가격을 2015년 1월부터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가격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건강증진이었지만, 세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선실세 의혹과 더불어 2015년 1월부터 30%대 초반으로 고꾸라졌다. 

담뱃값 인상으로 떠나간 민심을 붙잡으려던 걸까. 2017년 대선에서는 담뱃값 인하 논의에 불이 붙었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현 무소속 의원)도 담뱃값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홍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올린 인상분만큼을 떨어트려 담배 가격을 원상 복귀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담배 가격 인하는커녕 인상 논의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담뱃값 인상폭 및 인상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당장 단기간에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담배값 인상은 가격정책의 효과, 적정 수준 및 흡연률과의 상관관계 등에 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연구 및 검토를 사전에 거쳐야 할 사항”이라며 “우선 해외에서 건강 위해품목에 대해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지 여부와 그 영향에 대한 연구를 선행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 및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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