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가지수 3000 시대, 무엇을 볼 것인가?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9 17: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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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어느덧 종합주가지수가 3200선을 넘기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코스닥은 20년 만에 1000선을 넘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주식시장은 단군 이래 최고 호황기라던 1980년대 후반과 같은 활황 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세가 반갑긴 한데 적잖이 당황스럽다. 경제를 반영하지 않은 기습적인 주가 상승이기에 버블이라는 비판이 어느 때보다 비등하다. 30년 가까이 금융시장에서 운영과 분석을 업으로 해 온 필자도 사상 최고치를 치고 있는 이 활황 장세에 이렇게 걱정과 우려가 큰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시장이 더 오를 것이라고 하는 이도 많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200선을 처음 돌파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8.36포인트(2.18%) 오른 3,208.99에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19.32포인트(1.97%) 오른 999.30에 마쳤다.ⓒ연합뉴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200선을 처음 돌파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8.36포인트(2.18%) 오른 3,208.99에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19.32포인트(1.97%) 오른 999.30에 마쳤다.ⓒ연합뉴스

문제는 사상 최고가를 만든 주체가 바로 개인투자자들이라는 점이다. 2020년에만 100조원 가까운 돈을 증시에 투입한 개인투자자들은 1월에만 21조원 넘는 자금을 추가로 넣었다. 절대 규모도 규모지만 하루에 4조원 이상씩 주식을 사들이는 과감한 속도전을 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우리 주식시장이 최초로 1000선을 넘은 지 벌써 30년이 훨씬 넘었고 2000선을 넘은 지도 무려 13년이 더 지났다. 하물며 우리 주식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박스피란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다. 비록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긴 했으나 우리 경제는 그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202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0위 국가가 됐고 국민총소득 기준으로는 아마 이탈리아를 제치고 이른바 G7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 넘게 일관되게 우리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왔고 불황기에 튀어 오르는 주가를 보며 우리 스스로가 두려워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 스스로 두려움 없이 주가지수 3000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당연히 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다. 그동안 우리 시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에 비해서도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분단 상황과 경기에 민감한 산업구조가 대표적인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분단이야 60년 이상 이어져온 우리의 역사이고 앞으로도 우리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숙명이라 하더라도 중간재, 산업재에 치중돼 있는 산업구조 문제는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우리 시장의 시가총액 기준 10위를 보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자동차 업종이 각 2개씩 포진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의 부상은 매우 시사적이다. 바이오, 인터넷은 경기산업이라 할 수 없고 배터리는 이제 막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성장산업의 대표주자다. 더불어 반도체 역시 기존 메모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비메모리 반도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동차는 150년 역사의 가장 큰 변혁기에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과 산업구조 변화가 긍정적이라면 나머지는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주주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선단식 경영의 전통이 낳은, 순환출자로 대표되는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는 투자자와 대주주의 이해가 합치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후계승계가 진행되면서 지배구조의 긍정적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나아가 주주 정책에 긍정적인 기업들의 주가가 훨씬 차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과열이 버블을 만들기도 하고 냉각이 침체를 낳기도 한다. 다만 자본시장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전향적 태도와 기업들의 투자 의지와 주주 친화적 정책 그리고 가계자산의 다변화가 우리 주식시장의 3000 시대를 정착시킬 전제 조건이다. 오랜만에 불어온 자본시장의 훈풍이 한때의 투기 광풍이 되지 않도록 정부, 기업, 투자자가 함께 노력할 때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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