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베드로처럼 통곡하고 자진 사퇴해야”
  • 최진녕 변호사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2 10:00
  • 호수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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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죽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헌법상 독립된 사법부(司法府)를 여당과 정부에 종속된 사법부(司法部)로 전락시켰다.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포기했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사법부의 신뢰성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여당 측과 법관 탄핵을 위해 내통한 의혹도 제기된다. 역사는 2021년을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을 포기해 사망한 신축국치(辛丑國恥)의 해로 기억할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는 말을 한 사실이 최근 생생한 육성을 통해 밝혀졌다. 그에 앞서 김 대법원장은 국회에 제출한 서면에서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거취 표명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월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에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차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월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에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차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국민 신임 배반…박근혜도 같은 이유로 파면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헌법상 사법권의 독립을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해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같은 이유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먼저 김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 책무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탄핵감이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책무는 사법부와 법관 독립 수호다. 헌법은 이를 위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되,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장이 중임할 수 없도록 하여 취임 이후에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립해 사법권을 지키라는 뜻이다. 대법원장은 판사가 외부의 정치단체나 여론의 공격을 받을 때 단호히 대처해 사법부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대법원장이 정치적 상황을 운운하며 법관 인사권을 포기하고 탄핵에 동조한 것은 헌법상 사법권 수호 의지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면담 발언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대법원장의 헌법상 책무에 대한 관념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발언의 전후 문맥상 김 대법원장이 여당 의원들과 법관 탄핵을 공모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을 만났던 지난해 5월은 21대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했지만, 원구성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저 법복을 벗자마자 민주당 옷을 입고 당선된 판사 출신 의원들이 법관 탄핵을 주장하던 때다. 문제는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법관 탄핵에 앞장선 여당 의원들이 김 대법원장과 법원 내에서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2일 임 부장의 탄핵 절차와 관련해 국회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고, 대법원이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적시했다.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최소한 대법원장이 탄핵 소추를 방조한 셈이다. 후배의 목을 권력의 뇌물로 바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저간의 사정상 김 대법원장이 여당 의원들과 법관 탄핵을 공모한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김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거듭한 것도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넉넉히 입증한다. 미국은 연방 대법관을 살아 있는 정의의 화신이라는 의미에서 ‘저스티스(Justice)’라 부른다. 그런데 한국의 대법원장은 사실상 세 번이나 거짓말을 했다. 첫 번째 거짓말은 언론을 통해서다. 임 부장 측이 대법원장 면담 과정에서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없고,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거짓말은 국회에 대한 것이다. 야당 측의 재차 확인 요청에 김 대법원장은 공문으로 국회에 동일한 내용의 답변서를 냈다. 세 번째 거짓말 의혹은 대국민 사과 과정에서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을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된 관계로 기억이 희미해서 잘못 해명했다고 말했다. 고의가 아니라 착오에 기한 거짓말이란 소리다. 과연 그럴까?

대법원장 취임 후 고법 부장판사가 행정처에 사표를 낸 뒤, 사표 수리를 요청하기 위해 대법원장을 찾아온 것이 몇 번이나 될까? 풍채 좋던 임 부장이 별안간 피골이 상접한 채 건강상 이유로 사표 수리를 요청한 기억을 9개월 만에 잊을 수 있을까? 결국 김 대법원장은 고의로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여당이 탄핵이라는 법관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시점에 의도적으로 임 부장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허위 진술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형법상 선서한 증인이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해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 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죄를 범한 때는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물론 김 대법원장이 선서한 것은 아니므로 위증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생 판사로서 수많은 재판에서 거짓말한 증인들을 위증죄로 엄단했을 김 대법원장이 정작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손쉽게 말을 바꾸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반한다.

 

대법원장이 죽어야 사법부가 산다

앞으로 사법부의 독립은 어떻게 되찾을까? 판사들이 위증하는 증인을 꾸짖으며 단죄할 수 있을까? 위증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대법원장도 거짓말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대거리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사법 독립과 신뢰를 붕괴시킨 대법원장은 마땅히 행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새벽닭이 울기 전에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다. 하지만 통곡하고 회개한 뒤 종래에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순교해 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사망한 사법부(司法部)가 부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김 대법원장이 베드로처럼 통곡하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죽어야 사법부(司法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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