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 “법적 대응 고려”…호텔 측 “운영상 실수” 인정
제주 서귀포시의 5성급 호텔인 그랜드조선 제주에서 여성 사우나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논란에 휩싸였다. 호텔 측은 운영상의 실수였고 “사우나 내부를 찍는 불법촬영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당시 사우나를 이용한 투숙객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6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그랜드 조선호텔 스위트룸 여성 사우나와 화장실 내부가 외부에서 보이는 구조로 돼 있어 이용자 알몸이 노출됐을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지난 13일 오후 3시께 접수됐다. 신고자는 지난 11일과 12일 이 호텔 스위트룸 여성 사우나와 화장실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호텔 CCTV 등을 통해 사우나 내부가 외부에 노출됐는지, 노출 시 이를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한 포털사이트에는 ‘제주 5성급 호텔 사우나에서 알몸이 노출됐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신혼여행으로 이틀간 제주에 새로 생긴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했고, 스위트룸 전용 수영장과 샤워 시설을 이용했다”며 노출 피해 사실을 토로했다.
그는 “호텔 사우나 유리창은 차단 코팅이 돼 있어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고, 내부에서는 외부 경치를 보며 사우나를 할 수 있게 돼 있는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이후 외부에서 사우나 쪽 창문을 보니 내부가 다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우나 내부의 온도계 글씨까지 보이더라”라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호텔 측은 (창에) 미러코팅이 되어 있어 낮에는 외부가 보이지 않고 저녁에는 블라인드를 내린다고 대응했지만, 내가 이용했던 시간에 블라인드는 내려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낮에 호텔 직원과 동행하며 확인한 결과 호텔 입구와 산책로, 주차장, 객실 발코니에서 모두 샤워실과 화장실 내부가 선명하게 보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박에 8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알몸으로 샤워하는 수모를 당했다”며 “호텔 측이 이런 내용을 공지하지 않아 다른 이용자들은 피해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큰 트라우마로 출근도 하지 못하고 아내와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업무상 과실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그랜드조선 제주를 운영하는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은 16일 입장을 내고 “운영상의 실수로 사우나 내 일부 공간에서 블라인드를 내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호텔 측은 “그랜드 조선 제주 사우나는 기상 상황과 시간대에 따라 블라인드를 내리지만 일부 공간에서 미비했던 부분이 파악됐다”며 “상시 블라인드를 내려 운영하는 것으로 바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 “고객과 함께 신관 전 위치에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경찰 동반 조사를 통해 CCTV 확인을 진행한 결과, 우려했던 피해는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심한 현장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