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교수의 ‘어그로’…美서 역풍 맞으며 위안부 문제 공론화
  • 변문우 객원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02.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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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교수들 “램지어 교수, 최악의 학문적 진실성 위반했다”
미 국무부도 “위안부 문제는 지독한 인권침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매춘부”라고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역풍이 심상치 않다. 같은 대학의 역사학 전공 교수들이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미 국무부 측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주장과 상반되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사와 일본 근대사를 각 전공한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1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학술지인 국제법경제리뷰 3월호에 실릴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의 학문적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술지 편집장 요청으로 램지어 교수 논문을 검토했다”면서 논문의 문제들을 모두 짚었다.

에커트‧고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로 △최악의 학문적 진실성 위반 △주장과 완전히 무관한 인용 △주장에 반대되는 증거를 배제하기 위한 선택적 문건 활용 등을 꼽으며 일침을 가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1938년부터 1945년 사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게임 이론에 따라 합법화된 매춘계약을 맺은 것으로 주장했는데, 실제로 맺은 계약 건은 하나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램지어 교수 인용문들을 추적해본 결과 그가 위안부 피해자나 그 가족이 모집책이나 위안소와 체결한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어떻게 읽지도 않은 계약에 대해 극히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믿을만한 주장들을 만들어냈는지 알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인용된 제3자의 진술이나 구술증언도 사실상 문서화되지 않아 불확실하며, 오히려 잘못된 사료들이 인용된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예로 램지어 교수가 “버마(미얀마)의 한국인 위안부 일부는 6개월에서 1년간 계약을 맺고 일했다”라고 주장하며 일본어로 된 1937년 표본 계약서를 인용한 바 있는데, 당시는 일본군이 미얀마에서 전투를 벌이기 전이라 해당 계약서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램지어 교수 논문에서 확인된 문제들을 모두 목록화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시스템이 고안되고 작동한 식민주의와 젠더 분야의 거대한 정치·경제적 맥락을 생략해 기겁했다"며 학술지에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게재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한 비판이 미국 정치권으로 번졌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11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고,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한 비판이 미국 정치권으로 번졌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11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고,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한편,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 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력할 것을 오랫동안 권장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의 언급은 최근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논란이 한국은 물론, 미국으로까지 확산된 가운데, 다시 한 번 일본 책임론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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