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오세훈·안철수, 본선 경쟁력은?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8 14:00
  • 호수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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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서울시장 후보 3인의 SWOT 분석 비교

4월7일 서울시장 재보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제3지대가 우선적으로 단일화를 마치고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당에선 박영선 후보가,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후보가, 제3지대에선 안철수 후보가 살아남았다. 여야가 각 진영을 대표할 단일후보를 정하는 등 몇 단계의 과정이 더 남은 것으로 전망되나 ‘3강 후보’가 확정되며 어느 정도 대진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남은 단일화가 주요 변수지만 3강 구도만으로도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후보 개인의 정치적 입지뿐 아니라 1년 남은 2022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올해 최대 정치 이벤트다. 한 달 뒤 활짝 웃게 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대상의 내·외부 환경 분석을 통해 강점(Strength)·약점(Weakness)·기회(Opportunity)·위협(Threat) 요인을 찾아내는 경영학의 SWOT 기법을 통해 박·오·안 후보의 경쟁력을 진단해 봤다.

ⓒ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임준선·국회사진취재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여성 시장 탄생 기대감 ‘기회’… 여당 심판론은 ‘위협’

박 후보의 강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과 장관으로서의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 박 후보는 2004년 17대 국회 입성을 시작으로 내리 4선을 했다. 2019년 4월 문재인 정부 2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돼 올해 1월까지 직을 수행했다. 특히 그는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추진력과 성과 등으로 여러 호평을 받으며 행정 능력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탄탄한 인지도와 정치적 입지도 강점이다. 박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맹공을 퍼부으며 ‘MB 저격수‘로 불리는 등 거침없는 행보와 발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아울러 여성 최초 국회 당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지내며 정치적 입지를 쌓았다.

존재감을 부각시킨 강성 이미지는 박 후보의 약점으로도 꼽힌다. 강한 발언과 정치적 행보로 인지도를 쌓은 박 후보지만 그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아울러 박 후보가 과거 민주당 내에서 비문(非문재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도 당내 입지 면에서 약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박 후보는 18대 대선 때 문 대통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나 2014년 원내대표 시절 세월호 협상, 후임 비대위원장 영입 등을 놓고 친문진영과 갈등을 빚었다. 2017년 19대 대선 때는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를 도우며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을 향해 연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박 후보는 최근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 등 친문 표심을 겨냥한 발언으로 ‘친문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선거의 원인에 전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들어 있는 만큼 여성 시장 탄생의 기대감이 높은 것이 박 후보에겐 기회다. 아울러 야권에 시장을 내줘선 안 된다는 분위기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점도 박 후보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총득표율 69%를 얻으며 30%의 우상호 예비후보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이에 대해 박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높이 산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말 지급되는 19조5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등이 정부·여당에 호의적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며 박 후보에게 기회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박 후보에게 가장 큰 위협은 ‘여당 심판론’이다. 폭등하는 집값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원망 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의 귀책사유가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에게 있다는 점도 박 후보에겐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재선 서울시장 경험 강조, 위협 요인 될 수도

오 후보의 강점으로는 중도 확장성이 거론된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개혁·온건파로 분류되는 오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도 자신의 중도 확장성을 강하게 어필해 왔다. 나경원 예비후보와의 경선에서 막판 역전승을 거둔 것도 중도 확장성을 가진 오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란 평가가 있다. 아울러 오 후보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이미 서울 시정을 경험한 바 있어 효율성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스로도 서울 시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2011년 시장직 반납은 오 후보의 씻을 수 없는 허물이자 약점으로 여겨진다. 오 후보는 당시 재선 1년 만에 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결국 시장직을 반납했다. 경쟁자들은 이에 대해 집요하게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오 후보 이후 진보진영으로 시장직이 넘어갔다는 점에서 그는 보수 지지층으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오 후보의 중도 지향적 정치 노선 또한 보수 강성 지지층으로부터는 외면받는 분위기이기에 본선에서 보수층 표를 다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 내에서 단일화 요구가 높다는 점은 야권 후보들에겐 큰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다자 구도로는 야권 후보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 후보가 중도 확장성을 가진 만큼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보수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어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단일후보로 선정된 이후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때와는 달리 보수 지지자들이 제1 보수야당인 국민의힘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표를 모아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임기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1년2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당장 일할 수 있다’며 자신의 시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오 후보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선 때 시장직에서 물러난 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3선으로 1년2개월 뒤 다시 도전할 수 없다. 시간적 한계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아직까진 안 후보에 비해 열세로 분석되는 오 후보는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마음이 조급한 형국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기회이자 위협, 야권 단일화 ‘관건’

안 후보의 강점으로는 먼저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꼽을 수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21.41%의 득표를 했다. 최종적으로는 3위에 그친 실패였지만 선거 과정에서 ‘반짝’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는 등 존재감을 보였다. 당초 그는 2022년 대선 출마를 계획했으나 선회하며 주목받았다.

아울러 중도층 지지세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의 또 다른 강점으로 거론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에서 가장 큰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당층의 선택이 판세를 좌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중도층의 지지세는 안 후보의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보수진영의 과오, 여당 심판론 모두에서 자유하다는 점도 강점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안 후보의 가장 큰 약점으로 여겨지는 것은 토론회에서의 실책이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분위기를 타던 안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등 실책성 발언을 하며 약점을 노출했다. 이는 여야에서 안 후보를 공격할 때 가장 단골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최근 제3지대 단일화 과정 토론회에선 ‘많이 극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치 노선의 모호함도 약점이다. 한때 민주당에 몸담았고 지금은 보수-중도 색채를 띤 안 후보에 대해선 정치적 모호성이 항상 단점으로 거론된다. 조직력도 또 하나의 약점이다. 안 후보가 대표로서 이끌고 있는 국민의당은 원내 의석이 3석에 불과하고 당세도 약하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은 조직 선거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조직력은 안 후보의 큰 약점으로 꼽힌다.

오 후보와 마찬가지로 안 후보에게도 야권 단일화는 주요 기회 요인이다. 최근 단일화를 가정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1위 주자로 평가되는 만큼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유리한 형국을 맞이할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보수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모을 수 있다. 아울러 안 후보가 의사라는 점도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사인 안 후보에게 방역 등 기대감을 갖는 유권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회 요인인 단일화가 무산되는 시나리오는 안 후보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내 단일화 요구도 크고 공감대도 분명 있지만 방식 등을 놓고 국민의힘과 안 후보가 마음을 모으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국민의힘에서도 입당 등의 조건 없이 안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약한 조직력 등의 약점이 극대화돼 안 후보에게 지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 ‘김진애 변수’, 야권 ‘룰 이견’으로 최종 단일화 난항 예상

여야 각 진영별 추가 단일화 과정이 아직 남아 있다. 여권에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 조정훈 시대정신 후보가, 야권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진영 단일후보를 놓고 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3월18~19일 전까지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양 진영 모두 단일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3월8일 공직자 사퇴 시한에 앞서 쉽게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됐던 여권에선 김 후보가 의원직을 던지는 변수가 발생했다. 민주당의 빠른 단일화 타임 테이블에 이견을 보인 김 후보가 배수진을 치면서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우선 3월8일까지 박 후보와 조 후보가 단일화를 거친 뒤 김 후보와의 2차 단일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후보는 18일, 민주당은 늦어도 10일까지는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야권 역시 안갯속이다. 3월4일 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안 후보와 단일화 논의에 돌입할 전망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문항 등 단일화 룰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혀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울러 국민의힘에선 기호 4번(국민의당) 출마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안 후보 또한 입당 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악의 경우 단일화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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