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키우고 싶지 않다” 발 뺀 램지어 향한 칼날들
  • 김수현 객원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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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가디언·인디펜던트 등 ‘근거 없는 주장’ 강조…한·일관계 역사배경 주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019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8월14일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동상을 어루만지고 있다.ⓒ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019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8월14일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동상을 어루만지고 있다.ⓒ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의 성격을 매춘 계약으로 규정하는 논문을 발표했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다”며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각국 주요 언론들이 잇따라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하버드대 교내지 하버드 크림슨은 8일(현지 시각) 램지어 교수가 지난달 25일 로스쿨 동료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논문 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그것은 내 연구의 중심 과제가 아니다”라며 “논문과 관련한 토론은 다른 학자들 몫”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램지어 교수는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논란을 더 증폭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떤 내용이 내 논문에 포함됐고, 제외됐는지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는 글과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버드 크림슨은 이날 ‘위안부에 대한 램지어의 거짓말은 깊은 곳이 썩었음을 나타낸다’는 강한 어조의 제목으로 램지어 교수를 비판했다. 사설은 해당 논문이 허위정보를 전달하고 있기에 학문의 자유 영역으로 볼 수 없다며 논문을 출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통신사인 미국의 AP통신을 비롯한 해외 주요 외신들도 비판적 기사를 쏟아냈다. AP통신은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관련 주장이 엄청난 논란을 불렀다’고 전했다는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한국과 일본 간 정치적 논란을 심화했다”라며 한국은 일본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지도자들은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은 1996년 보고서에서 위안부가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강압’으로 끌려간 성노예라고 결론내렸다”고 설명하며 “일본은 1993년 담화에서 위안부들이 의지에 반해 끌려갔다고 인정했으나 이후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를 부인했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 문제가 ‘분노를 촉발했다’며 사태의 경과를 보도했다.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타블로이드 데일리 메일 등도 램지어 파문을 소개했다. 인디펜던트도 램지어 논문에 근거와 증언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하며 하버드대 학자들과 다른 기관들이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묘사한 매춘계약과 관련한 역사적 증거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한일 간 국제적 논란으로 이어졌고 남북한은 이 사안에선 뭉치고 있다고도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국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동안 일본 지도자들은 이 사안에 관해 오랫동안 방어적 태도를 유지해왔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언론인 폭스 뉴스 역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기고문에서 “일본군의 위안부 여성 집단노예화는 일본 역사에서 추악한 오점”이라며 “의회의 동료들과 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램지어 논문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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