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反文)·비야(非野)’와 교감 나누는 윤석열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2 14: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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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총장’ 이명재·정상명, 옛 민주 김한길·정대철 등에 조언 구해…정·법조계 두터운 인맥 주목

검찰총장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정계 입문을 시사한 윤석열 전 총장을 주변에서 돕는 조력자들이 누구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 연일 다양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3월4일 사퇴한 뒤로 아무런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 활동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힌 바는 없다. 그렇기에 현재 윤 전 총장에겐 아직 어떠한 공식적인 조직도, 사무실도 없다.

다만 지난해 말 법무부 징계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아온 손경식 변호사와 이완규 변호사가 윤 전 총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손 변호사는 3월10일 기자들에게 “현재 공보 시스템은 없으며 3·4월 중에 필요성이 있으면 적절한 방법을 구축해 통보해 드리겠다. 그 전에는 부득이 이 변호사와 제가 필요한 범주 내에서 답변드리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부득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현재까진 이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유일한 윤 전 총장의 조력자인 셈이다. 추후 이들이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에 동참할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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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대전지방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최측근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사무실 준비·인력 영입 중인 최측근 강진구

이 외에 윤 전 총장의 조력자로 가장 먼저 주목할 수 있는 세력은 검찰 내 측근들이다. 윤 전 총장의 대표적 최측근으로는 ‘소윤(小尹)’으로 불리는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비롯해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박찬호 제주지검장,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이 꼽힌다. 이들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당시 최측근에서 보필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조만간 사퇴 등 거취 결정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검찰에 남아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우세하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내부에서의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고, 모두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함께할 것도 아니다. 이들이 윤 전 총장을 따라서 당장 그만두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검찰을 떠난 동료·후배들은 윤 전 총장 가까이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보인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지난해 말 정년퇴임한 강진구 전 서울고검 사무국장이 사무실 준비 등 윤 전 총장의 퇴임 후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검찰 관계자들은 강 전 국장이 최근 사무실을 물색하고 후배들을 스카우팅하면서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에 대해 언급해 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동안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상황 등에서 검찰 및 법조계 선배들로부터 적극적인 조언을 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명재·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각별한 관계로, 두 선배들과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 외에도 옛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근무한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중수부에서 함께 근무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도 함께 한 박영수 특별검사도 윤 전 총장과 매우 가깝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정면으로 각을 세우고 최근 사퇴 결심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이들의 조언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다수 법조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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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법률대리인 손경식·이석웅·이완규 변호사(왼쪽부터)ⓒ연합뉴스

김한길과는 2013년부터 각별한 사이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건 정치권의 조력자다. 윤 전 총장이 정치권 인맥도 두텁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윤 전 총장은 몇 번 정계 진출 권유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마음을 돌이킬 수 있도록 조언을 건넨 이는 누굴까. 계속해서 거론되는 인물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지난 2013년 10월 여주지청장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와 관련한 외압을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증언했을 당시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였다. 김 전 대표는 그때 당 차원에서 윤 전 총장의 증인 출석을 성사시키도록 노력했고, 두 사람은 그때부터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윤 전 총장 사퇴 전후로도 회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만난 건 맞을 것이다. 두 사람이 꽤나 가깝다. 다만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른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도 회동설에 대해 따로 부인은 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진 윤 전 총장이 정치권인사 중 가장 가까운 교감을 한 것은 김 전 대표로 관측된다.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이름도 거론된다. 정 전 고문은 “오래전부터 가까웠던 것은 맞지만 총장 취임 직후 만난 적은 없고, 통화만 한두 번 했다”고 전했다. 기자 출신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3월9일 SNS에 윤 전 총장과 매우 각별한 인물로 김한길·정대철과 함께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를 꼽았다. 거론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속하지 않는 제3지대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들과 교류하며 최근 회동한 것과 관련해 제3지대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윤 전 총장이 반문(反文)을 고리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과 손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윤 전 총장을 직접 만나 영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다리를 놓은 이가 정대철 전 고문이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전화하거나 만날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안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 역시 ‘철석 연대’를 부쩍 강조하는 모습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유력 대권주자의 멘토로 활약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전 장관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로 종친 사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최근에 만난 적도 없다”며 조력설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집안에선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당장은 모른다. 지나봐야 안다”며 추후 조력 가능성을 열어놨다.

보수 야당 국민의힘 내에도 윤 전 총장의 여러 인맥이 존재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가깝다. 다만 김 위원장 측은 “교감한 적이나 만난 적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 왔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하며 “언젠가 만나지 않겠나”라고 교감할 의지도 밝혔다. 이 외에도 검찰 출신인 권성동·권영세·정점식·유상범 의원과 주광덕 전 의원 등이 윤 전 총장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권영세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서울대 선배로 사법시험을 함께 하는 등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대다수가 최근 윤 전 총장과의 직접적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추후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영입 등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반기고 있는 이는 정진석 의원이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5선의 정 의원은 차기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가치가 맞고 공감대가 있는 윤 전 총장 정계 입문이 야권엔 정말 좋은 일 아닌가. 당장은 때가 아니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도 분명 들어올 것이고,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충청권에선 정 의원을 중심으로 부친이 공주 출신인 윤 전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충청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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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사모’ ‘열지대’ 등 지지그룹들도 움직여

정치권 밖 전문가 집단 등의 조력 움직임도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학계 등에서 윤 전 총장과 접촉하는 조언 그룹이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지역 모 교수는 “아직 구체적인 것은 얘기할 수 없지만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며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대통령학 권위자인 함성득 전 고려대 교수(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가 윤 전 총장을 돕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함 전 교수는 윤 전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함 전 교수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도 맞고, 몇 번 산책을 함께 한 적도 있지만, 정치 얘기를 나눈 적이 없고 조력설은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등 이른바 《조국흑서》 공동 저자들이 윤 전 총장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란 보도도 나왔다. 이에 진 전 교수는 SNS를 통해 “내 계획은 여행 가는 것밖에 없다”며 부인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윤 전 총장 지지그룹의 행보다. 대검찰청 앞에 응원 화환을 보내는 등 윤 전 총장을 응원해 온 지지자들이 만든 팬클럽이 그의 사퇴와 함께 최근 세를 확장하고 있다.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 ‘윤석열을 사모하는 모임(윤사모)’은 3월11일 기준 가입자가 2만1000명을 넘겼다. 최근 ‘열지대(悅地帶)’라는 지지그룹도 새롭게 생겨났다. 윤 전 총장 사퇴까지 279일간 대검찰청 앞에서 출근길 1인 시위를 벌였다는 염순태씨는 “윤 전 총장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자발적으로 지지자들이 열지대로 모이고 있다”며 “2월9일부터 전국에서 모이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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