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적은 윤석열…尹 앞길에 놓인 3가지 고비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2 11: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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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검사 윤석열’ 혹독한 검증 예고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뒤집어 보면 檢 실체 보여

‘정치인 윤석열’에게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높은 지지율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차지한 ‘왕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혹독한 검증과 견제의 시간을 이겨내며 동시에 비전과 실력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별의 시간’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의 앞길에 놓인 세 가지 핵심적인 고비를 정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① ‘검찰총장 윤석열’의 그림자

‘정치인 윤석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검찰총장 윤석열’이다. 살아 있는 권력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반문’의 확실한 아이콘이자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투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런 그가 지금 대박을 친 메시지 또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는 간명하면서도 또렷한 메시지다. 검증의 시작은 뒤집어보기다. 국민들은 검찰이 그동안 부패 척결을 잘해 왔다고 믿을까?

한 통계가 있다. 검찰 내 최정예로 평가받던 대검 중수부가 2008~12년 기소한 사건의 1심 평균 무죄율은 9.6%다. 일반사건 1심 무죄율 0.36%보다 26.7배가 높다. 2심 무죄율은 16.5%, 대법원에서의 무죄율은 24.1%로 증가한다. 4건 중 1건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이 “쿨하게 사건을 처리했다”는 바로 그 시기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사과에도 인색했다. 문무일 전 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등에게 사과한 것과 비교된다. 윤 전 총장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무엇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일까. 반면 윤 전 총장은 라임 사태와 관련한 ‘검사 술접대 의혹’은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처리했다. 1994년부터 시작된 ‘검사 윤석열’의 모든 말과 행동은 이제 검증받게 될 것이다.

② ‘검찰 개혁인가’ ‘기득권 지키기’인가

윤 전 총장의 정치력은 상당하다. 간명한 메시지와 일정(대구 방문), 기획력(인터뷰 내용), 타이밍(사퇴 시기) 등으로 그 수준을 뽐냈다. 더 눈여겨봐야 할 정치력은 그가 판을 짠 프레임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란 메시지로 어떤 서사를 만들어냈다.

그는 어떻게 사퇴 후 바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차기 대선주자가 됐을까. ‘검수완박’에 항의했기 때문일까. 살아 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섰기 때문일까. 지금은 이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 그는 이 둘 사이에 검찰의 수사권을 끼워 넣었다. 검찰의 수사권이 있어야만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다는 서사다. 여론이 차츰 이 둘을 분리해서 보게 될 때 지금의 이슈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국민은 정말 검찰 개혁에 반대할까. 국민은 오랜 시간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상징되는 검찰 개혁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 ‘검찰 개혁’과 ‘기득권 지키기’라는 구조로 프레임이 다시 짜일 때 ‘정치인 윤석열’의 이미지는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③ 결과를 내지 못한 상징

그는 ‘검수완박’을 막고자 사퇴했다. 중수청 도입을 막겠다는 배수의 진이었다. ‘정치인 윤석열’의 출사표이자 명분이다. 지금은 중수청에 대한 여론이 실제 좋지 않다. 막아낸 인물이 바로 윤 전 총장이다. 이런 점이 지금의 지지율에 반영돼 있다.

정치는 현실이다. 국회는 여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중수처 입법은 언제든 통과될 수 있다. 민심이 관건이다. 만약 여론이 움직여 실제 중수처 설치가 현실화되면 윤 전 총장은 검찰 입장에서는 정작 아무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나간 인물이 될 수 있다. 정치에서 결과적으로 무엇을 해내고 막아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척이나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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