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악재 맞은 與, ‘불법사찰·엘시티’ 의혹으로 반격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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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겨냥 ‘MB정권 불법사찰’ 의혹 판 키우기
엘시티 관련 ‘윤석열 측근’ 조직적 비호 주장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과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3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과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3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정치권으로까지 확전됐다. 보궐선거 악재를 맞은 여당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불법사찰 연루 의혹과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정조준하며 여론 전환을 시도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1일 박 후보의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사찰 연루 의혹과 함께 박 후보 딸의 입시비리 정황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박 후보가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4대강 사업반대 환경단체 불법사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김 대표대행은 "해당 문건은 청와대 홍보비서관실의 요청으로 정리·보고했다고 하고, 당시 홍보비서관은 박형준 후보였다"며 "당연히 (박 후보에게) 보고됐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후보가 잡아떼서 넘어갈 단계를 넘어섰다"며 "이실직고하고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 후보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재호 시당위원장은 "박형준 후보는 MB 정권 홍보기획관 시절 본인 요청으로 작성되고 배포된 문서마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이는 무능하거나 함께 일했던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박 후보는 부산시민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민주주의 유린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박 후보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아무리 그분(박형준 후보)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된다"며 "차라리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며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정도 해명이라도 있으면 될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MB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관련해 진상규명특위를 발족해 대응하기로 했다. 보궐선거 때까지 불법사찰 의혹을 정조준해 박 후보와 국민의힘을 압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KBS 보도에 따르면, 4대강 사찰 자료 원문에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는 점 등을 볼 때 당시 홍보비서관으로 있던 박 후보가 문건 생성·보고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됐을 것이라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여당은 이와 함께 박 후보 딸의 홍익대 미대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공세를 펼쳤다. 장경태 의원은 "당시 채점위원이었던 김승연 전 교수는 2000년 즈음에 박 후보의 부인이 딸과 함께 실기시험이 끝나고 딸을 찾아와 '잘 봐달라', '우리 딸 떨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는 청탁이 있었다고 한다"며 "떳떳하다면 자녀 인적 사항, 홍대 입시 응시 여부 등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엘시티 의혹으로 '윤석열 패밀리' 조준 

민주당은 부산 엘시티 특혜분양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권은 물론 정계 진출이 가시화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엘시티 의혹에 연루된 점을 집중 공략하며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직접 논란에 뛰어들어 윤 전 총장 측을 겨냥한 맹공을 펼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엘시티 의혹에 '윤석열 패밀리'가 전방위로 관여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대가성 뇌물수수의 혐의를 받고 있던 자신의 절친인 석동현 변호사를 자신과 의형제로 알려진 '소윤(윤대진)'이 덮어줬다는 '윤석열 패밀리'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직격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검찰총장은 LH사건이 터지자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대형 부동산 비리의 진상을 밝힐 수 없는 것처럼 민심을 호도하고 경찰의 수사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초대형 건설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부산 해운대 지역의 개발업체 엘시티 건설비리 사건"이라며 검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법무부는 2013년 5월 엘시티를 투자 이민제 지역으로 전격 지정했고, 이후 이영복 회장 측이 석동현 전 검사장이 소속된 법무법인 계좌로 10여 차례에 걸쳐 3억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소환조사 한 번 없이 서면조사로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전 총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석 변호사가 차린 로펌은 '대호법무법인'"이라며 "대호는 윤 전 총장의 별칭이자, 항간에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로 알려진 '대호프로젝트'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은 "석동현 변호사를 무혐의 처리한 사람은 '소윤'으로 알려진 당시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이었다"며 "2017년 상반기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국회와 정치권이 어수선할 당시 검찰과 법원이 구체적 진술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제 식구가 연루된 법조비리 사건을 덮기로 한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검찰과 법원에 의해 묻힌 부동산 특혜비리 의혹에 대해 국회와 사법당국은 철저히 진상을 파헤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부산참여연대 등은 2017년 엘시티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이 분양권을 부산 정·관계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4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지검은 지난해 10월 이 중 2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41명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엘시티 특혜분양 비리 의혹에 야당 인사가 줄줄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LH 직원들의 투기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현직 소속 의원, 또 당직자를 거친 정치인이 왜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심각한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과연 부동산 불법 투기 사건을 지적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은 엘시티 특혜 의혹에 대한 여당의 공세에 '물타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박형준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부산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와 부정부패를 덮기 위해 엘시티 특혜 분양이라는 과거의 사건을 또 끄집어 냈다"며 "현 정권의 부동산 투기와 부정부패를 물타기 하려는 집권 세력의 간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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