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판치는 ‘웹툰 불법 유통’…“일벌백계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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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토끼' 폐쇄 이후에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불법 웹툰 사이트
"웹툰 불법 유통 행위 일벌백계해야"

웹툰IP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쏟아진다. 웹툰이 콘텐츠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면서 웹툰 시장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늘은 있다. 바로 불법 복제물 문제다. 웹툰 정식 플랫폼들은 ‘미리보기’나 ‘기다리면 무료’ 등의 서비스를 통해 유료 결제 수익을 만들어낸다. 지금 웹툰 시장이 다양한 콘텐츠의 산실로 몸집을 불리게 된 것도 이 유료결제 수익을 통해서였다. 불법 사이트들은 유료로 공개되는 회차를 무단으로 복제해 유통하고 공개한다. 웹툰의 불법 유통은 작가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작가의 창작 의욕까지 저하시킨다. 유료 결제 판매액이 줄어들면 저작권 수익도 감소한다. 피해액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작가들도 많다.

국내 웹툰업체들은 지난해 10월 '웹툰 불법유통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국내 웹툰업체들은 지난해 10월 '웹툰 불법유통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68.2%가 자신의 작품이 불법 사이트를 통해 유통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규모는 이미 2019년을 기준으로 3183억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웹툰 불법 복제로 인한 누적 피해액을 1조8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매년 웹툰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웹툰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는 2020년 기준 누적 258개다. 2017년(110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웹툰 플랫폼은 무단 복사와 유통을 막고 있다. 웹툰을 결제해서 보는 경우 보안 정책에 따라 캡처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작품을 무단으로 복제하고, 복제본을 유통하고, 링크를 공유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법 복제물 유통 사이트인 ‘밤토끼’였다. 당시 월 평균 3500만명, 일 평균 116만명이 접속하던 이 대형 사이트는 2018년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폐쇄됐다. 최근에는 웹툰 작가 50명이 밤토끼 운영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웹툰당 300만원, 모두 1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문제는 이 불법적인 행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다수 사이트의 폐쇄와 불법 저작물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웹툰 사이트라는 병폐는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이미 무단 편취한 이미지 데이터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사 불법 웹툰 사이트가 반복해서 생겨나면서, 폐쇄된 사이트에서 다른 사이트로 이용자들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다, 자신의 명의가 아닌 아이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불법 행위를 범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거나 불법 복제 유출자의 재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업계에서도 내놓고 있지만 수많은 불법 복제 웹툰을 단속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주식회사, 탑코, 투믹스 6개사는 지난해 10월 ‘웹툰 불법유통 대응 협의체’를 만들어 법적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 운영자와 불법 복제물 유포자에 대해 민·형사상 대응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건의하기로 했다. 불법 복제와 관련된 정보도 수집해 공유한다. 독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마인드C, 미애, 박바퀴, 박은혁, 신일숙, 와나나, 윤태호, 이나래, 주호민, 츄카피 등 인기 웹툰 작가 10인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불법 웹툰 근절캠페인에 참여했다.

정부 차원에서 웹툰 산업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은 구글과 협조해 불법 웹툰 사이트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등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경미한 저작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형사적 처벌을 축소하고, 민사적 구제를 통해 해결을 유도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0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서 불법 유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 것은 ‘유통시 처벌 강화(59.8%)’와 ‘이용자 처벌 강화(16.8%)’였다. 불법 복제물의 유통과 이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정서 다음웹툰 대표는 “불법 복제물 문제는 작가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수십 만 건이 유포되는 불법 복제물을 모두 조사하기는 쉽지 않다"며 ”협조요청 등을 통해 불법 복제물을 고소하고 있지만 문제를 근절하는 데 힘이 많이 부치는 상황이다.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웹툰을 불법으로 복제하고 유포하는 행위를 일벌백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서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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