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12년 만에 수술대 오르는 ‘LH’…해체냐 분리냐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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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토지공사·주택공사 ‘합병’…직원 수만 9500명에 조직 ‘비대화’
‘컨트롤타워’ 역할만 남기거나, 토지-주택공사 다시 쪼개는 방안도
3월1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무조정실 등 부처가 이번 주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 착수한다. ⓒ연합뉴스
3월1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무조정실 등 부처가 이번 주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 착수한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LH 조직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비대해진 LH 조직을 해제 수준의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 착수한다. 이에 LH 조직개편 방안을 전면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LH의 병폐를 도려내고,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LH 조직개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각자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이라며 “관계 부처 협의와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조직개편 방안의 윤곽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LH가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직이 비대해지다 보니,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런 분위기가 땅 투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돼 탄생한 공기업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직원 9500여 명에 자산 규모만 184조원에 달한다. 

LH의 비대해진 규모는 정부의 주택정책을 LH에 일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신규택지 개발이나 각종 국책사업을 하면서 토지보상금 등 그 비용도 LH가 자체 충당을 하게 했고, 이에 LH의 기능과 권한이 계속 커진 것이다. 토지보상금 조달,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LH가 도맡아 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수익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3월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 전수조사 1차 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 전수조사 1차 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LH 조직개편 방안으로 분리 또는 전면 해체까지 언급되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방안은 LH의 주택정책 컨트롤타워 기능만 남기는 방안이다. LH의 핵심기능인 신규택지 공급, 신도시 토지개발 등의 총괄 업무만 남기고 실제 개발사업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공기업이 맡는 것이다. 

2009년 이전처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쪼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된 이유는 두 기관이 따로 운영되면서 업무 중복과 비효율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조직을 아예 기능별로 해체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민 신뢰를 상실해 사업을 추진할 동력도 떨어진 만큼, 조직을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3기 신도시 및 2·4 공급대책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인 만큼, 당장 LH의 전면적 개편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기 신도시 사업과 2·4 대책의 핵심 내용을 LH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예정돼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를 제외하고 3기 신도시나 2·4 대책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LH가 공급대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자칫 주거 불안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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