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수사팀장 “공수처의 송치 요구, 해괴망측한 논리”
  • 김수현 객원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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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 부장검사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한 사건은 공수처 권한 없어” 직격탄
‘김학의 수사팀’ 검사 2명 파견연장 불허에 검찰 내부 반발기류 확산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월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사건 송치 요구는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파견 검사 두 명의 파견을 연장을 불허한 법무부 조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공수처장이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보낸 공문에는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기재해놓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게시글에 수원지검 수사팀 명의로 된 여덟 페이지 분량의 ‘공수처법 규정 검토’ 보고서를 첨부해 “이 보고서는 수사팀 의견일 뿐이니 공수처법 해석과 관련해 더 좋은 의견 있으면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에서 수사팀은 ‘이첩’의 의미를 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보내 다른 기관이 ‘사건’을 처리하게 하는 행위라고 봤다. 보고서는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받은 경우 다른 수사기관이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할 수 없듯이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경우에 공수처는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또 보고서는 공수처의 송치 요구는 재이첩한 사건을 재재이첩 요청하는 것이라 지적하며 이는 수사기관간의 사건돌리기(핑퐁)과 같고 그 과정에서 사건 처리의 지연, 수사대상자의 권익 침해, 불공정 수사 논란 등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수원지검은 지난 3일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김 전 차관 의혹 중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 관련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해당 법 조항은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에 다시 이첩하면서 공문을 통해 “공수처 공소 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수사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한데 이어 14일에는 “수사 부분만 이첩한 것으로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아래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공수처가 공문을 통해 ‘공수처 공소 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수사 후 송치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파견 검사 연장을 불허한 것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사건 뭉개기’가 본격화했다며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수원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사건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사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부장검사는 또 지난 12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과 부산지검 소속 김경목 검사의 파견 연장을 불허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직무대리 요청 절차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하는 부족한 팀장을 만나는 바람에 수사도 마무리 못 하고 떠나는 두 후배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며 “남은 수사 인력만으로도 제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니 그리 해야겠고 실제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두 후배와 야식시켜 먹던 것이 그리운데, 이제 몇 명 안 남아 통닭 한 마리 시키면 절반은 남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사팀에는 팀장인 이 부장검사와 평검사 2명 등 총 3명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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