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경선’ 광주상의회장 선거 관심…건설업 vs 제조업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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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정창선 현 회장 vs 60대 양진석 호원 회장 간 맞대결
‘광주경제계 수장’ 지난 19년 간 건설업계 독점
일부서 이번에는 제조업계 출신 여론도 ‘솔솔’

‘건설업이냐, 제조업이냐’

광주 경제계를 이끌어갈 차기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는 속칭 ‘건설업 대 제조업’의 업역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 과연 제조업계가 지난 20여년에 걸친 건설업계의 회장직 독점을 깨고 회장직에 오를지 관심사다. 특히 3년 전 사전투표 1위에도 불구하고 회장 자리를 내준 양진석 후보와 ‘한 번만 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번복하고 연임에 나선 정창선 후보의 대결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상의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상임부회장 추천권, 상의 직원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더구나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얻는 무형의 효과가 엄청나 ‘제2의 기관장’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지역 상공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선거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결국 물밑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펴 온 제24대 광주상의 회장 선거는 현 회장인 정창선(80) 중흥그룹 회장과 양진석(60) (주)호원 회장 간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 2006년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과 이원태 당시 금호산업 대표이사가 경선을 펼친 이후 15년 만이다.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시사저널DB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시사저널DB

갈등빚는 광주상의회장 경선…“봉합에 시간 걸릴듯”

그동안 광주상의 회장 선거는 회원 화합차원에서 단독 후보 추대가 전통처럼 자리잡았다. 이번 선거 역시 당초 회장 추대 분위기가 확산됐으나 현 정창선 회장이 연임의사를 밝히면서 앞선 선거에서 회장직을 양보했던 양진석 회장 간 경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16일 광주상의에 따르면 지난 12~13일 양일간 접수한 제24대 회장 선거 후보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과 양진석 호원 회장이 입후보했다. 3년 전 직전 선거에서는 의원총회 실시를 앞두고 의원들 간 진행한 사전투표에서 1위를 한 양 회장이 출마를 접으면서 정 회장이 제23대 회장에 추대됐었다.

우선 이번 회장 선거는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새로운 수장이 차기 회장직을 수행할 지, 아니면 건설업계가 현 구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19년간, 지난 20~21대 회장을 지낸 박흥석 럭키산업 회장을 제외하곤 건설업계가 회장직을 도맡아 왔다. 

이에 일부에서는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부터 이승기 삼능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현 회장까지 건설업계가 회장직을 수행했던 점을 감안해 제조업 분야에서 회장이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광주상의 의원 구성원 대부분이 건설업 분야로 최대 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차기 회장 선거 역시 건설업 분야가 이어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의 압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후보 측 회원사들이 100만원당 1표씩(회원사당 최대 50표) 얻는 특별회비 납부를 통해 다수의 의원을 지지세력으로 확보했다는 분석에 기반해서다.

정창선(왼쪽) 중흥그룹 회장과 양진석 호원 회장.ⓒ광주상의
정창선(왼쪽) 중흥그룹 회장과 양진석 호원 회장.ⓒ광주상의

두 후보 모두 ‘좌장’ 역할 부정적 시각도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기업 운영에서 비롯된 도덕적 흠결 문제를 안고 있어 ‘좌장’ 역할을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감지된다. 양 후보는 최근 호원 대표 등 임직원들이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지난달 호원이 사측 입장을 대변할 복수 노조를 만드는 데 조직적으로 개입,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 관련 혐의를 받는 대표이사 등 주요 임직원 9명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반면 정 후보는 연임 포기 약속을 번복하고 출마에 나선 것과 자신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법인 자금을 횡령해 처벌받은 전력이 최대 걸림돌로 평가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지역 상의회장이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올해 여든에 접어든 정 회장의 행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 3년간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의 대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이를 대비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도 지역경제계의 여론이다. 앞서 지난 23대 회장 선거 당시 양 후보의 양보로 광주상의 회장에 당선된 정 후보가 연임을 강행하면서 분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광주상의는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회장 선출권을 쥔 '의원·특별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일반의원 80명과 특별의원 12명 등 총 92명의 의원을 선출했다. 80명을 뽑는 의원선거에는 133개사가 등록해 1.6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12명을 선출하는 특별의원 선거에는 15개사가 등록해 1.25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번 의원 선거에는 회원사 356개사가 참여해 4730표의 선거권을 행사했다.

해당 표수 중 2200표는 100만원 당 선거권 1표를 더 부여하는 ‘특별회비 납부 제도’를 통해 확보됐다. 광주상의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특별회비만 22억원을 거둬들여 역대 최대의 회비 수입을 올렸다. 지난 11일 선출된 의원 92명은 오는 18일 열리는 임시의원 총회에서 제24대 상의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광주상의 회장선거가 경선으로 확정되면서 지역 경제계는 건설업 대 제조업으로 양분되면서 선거 뒤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한 상황이다. 누가 회장직에 당선되든 갈등과 반목으로 갈린 지역경제계를 봉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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