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있을까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1 11:0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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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성장관리-지역균형발전 이슈, 향후 10년간 가장 뜨거운 화두 될 것

2030년 더 많은 사람이 도시에, 대도시에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류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고, 2050년이 되면 인류의 3분의 2가 도시에 살게 된다고 한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벤 윌슨(Ben Wilson)의 저서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에서 ‘오늘 하루, 세계의 도시 인구는 또 20여만 명 늘어났다. 지금 우리는 지난 6000년간 이어진 도시화(urbanization) 과정의 정점인 역사상 최대의 인구 이동 현상을 목도하고 있고, 21세기 말쯤이면 도시 종족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했다. 지식경제와 초고속통신망은 플랫폼기업, 벤처창업, 연구·개발, 혁신인력의 대도시 집중을 가속화한다.

스마트시티 관련 송도국제도시ⓒFEZ(인천경제자유구역청)제공
스마트시티 관련 송도국제도시ⓒFEZ(인천경제자유구역청)제공

속도 혁명이 도시 형태를 바꾸다

세계 대도시들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도 빠르게 상승한다. 2025년이면 세계 인구의 7%에 해당하는 6억 명 규모의 440개 도시가 전 세계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우리나라의 수도권은, 언뜻 기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전체의 경제가 몇몇 도시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될 전망이다. 코로나가 대도시를 분산시킬까. 코로나19가 가져온 ‘디지털 전환’은 IT산업의 급속한 성장, 지식산업과 혁신인력의 대도시 집중을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는 대도시로의 집중을 다시 한번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감염의 공포보다는 대도시가 가진 매력이 더 크다는 점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을, 청년들을 도시로, 대도시로 끌어들이는 힘은 일자리다. 그것도 생산성이 커지고, 개수가 늘어나는 신성장산업의 일자리다. 2년 전부터 매년 10만 명이 넘는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200년 전 산업혁명이 농촌 인구를 도시로 흡수했듯이, 지금은 대도시로, 특히 그 나라의 가장 큰 도시로 인구를 끌어들인다. 20세기 초반 조선의 도시화율은 5% 남짓이었다. 대다수 사람이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1970년대 들어 가팔라진 경제 성장은 농촌 인구를 도시로 흡인해 도시화율이 50%에 이르렀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90%에 도달했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 사람들은 도시로, 대도시로 이동했다.

모빌리티 혁명이 도시 형태를 바꾸어간다. 모빌리티는 속도의 혁명, 연결의 혁명, 에너지의 혁명을 통해 도시의 형태와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속도가 빨라진다. 고속열차에 이어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하이퍼루프는 항공기의 속도로 ‘속도 혁명’을 이끌어갈 것이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더 빠른 이동 속도를 추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빨라지는 교통수단의 환승결절에 인구와 고급 서비스가 집중하는 연결의 혁명은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어낸다. 고속철도와 광역철도, 도시철도, 버스, 개인 모빌리티 간 연결이 긴밀해진다. 복합환승센터의 건설로 연계와 환승 능력이 향상되면서 고속철도 환승역세권이 새로운 도시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부상한다.

통합교통 서비스는 이를 촉진하는 매개 역할을 할 것이다. AI(인공지능)와 자동차의 연결은 자율주행자동차 등장을, 자동차와 교통시설물 간 연결은 데이터 기반의 도시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에너지 혁명은 전기차, 수소차처럼 깨끗하면서도 가성비 높은 에너지 이용을 가능하게 해 도시를 더욱 광역화할 것이다. 모빌리티의 발달은 외곽으로의 광역화와 경제활동의 콤팩트화를 동시에 가져와 다핵분산형 도시 공간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다. 전 국토를 연결하는 4차 국가철도망계획(2021~30년)은 지금과 확연하게 다른 국토와 도시의 미래비전을 그려줄 것이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친환경고속철도 ‘KTX이음’은 전국을 고속철도로 연결하고 수도권 범위를 더 확산시켜 고속철도로 촘촘하게 연결되는 네트워크형 국토 형성을 촉진할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코로나19시대의 1년은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는 것과 함께 기후변화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효율과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도시계획과 도시관리가 필요한 시대다. 인류문명의 역사는 에너지 사용의 가성비를 높이는 여정이라고 한다. 교통운수 부문에서는 총 배출 탄소의 17%가 발생한다. 이동의 필요성을 줄이고, 이동거리를 짧게 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즉 철도의 환승역세권 중심으로 고밀복합화하는 콤팩트시티가 기후변화 시대의 미래도시 모습으로 그려진다.

 

수도권은 더 커질까

30년 전 분당·일산 신도시를 건설하던 당시, 10년 후의 판교와 동탄 신도시를 생각하지 못했다. 2기 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된 이후 10년간 3기 신도시를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GTX 노선을 정할 때도 새로운 신도시 건설을 떠올리지 못했다. 수도권은 향후 얼마나 더 커질지 궁금하다. 2년째 10만 명씩 청년인구가 증가하는데, 통계청에서는 이와 같은 인구 이동 추세가 향후에도,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라 했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급정책은 필요하다. 일자리와 인구 및 가구, 기반시설의 연장을 함께 고민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도심을 얼마나 고밀화할 수 있을지, 서울은 얼마나 더 광역화할 것인지 큰 그림이 그려진 후에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왜냐하면 집값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것인데, 도시는 한번 만들어두면 수백 년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에 대한 지방의 우려가 크다. 지방의 쇠퇴 뉴스가 이어진다. 지난 1년이 격차를 더 확연하게 키우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과 메가시티 구축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행정구역 통합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 청년들이 서울로, 판교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시도 단위로 광역시 등 중심도시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통망, 산업, 대학, 문화, 정주 기반을 모아줘야 한다. 인구 감소, 특히 청년인구의 유출을 막는 것에 메가시티 구축의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기고를 하면서 대도시 집중과 지방 쇠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할 기회를 가졌다. 지난 1년은 코로나 1년으로서, 디지털 전환, 탄소 제로, 모빌리티 혁명의 뜨거운 주제들을 다룰 수 있었다. 2030년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있을까?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본다면, 수도권은 고속철도 1시간권으로 확장되면서 고속철도의 환승역세권을 중심으로 압축연계 형태의 대도시들과 주변지역의 네트워크로 변화해 갈 것이다. 일자리 이동과 함께 인구도 도시, 대도시로 이동할 것이며, 환승역세권으로의 인구와 고용 집적이 증가할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취락과 중소도시의 쇠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 정책으로 대두될 것이다. 수도권의 성장관리와 지역균형발전 이슈는 향후 10년간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될 것이다. 10년 비전을 가지고 이런 문제에 대처해 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격을 잡기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든가, 인구가 감소하는 시군에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대응하는 ‘임기응변’ 대책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의 졸고가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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