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 성중독 아닌 ‘아시아계 혐오’ 범죄”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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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총격 배경으로 ‘아시아계 혐오’ 꼬집어
코로나19로 증폭…트럼프 ‘인종차별주의’ 지적도
3월16일(현지 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이 ‘인종혐오’ 범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크워스시에서 한 아시아계 시민이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3월16일(현지 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이 ‘인종혐오’ 범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크워스시에서 한 아시아계 시민이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주요 언론은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이 ‘아시아계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구 사회의 아시아계 혐오 병폐가 본격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지난 1년간 아시아계 상대 인종차별주의 공격과 위협이 늘어난 현실을 짚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구 사회 내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 문제를 꼬집었다. 이주영 토론토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항상 존재했지만, 미묘하고 일상적인 편견의 형태로 치부돼 왔던 차별의 형태가 팬데믹 이후 두드러지게 됐다”며 “우리는 미묘한 차별이 공공연한 괴롭힘의 형태로 전환되는 ‘퍼펙트 스톰’을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애틀랜타 총격사건은 전날 20대 백인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이 애틀랜타 시내에서 한인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다. 최근 롱의 SNS에는 중국에 대한 강한 반감이 담겨 있는 인종혐오적 글이 게시된 것으로 확인돼 증오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롱을 체포한 경찰당국이 “이번 사건은 인종적 계기가 아닌, 롱의 성중독 문제”라고 판단해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로 축소해 인종혐오 및 증오범죄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시카고트리뷴은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하며 “롱의 성중독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경찰(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반(反) 아시아계 정서와 혐오범죄 급증을 보면, 단순히 용의자의 ‘광란’을 성중독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3월17일(현지 시각)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을 계기로 이날 워싱턴D.C.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아시아계 혐오 금지 시위가 진행됐다. ⓒAFP=연합뉴스
3월17일(현지 시각)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을 계기로 이날 워싱턴D.C.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아시아계 혐오 금지 시위가 진행됐다. ⓒAFP=연합뉴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로서 차별을 겪어온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과거 경험담이 담긴 기고문도 언론에 잇따라 게재됐다. 플로리다 지역 언론인 ‘데이토나 브리치 뉴스저널’의 편집자인 클레이턴 박은 USA투데이 기고에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것을 멈춰라. 우리는 미국인이다. 우리는 비난받거나, 물건취급을 받아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가 아시아계 혐오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거나, 백인우월적인 언행을 해 왔다. 

시카고트리뷴은 “전임 대통령과 극우 인사들이 외국인 혐오와 백인우월주의로 무장한 지지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악마화한 것을 생각하면,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미스터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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