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띄운 ‘합당’ 승부수,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7 13: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安 합당 제안에 與野 모두 ‘질타’…중도 이미지 빛바랬다 비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최종 단일화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돌연 ‘합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흡수하는 전략을 통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안 후보의 합당 승부수가 통할지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당장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안 후보의 합당 제안에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합당 제안으로 스스로 중도 확장성을 포기했다는 실망을 보이기도 한다. 합당 승부수는 안 후보에게 악재가 될까 호재가 될까.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급해진 안철수, 합당 카드 꺼냈지만 국민의힘 반응은 ‘냉랭’

안 후보가 최종 단일화 국면에서 합당을 제안한 속내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본인 쪽으로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향해 자신이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제1야당 후보로서 나서는 것이니, 안심하고 표를 달란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양자 대결은 물론 3자 구도에서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마음이 급해진 안 후보가 합당 이슈를 통해 기세를 뒤집으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하듯 국민의힘에선 “입당부터 하라”고 기세를 올리며 안 후보의 합당론을 일축했다. 오 후보는 16일 치러진 TV토론회에서 안 후보의 입당과 합당 문제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오 후보는 “어차피 하실 합당이라면 지금 입당해도 차이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처음부터 우리 당에 들어와서 후보 경쟁을 하라고 들어오라고 할 때는 ‘국민의힘으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안한다던 사람이 왜 갑자기 무슨 합당이냐”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여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안 후보의 합당 카드에 “의도가 뻔하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는 “안 후보는 10년 동안 매번 파트너가 바뀌었다. 매번 합당하고 매번 탈당한다”며 “서울시장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분들이 서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합당카드의 의도야 뻔하지 않나. 새정치는 어디 가고 10년간 이런 류의 벼랑 끝 단일화 정치쇼를 보고 있다. 좀 지겹다”고 힐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경선 지면 제3지대 플랫폼마저 위축…합당 카드, 자충수 될까

안 후보는 단일화 경선 결과에 상관없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경우 안 후보의 중도 확장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3지대 새정치’를 피력했던 안 후보가 국민의힘과 합당 얘기를 꺼내들면서 스스로 갈 길을 없앴다는 것이다. 결국 안 후보의 합당 카드는 제3지대에 남아있는 자신의 지지층과 보수지지층 모두에게 비판받는 상황을 연출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또 안 후보가 단일화 국면에서 보였던 과거의 실수를 재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 단일화를 앞두고 갑작스런 결정을 내리면서 판을 불리하게 만들었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돌연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단일화 룰에 반발하며 대통령 후보에서 전격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는 바른정당-바른미래당-국민의당을 거치며 탈당과 합당을 반복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초반에는 합당에 철저히 거리를 두다가, 최종 경선이 닥치자 결국 합당을 먼저 언급하게 됐다. 단일화 판을 끊임없이 뒤집으며 논란을 자처하는 안 대표에게 국민의 피로감이 쌓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 후보가 최종 후보로도 선출되지 못한다면 제3지대 플랫폼마저 없앴다는 비난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빈손으로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직면한다면, 사실상 당대당 통합이 아닌 흡수 통합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막상 합당 논의에 돌입하면 쉽게 타결되지 않아 현재의 야권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안 대표는 합당을 하려는 의지가 없었는데도 단순히 판을 흔들기 위해 수를 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측은 최종 단일화를 앞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애초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진행키로 했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이날 여론조사 시행은 어려워졌다. 다만 양측은 19일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 최종 단일화를 이룬다는 데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