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대선후보’ 등장,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2 14:0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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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빅3’ 구도 허물 새 주자 등장할까
여권에선 정세균, 야권에선 홍준표 등 거론

차기 대통령선거가 1년 정도 남았다. 이미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선거를 보더라도 1년 정도 남겨둔 시점엔 당선 가능성이 있는 잠룡들이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문재인·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1년 전(2016·2011·2006년)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김대중·김영삼 대통령 역시 대선 1년 전(1996·1991년) 여론조사에서 항상 선두권이었다. 단 한 번의 예외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엄밀히 말하면 ‘깜짝 등장’은 아니었다.

16대 대선 1년 전이던 2001년 12월 당시 노무현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8%대)에 그치며 여야 선두였던 이인제·이회창에 비해 열세였지만, 이미 10여 년 전인 노태우 정권 때부터 그는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2001년 3월까지 김대중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며 이른바 ‘대권수업’까지 받았다. 그만큼 정치적 자산이 없는 인물이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갑자기 유력 대선후보로 등장하기란 어렵다.

최근 차기 대선후보 구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앞서가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뒤쫓는 국면이다. 많은 후보 중에서 3명의 후보만이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1년 정도 남겨둔 시점에 기존 유력 후보가 아닌 새로운 깜짝 후보 등장이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대선후보는 지역·세대·이념을 기반으로 한다. 오는 4월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선후보 구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이재명·윤석열·이낙연의 기본 구도가 흔들린다면 새로운 후보 등장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깜짝 후보라 하더라도 후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체 발광의 경쟁력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최준필

홍준표, TK에서 유승민·원희룡 지지율 앞서

첫 번째로 대선후보가 갖추어야 할 경쟁력을 ‘지역 기반’으로 볼 때 깜짝 후보는 누구일까. 민주당 후보에게 호남 기반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보수 야권 쪽 후보라면 영남 지역 기반이 있어야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출마해 당선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모두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은 모두 영남권을 지역 기반으로 삼았다. 앞서가고 있는 차기 대선후보 중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 지지를, 윤석열 전 총장은 영남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기타 후보군의 현황은 어떨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3월12~1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 물어보았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9.2%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전체 지지율보다 높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TK 지지율이 각각 1%와 0.7%로 나타났다. 홍 의원을 제외하고 지역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차기 대선후보는 없는 셈이다. 역시 기타 후보군 중 호남에서 지지율 5%를 넘기는 후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정세균 국무총리다(그림①). 지역 기반만 놓고 보면 보수 쪽에서 홍 의원이, 여권에서 추 전 장관과 정 총리가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깜짝 후보가 확보해야 할 두 번째 기반은 ‘세대’다. 세대 기반은 차기 후보에게 꼭 있어야 할 정치적 자산이다. 세대 기반을 만들려면 ‘팬덤 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40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이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 바뀌면서 더 견고한 지지층이 되었다. 웬만한 악재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40대’ 핵심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후보 중 이재명 지사도 40대 지지층을 견인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아직 세대 팬덤을 만들지 못했다. 지지율이 흔들리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은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기타 후보군 중 세대 기반을 가지고 있는 후보가 있을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를 보면, 홍준표·추미애·정세균·유승민·원희룡 중에서 40대 지지율은 추 전 장관이 4.4%로 나타났고 홍 의원이 3.7%로 나왔다. 나머지 후보들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지지율은 홍 의원이 4.8%로 다른 후보들보다 더 양호했다.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전체적으로 5%가 넘는 후보가 없었지만 추 전 장관과 홍 의원이 그마나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더 나오는 결과다(그림②).

새 후보, ‘반사 이익’ 아닌 ‘자체 발광’이어야

세 번째 변수는 ‘이념’ 기반이다. 진영 간 대결 구도 성격이 강해진 차기 대통령선거를 감안하면 가장 중요한 지지층 기반은 이념이다. 차기 대선 유력 후보 중 이재명 지사는 진보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반대로 보수층을 결집한 모습이다. 기타 후보군은 보수층과 진보층의 지지를 얼마나 받고 있을까. 조사 결과 ‘홍카콜라’ 홍준표 의원의 보수층 지지율은 두 자릿수인 11.3%로 나타났다. 추 전 장관과 정 총리는 진보층 지지율이 각각 4.7%와 4.2%로 나왔다(그림③). 그렇다면 홍 의원이 보수층에서 가장 유력하고, 진보층 지지는 추 전 장관과 정 총리의 몫으로 분류된다.

역대 대통령선거 본선에 나선 유력 후보 중 갑자기 등장한 깜짝 후보는 거의 없다. 이인제는 1997년 대선에서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선거 득표는 3위에 그쳤다. 2002년 월드컵 열풍을 타고 정몽준 후보가 유력 후보로 등장했지만 단일화를 거치면서 본선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많지만 정작 본선에 나서는 후보는 제한적이다. 언론인들로부터 가장 선호하는 대통령감으로 높게 평가받았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선거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그만큼 쉬워 보이지만 아주 어려운 길이 대선으로 가는 ‘대권가도’다. 여전히 깜짝 후보의 등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매우 희박한 가능성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대체 관계에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나, 윤석열 전 총장의 진퇴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는 홍준표 의원 정도가 데이터로 확인되는 수준이다. 그조차도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은, 지지율은 ‘반사 이익’이 아니라 ‘자체 발광’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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