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아동학대 사건’, 무엇을 더 밝혀내야 할까
  •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1 10:0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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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사이 ‘미스터리’ 풀어야 사라진 아이 행방도 찾을 수 있어

구미 아동학대 사건. 살아 있는 아이를 버린 엄마. 반 미라 상태로 발견된 아이. 이 사실을 6개월 넘도록 아무도 몰랐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슬펐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아이 친모가 외할머니로 밝혀졌다는 뉴스가 속보로 올라왔다. 머리 한쪽이 큰 둔기로 맞은 듯 아파왔다.

하늘의 별만큼 수많은 형사 사건을 접했지만 이번 사건처럼 결과가 소름끼치고, 사건 과정이 이해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DNA 샘플을 네 번에 걸쳐 확인하고도 다시 한번 석씨(외할머니, 친모)의 DNA를 채취해 검사했다. 모두 석씨가 사망한 아이의 친모라고 나왔다.

3월17일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김한탁 구미경찰서장이 ‘구미 여아 살인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전자 오류 주장’은 왜 나왔을까

유전자 DNA 검사 결과에 오류가 나오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째, 실험 과정에서 DNA 샘플이  오염된 경우다. 이 경우 검사 결과는 “대조군과 일치하지 않는다” 혹은 “판명불가”로 나온다. 오염된 샘플이 “대조군과 일치한다”로 나올 수는 없다.

둘째, 김씨(석씨의 딸) DNA 샘플과 석씨 DNA 샘플이 바뀐 것을 모르고 실험한 경우다. 경찰에서 석씨의 샘플을 직접 채취해 다시 한번 실험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가정도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유전자 검사 결과 신뢰도는 99.9999%다. 석씨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있는데, 이를 완강히 부정하고 있는 석씨의 심리는 뭘까. 아마도 석씨는 사망한 아이를 친자라고 실토하는 순간 다음 의문에 답해야 한다.

먼저 석씨의 남편 아닌 다른 지인(사망한 아이 친부)을 밝혀야 한다. 가정과 삶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다음으로 친자가 왜 김씨 집에서 키워졌는지 말해야 한다. 김씨는 죽은 아이를 친자로 알고 있었다. 이를 뒷받침할 여러 진술이 있다. 언제 친자와 김씨 자녀를 바꿔치기했는지, 그리고 김씨 친자를 어떻게 했는지 말해야 한다. 석씨 친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딸인 김씨 친자의 생명도 연결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은 바꿔치기를 하면서까지 친자를 자신의 딸 김씨 모르게 키우게 한 이유다. 왜 6개월 동안 석씨가 친자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상하기 싫지만 더 심각한 ‘판도라의 상자’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사건의 시선을 딸인 김씨로 바꿔보자. 김씨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임신기간 중 초음파 검사를 하고, 병원에서 출생 및 출생 신고를 한 사실이 있다. 이것도 다 꾸며낸 일일까? 병원에서 석씨와 김씨를 착각했다면 가능한 일인데, 일회적 감기 치료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진료를 봐야 하는 임신이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40대 중반 여성과 10대 후반 여성의 신체를 착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김씨가 아이를 출산한 점도 명확하다.

3월17일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딸의 시선에서 사건 다시 바라봐야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따라온다. 김씨는 자신의 친자가 어머니인 석씨 아이로 바뀐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여기서 사건의 진실을 마주할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씨로부터 말이다.

사망한 아이 검시 보고서상 추정 나이와 김씨 아이 출생 나이가 한 달 이상 차이가 난다면 김씨는 분명 아이가 바뀐 사실을 알 수 있다. 석씨 아이가 한 달 이상 어리거나, 모유 수유를 했다면 더 그렇다. 아이의 성장은 하루가 다르다. 한 달 이상 차이가 날 때는 다른 아이다. 경찰은 수사 중이란 이유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한 달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김씨가 사망한 아이를 철썩같이 자기 아이로 알고 있었는지, 김씨의 진술을 더 받아봐야 한다.

이 사건은 아직 밝혀진 부분보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이제 사건은 검찰로 갔다. 기소 의견 송치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석씨를 구속 상태로 최장 20일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있다. 딸인 김씨 역시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물적 증거로는 석씨의 거짓 진술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친부, 산파를 찾거나 김씨의 진술을 통해 석씨의 거짓 진술을 무너뜨려야 한다. 현재 증거론 석씨의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는 기소조차 어려워 보인다.

다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수사가 답답하고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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